[스타워즈 30제] 25. 전쟁

웨지 안틸레스는 천천히, 엑스윙의 동체를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익숙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의 손바닥 아래에는 벌써 몇 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검은색의 둥근 데드스타 마크가 놓여있었다. 그는 다시 손을 움직여 그림을 쓸어보았다. 전 동맹군 가운데 자신의 전투기에 이 검은 표지를 지니고 있는 사람은 그를 포함하여 단 세 명뿐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오늘 이 두 번째 데드스타 사냥에 직접 나서는 이는 웨지 자신뿐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제 그게 하나 더 늘어나겠죠?”
갑작스런 목소리에 웨지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익숙한 얼굴이 싱글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더할나위 없겠지, 웨스.”
웨지는 최대한 속마음을 감추고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벌써 몇 년째 웨지와 함께 팀웍을 맞춰오고 있는 웨스 잰슨은 이 거대한 전투를 앞두고 어딘가 약간 들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허술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그는 베테랑이었다. 수없이 많은 전투를 치르고도, 아직까지 성한 몸으로 우주를 누비는 친구였으니까. 그의 쾌활한 눈빛을 쳐다보던 웨지는 자신도 모르게 무심코 물었다.

“몇 살이지, 웨스?”
“예?”
웨스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굴리더니 입을 열었다.
“스물…이던가? 어, 아마도요.”
웨지는 피식 웃었다.
“젊군.”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에 놀라, 웨지는 다시 한번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바보 같은. 그렇게 말하는 자신이야말로 비록 전투의 선봉인 레드 편대를 이끄는 편대장이긴 하나 이제 겨우 스물을 조금 넘긴 어린 청년에 불과했다. 첫 번째 데드스타 작전에 참가했을 때, 그는 아직 면도 자국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새파란 십대 소년이었다. 아직까지도 웨지는 자신이 그 전투에서 살아남은 것은 순전히 운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운도 실력의 일부라는 게 파일럿들 사이의 정설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는 시끌벅적한, 하지만 어딘가 가라앉은 분위기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앳된 얼굴의 청년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각기 다른 모양의 전투기와 애스트로이드를 점검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나이를 알 수 없는 이종족 파일럿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5년 동안 굵직굵직한 전투를 겪어 오면서 웨지가 지니게 된 나쁜 습관은 신참들을 어린애 취급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진짜 나이 따위는 상관없었다. 새로 들어온 녀석들과 훈련에 임할 때마다, 잡담을 나눌 때마다, 임무에 나설 때마다, 웨지는 자신이 그들을 얼마나 어리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깨닫고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그들 중에는 웨지보다 두 배의 세월을 살아온 이들도 있었다. 가끔씩 그는 그들과 자신의 위치가 바뀌어 있는 것을 실감하며 남몰래 실소하기도 했다. 전쟁은 군인을 필요로 하고, 군인은 경험을 필요로 한다. 웨지는 그 경험을 갖춘 군인이었다.

전쟁은 소년을 어른으로 만든다. 아니, ‘어른’이 아니라 ‘남자’였던가? 웨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잡동사니에서 발견한 무슨 홀로그램 쇼에서 나온 문구였던 것 같다. 그는 그때 어른이 되고 싶어 발버둥치는 어린 소년이었고, 그래서 이 문구는 아직도 그의 의식 깊은 곳에 묘하게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어렸을 때는 저 말이 진실로 보였더랬다. 밀수업을 하다가 동맹군에 합류한 것도, 어쩌면 정의가 어쩌고저쩌고보다 그런 동경심이 더 많이 작용한 것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정받고 싶어서, 어른이 되고 싶어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서.

하지만 그는, 이제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전쟁은 소년을 어른으로 만들지 않는다. 전쟁은 그저 저 깊은 곳의 소년을 죽일 뿐이다. 적어도 그의 전쟁은 그랬다. 물론, 어쩌면 마음속 소년이 죽어감으로써 어른이 되는 것이야말로 성장의 진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그런 것에 대해 알고 있겠는가.

웨지는 자신의 데드스타 마크에 열렬한 눈빛 세례를 보내고 있는 웨스를 힐끗 바라보았다. 아, 물론 가끔씩 예외가 있는 법이지만. 그는 슬쩍 웃음을 흘렸다. 어쩌면 웨스를 비롯해 다른 몇몇 파일럿들은 오늘이 지난 후 자신의 엑스윙이나 와이윙에 웨지와 똑같은 마크를 달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 아니면………..

