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성 SF 걸작선

사놓기만 하고 미뤄뒀던 책과 영상들을 해치우는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도망가는 별”, “우주 끝 네스토랑”, “평형 공식”.
“도룡”은 중간에 내용을 짐작했음에도 취향인 내용이라 흥미진진했고 “얼굴없는 여자아이 연화”도 좋았다.

전체적으로 괴담이나 설화의 형식을 띠고 있는 작품들이 많은데 편집자의 작품해설에 따르면 중국적인 색채를 지닌 작품들을 선별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듯 하다. 민간설화는 기본적으로 미스터리를 기반으로 하고, 괴담은 그것과 곧장 이어지니까.

읽으면서 작품 외적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나 개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나는 한국에 아직 중국과 일본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었으나 동시에 서구세계를 지향하던 시기에 성장한 사람으로서 자의와 취향에 따라 후자의 문화를 선택한 인간이라 첫 몇 편을 읽기까지 이 분위기에 선뜻 익숙해지지 못했다. 일본만 해도 문화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았지만 중국은 일단 문화고 역사고 너무 방대하여 고대 신화라고 해봤자 기초적인 것밖에 알지 못하고 고전 쪽은 완전히 문외한이다 보니 자주 등장하는 주석이 반갑지 그지 없었다. 하기야 접한 총량이 다르니 영미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인용이나 레퍼런스를 지금 수준으로 당연하게 여기기까지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나마 중국은 우리와 역사적으로 깊이 얽힌 나라인지라 이런 생각이라도 하는 것이겠지. 같은 한자문화권이고, 서양문화보다 친숙하며, 그들의 과거와 현재와 우리와의 국제관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솔직히 남미 문학을 읽을 때는 비슷하게 낯설면서도 여기까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여성 및 논바이너리 작가들의 작품 모음집인데, 작품 자체들이 낯설다 보니 작가들에 대해 자세히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다만 그 때문에 주인공이 주로 여성일 것이라 예상했으나 생각 외로 소년이 많이 등장했다는 정도. 중국 문학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오히려 남성을 대변하게 되었다는 편집자의 해설이 무척 흥미로웠는데, 어쩌면 그것과 관련이 있다고도 볼 수 있을까.

여하튼 지금의 중국은 처음 개방하던 시기, 내가 기억하던 중국이 아니고 오히려 멀어진 느낌이기에 그래서 더 많이 접해보고 싶다. 궁금하잖아. 너무 궁금해. 언정소설이라도 많이 읽어봐야 하나. 그치만…그치만 길어!! 누가 중국 작가들 아니랄까봐 다들 길다고 ㅠㅠㅠㅠㅠ

“블랙 위도우” (2021)

“엔드 게임” 이후로는 MCU 에 대한 거의 모든 관심을 접고
영화나 드라마를 딱히 챙겨보지 않았는데
요즘 시간이 생겨 디플을 보고 있는 관계로 (솔직히 말하면 안도르 때문이다.)
클릭했다.

생각보다 잘 만들었잖아!

역시 MCU는 캐릭터 단독 영화들이 훨씬 뛰어나다.
도대체 왜 수많은 캐릭터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으는 데 그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어.
다들 영화 하나쯤은 단독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캐릭터들이잖아.
스토리만 난잡해지는데.

MCU 출신에서 가장 준수한 가족 영화 중 하나고,
새삼 플로렌스 퓨는 정말 어디다 가져다 놔도 연기를 잘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
분명히 여기서도 정극 연기를 하고 있는데 동시에 녹아들고 있는 게 진짜 용하네.
어릴 적엔 완벽한 영어를 사용했는데도
다시 러시아 엑센트 들어간 영어를 쓰고 있다는 게 무척 거슬리지만.

실은 이걸 보고 “썬더볼트”를 보러 갈 생각이었는데,
쿠키 때문에 드라마 “호크아이”를 시작했다.

그 전에 “팰콘과 윈터솔저”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러다간 “썬더볼트”는 극장에서 놓칠 거 같아. 아, 이래서 영화끼리는 몰라도 드라마와 영화가 연계되는 거 정말 질색이야. 다른 미디어잖아. 극장가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랑 달리 OTT 드라마는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 거잖아. 이런 게 싫다고. ㅠ.ㅠ 솔직히 스타워즈도 점점 이렇게 변해가는 것도 그렇고. ㅠ.ㅠ

대법

미친 놈들임??

진짜로 이걸 저질러????
법적 판단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 자산까지 전부 무너뜨리면서
죽어도 권력은 잡아야겠다??
그런 것들이 법을 다룰 자격이 있기나 하고???
그동안 너무 권력 업고 독재하고 싶어서 안달났다는 걸 이렇게까지
티낼 일인가?

이야, 계엄령 이후로 정말 감정적인 경험을 아주 다양하게 맛볼 수 있게 해 주네.
이래서 혁명 하는 거구만.

“레디 오어 낫” (2024)

보드게임 계의 거물인 재벌집 아들과 결혼하게 된 그레이스가
첫날 밤 가족의 일원이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가문의 전통에 따라
숨바꼭질에 참가하게 되면서 밝혀지는 이들의 숨겨진 비밀.,….

인데

이거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
기본 설정은 매우 클래식한 공포영화인데  중간중간 엥???? 스러워서 보니 역시 태그에 “코미디”가 붙어 있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진짜 가끔 실소를 터트리게 하는데 요즘 장르를 섞는 게 유행인가? 하긴…봉준호가 그 점에서 헐리우드 영화계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서도.

그래도 그레이스의 고전분투와 다니엘의 이중성, 알렉스의 변화는 꽤 준수하고 납득할 수 있게 그려진다. (그래도 용서할 수는 없지만). 다만 집사의 충성심에 대해서는 의아한데, 이런 일이 자주 있다면 그저 사이코패스가 천직을 찾았군, 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매우 드문 행사에 이렇게 열렬히 참여하다니 좀 이어붙인 느낌이 든다.
다니엘의 두번째 부인 이름이 채리티라는 게 흥미롭더군. 그레이스와 채리티라니.

시간죽이기로는 나쁘지 않았다.
여주인공 사마라 위빙이 무척 미인이고, 앤디 맥도웰과 애덤 브로디가 출연한다.
시아버지도 많이 본 배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