웨지는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간혹 눈에 익은 얼굴들이 스쳐지나갔다. 아니면, 수많은 파일럿들이 어른이 될 기회를 잡지도 못하고 소년인 채로 죽어갈 것이다. 이제껏 계속 그래왔던 것처럼.

“대장, 대장!”
“응?” 웨지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감상은 목숨을 앗아가니까.

“저기 스카이워커 대장이 오는데요.”
웨지는 고개를 들고 웨스가 가리킨 쪽을 쳐다보았다. 검은 옷을 입은 누군가가 손을 흔들어 보였다. 웨지도 그를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그렇다. 때로는 진실로 전쟁을 통해 어른이 되는 소년도 있는 법이다. 아주 간혹은.

+++++++

………웨지와 루크의 투샷을 쓰고 싶어 죽을 지경입니다만…….상상력 부족입니다. 쿨럭.
그런데….왠지 분위기가 건담이 되어버렸다. 허허…… ㅠ.ㅠ




[스타워즈 30제] 25. 전쟁”에 대한 18개의 생각

  1. 블랙

    1.웨지,루크와 함께 첫번째 데스스타 공격때 살아남은건 누구죠?
    2.에피4의 웨지 얼굴은 아무리 봐도 10대 얼굴이 아닙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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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해명태자

    (반박) 제 친구 중에는 15세 꽃같은 고 1때 이미 애아빠 소리를 듣던 놈도 있습니다!
    (불쌍한지고. 입니다만 25세 현재 외모불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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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lukesky

    THX1138/ 웨지이이…..ㅠ.ㅠ
    블랙/ 1. 알 수 없습니다. 영화 기준으로 1차 데드스타 공격에 출격한 동맹군 전투기는 모두 30대, 살아서 귀환한 것은 [적어도 화면 상에서] 엑스윙 두 대 – 루크와 웨지 – 와 골드편대의 와이윙 한대입니다. 파일럿이 누구였는지는 도저히 모르겠군요. -_-;;;; 뭐, 물론 ‘살아돌아온 전투기는 많은데 화면상 축소했다’고 감독님께서 말씀하신다면야 할말이 없습니다만…쿨럭.
    2. 시나리오상 에피 4에서 루크의 나이는 18세[소설은 20세], 웨지는 16세로 당시 최연소 파일럿이었습니다. 가짜웨지의 얼굴은 10대로는 안 보여도 꽤 앳된 얼굴이죠. ^^* 문제는 루크가 ‘나이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얼굴’ 설정인데다 실제로 마크 해밀씨가 동안이라….비교가 된달까요. 진짜 웨지인 로슨 씨를 기준으로 해도 젊은 얼굴입니다. 이 아저씨는 에피 6까지 얼굴이 거의 안바뀌는 특징이 있어서 에피 6에 가면 상대적으로 정말 어려 보이죠.
    해명태자/ 오호라아, 신기한 친구일세. 그렇다는 말은 25세인 지금도 ‘애아빠’ 소리를 듣고 다닌단 말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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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몬드

    안녕하세요 루크스카이님.스토킹만 해오다가 수면으로 빼꼼 나와봅니다-
    글이 너무 멋지시잖아요ㅠㅠ 어흑. 순간 눈물이 찔끔나왔습니다.
    웨지와 루크의 투샷이라니 두근두근.굉장히 좋아합니다.
    앗, 그리고 링크해도 괜찮을까요?
    만약 안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이미했군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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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하늘이

    30대인 지금도 아직 20대 소릴 듣는 나도 있는데 뭘…ㅋㅡㅅㅡV
    영원한 청춘..이랄까…(믿거나 말거나) 냐햏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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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Hobbie

    크흑. 멋집니다. 데스스타 킬마크…역사적으로 데스스타 킬 마크를 두개나 달고 있는 인간은 웨지 밖엔…ㅠoㅠ

    웨지와 웨스라…본래 멋진 콤비로(커플이 아니라) 설정되어 있다죠. 하비가 안나와서 아쉽지만 하비와 웨지는 별로…나이는 저도 헷갈리는데 올드 로그 4천왕 중에선 웨스가 가장 어리고 그 다음이 웨지라고…(하비는…맨날 박타 탱크에 쳐박혀서 피부가 좋아 이 두사람 보다 어려보인다는 소문을 들은것 같은데…=_=;;)

    아,그리고 야빈에서 살아남은 (유일한)Y윙 파일럿은 게임 캐릭터인 케이얀 파랜더라고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양반도 나중엔 제다이에 장군직까지 겸임하지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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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rucien

    아아 좋습니다…ㅠㅠ 어쩐지 읽는 동안 뿌듯해졌어요. 그런데 16세라니 상당히 어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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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세류

    루크군의 웨지사랑..^^*
    그나저나….저기 프로필 루크사진…ㅠ.ㅜ…어억;; 너무 예뻐!!!
    (요즘 에피4보며 각혈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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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루드라(형광등)

    딴이야기지만 웨지는… 헬멧쓴 게 더 섹시해보이더라구요.(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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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세이

    웨지가 좋아요…!! 한과 루크의 우정과는 다른 우정!! 좋아요 좋아~!(나이에 관해선…우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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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lukesky

    몬드/ 안녕하세요? 꺄앗, 저도 웨지와 루크의 투샷, 생각만해도 뿌듯해지는게 정말 좋습니다. ㅠ.ㅠ 링크 감사합니다. ^^* 지우시지 않으셔도 되어요. 님도 좋은 하루 되시길!
    ㅁAㅁ/ 그림이 되죠. ^^
    하늘이/ 음, 우리 집안은 좀 동안이라…뭐 나도 어려보인다는 소리를 듣는걸. 게다가 오라비는 나도 모르는 통신체를 쓰질 않나, 나보다 더 젊게 살잖아. 어느 면에 있어서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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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lukesky

    Hobbie/ 데드스타 킬마크 두개는 정말 전 동맹군을 통틀어 웨지 하나 뿐이죠..ㅠ.ㅠ 야빈 전투때 살아남은 사람이 없으니. -_-;;; 아아, 와이윙 파일럿도 설정이 있었군요! 대단하십니다. 푸하핫, 또 제다이입니까….아니 멀쩡하고 실력좋은 파일럿들을 왜 제다이로 못 만들어서 다들 안달이래요!!! 아니, 물론 파일럿으로서의 감이 좋다는 건 포스가 강하다는 이야기로 연결할 수 있긴 하지만서도…ㅠ.ㅠ
    확실히, 웨스는 웨지보다도 나이가 적을 거라는 느낌이 들어요. 아무리 미국이라도 그런 파트너십을 이루었을 때서 명령을 받는 쪽이 나이가 많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러니 댁도 루크보다는 어렸겠지요…으음. 거기다 웨지는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참가해서리…웨지 녀석, 그래서 개빈한테 관대한 거로군요. 우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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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lukesky

    rucien/ 많이 어렸죠…..ㅠ.ㅠ 최연소였다니까요. 그러면서도 야빈 전투 때 어디서 굴러먹다 들어온 루크보다는 선배라…우하하핫!
    세류/ 웨지는…..루크랑 느낌은 좀 다르지만 정말 좋아요. ㅠ.ㅠ
    아아, 저 사진, 정말 끝내주죠…엉엉엉..ㅠ.ㅠ
    루드라/ 역시 파일럿의 매력은 콕핏에 앉아있을 때 빛나는 겁니다!
    사과주스/ 그렇지요………..
    세이/ 좋아요! 좋아요!! 정말 좋아요!! 웨지는 말이죠, 어딘가 따스한 느낌이 들어서,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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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qwan

    웨지에 대한 애정이 크신 것 같아요. 전 거의 기억도 못했던 캐릭터였거든요;; 루크님의 웨지에 대한 애정도 덕에 클래식을 새로 보면서 웨지를 유심히 보았죠. 딱히 확 끌리는 것은 없지만 없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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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lukesky

    qwan/ 사실은 그걸 노린겁니다! 제가 많이 알리면 알릴 수록 다른 분들도 웨지에 대한 애정도가 상승…[퍽퍽퍽!] 그게 프리퀄은 공화국과 제다이들의 전성기를 그리고 있기에 오히려 조연들이나 엑스트라들에게 눈이 잘 안 가게 되더라구요. 클래식에 나오는 웨지나 다른 동맹군 파일럿들은 어딘가 아슬아슬하고 가슴 아픈 구석이 있어서 자구 자극받게 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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