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다이란 절대선을 추구하는 자들이다. 물론 절대선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지에 관해서는 상당한 토론이 필요할 듯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선이란, 다수를 위한 것이고, 의와 도를 위한 것이며,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동시에 무언가를 버려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다이는 그 자체적으로 모순을 안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들은 다수를 위해 정치에 참여하고 있고, 정의를 위해 더러운 일을 행해야 하며, 큰 것을 지키기 위해 작은 것을 버려가며 끊임없이 억누르고 억누르고 자신을 죽여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비인간적이고,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며, 불가능한 것을 요구한다. “선과 정의”라는 이름 아래 때로는 그 반대를 행하면서.
동전의 반대쪽에 새겨진 듯한 시스는 어떤 존재인가? 그들은 참으로 인간적인 생물이다. ‘악’이라고 부르기에, 그들은 너무나도 단순한 존재다. 그들은 인간의 가장 순수하고 강렬한 ‘감정’을 힘의 원천으로 삼는 자들이며, ‘나는 원한다’는 일념아래 모든 것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이들이다. 제다이들이 ‘옳고 그름의 도덕적 판단’을 기준으로 가지고 있다면 시스의 판단 기준은 단순하다. ‘힘’, 원하는 것을 손에 쥘 수 있는 수단은 그것뿐이다. ‘힘’. 그들에게는 힘이 곧 정의이며 추구해야할 가치가 있는 절대적인 것이다. 따라서 제다이의 적은 시스일지 모르겠지만, 시스의 적은 제다이가 아니다. 제다이는, 결국 시스에게 ‘방해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제다이가 시스를 학살함으로써 적으로 돌아선 셈이다.]
요다는 제다이다. 윈두는 제다이다. 오비완은 제다이다. 그들은, 인간이되 인간이 아니기를 교육받은 자들이다. 긍정적인 감정은, 결국 부정적인 감정을 부른다. 긍정적인 감정이 강렬해질수록 부정적인 감정 또한 강렬해진다. 세상은 균형, 그것이 곧 포스다. 그리하여 제다이는 태어나자마자 최대한 빨리 템플로 옮겨져 형제들만을 알고 지내기를 강요당한다. 요다의 말은 정답이다. 집착하는 것일수록 버려버릴 것. 아니, 처음부터 아예 집착할만한 요소를 없애 버릴 것. 평등하라, 평등하라, 평등하라. 그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라. 세상은 ‘動’이 아닌 ‘靜, 우리는 존재하되 존재치 않는 자들이다.
그러나 이는 아나킨에게는 부당하고 불가능한 요구였다. 에피 6에서와 똑같은 공간, 똑같은 구도, 아들과 똑같은 상황에 처했으나 “죽여!”라는 말에 복종했을 때 그의 운명은 이미 황제의 손 안에 들어있었다. 그의 몸은 본능에 충실하게 움직인다. 소년은 갈등하지만, 단순하다. 그는 갖고 싶은 것이 있고, 가져야 하는 것이 있고, 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그는 집착한다. 동시에, 그는 아무 것도 버리고 싶지 않아한다. 그는 제다이로 키워졌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요다는 루크에게 “왜?”라고 묻지 말 것을 강요한다.] 그의 욕망은 자꾸만 제다이의 규율과 충돌한다. 그는 자신을 억누르고 싶지 않다. 그는 앞으로, 위로 나아가고 싶은 자이기 때문이다. “I need him!”이라는 대사는 아나킨이 실제로 어떤 인간인가를 증명한다. 다크 포스에 휩싸였을 때, 그의 눈에는 제다이가 사악해보일 수 밖에 없다. 그들은 감정이 없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오비완은 가장 모범적인 제다이다. 그의 삶은 공과 사를 구분하는 데 있어 막힘이 없고, 그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할지라도 어떻게든 신념으로 뚫고 나간다. 그의 고뇌는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며, 아나킨처럼 누구에겐가 투덜거리기보다 안에서 삭혀내고 결국은 제다이로서의 결론을 따른다. 따라서 아나킨과 같은 위치에 처했을 때, – 무방비의 상대를 죽일 것인가 말 것인가 – 그는 제다이답게 제다이로서의 규칙을 따른다. 두 사람의[그리고 루크와도] 근본적 차이는 여기에서 기인한다. [심하게 말하자면, 제다이는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인간이 나쁜짓을 하고 다닌다면 그의 두 팔을 잘라 본때를 보여준 다음에 “자, 이제부터 착하게 사시오”라고 말할 인간들이다.]
제다이로서의 설득이 실패하고, 그리하여 아나킨의 배신이 극에 달했음을 확인한 후, 그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하나뿐이었다. 하여 그는 심판을 마치고, 모든 일을 끝낸 후에야 비로소 그 전에는 감히 내비치지 못했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시킨다. “일을 할 때 감정에 휩쓸리는 것은 제다이의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제다이였다.
여기에서 다시금 오비완과 루크의 차이가 발생한다. 똑같이 개인적 갈등과 대의의 추구를 걸고 있었음에도 루크는 완전하지 못한 제다이기에 다스 베이더와의 결투에서 감정을 내비치며 다크 포스의 힘을 발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2대 째의 스카이워커는 항상 한 발을 어둠의 세계에 담그고 있다. 그래서 루크는 기존 세대의 제다이에서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가 “양 면을 모두 추구하는 자”이며, 가장 완성된 자이다.
양극단은, 언제나 파멸한다.
덧. ……………………….원래 의도는 이게 아니었는데…………………….어째서 모든 이야기가 루크로 끝나지?? T.T
멋진 글입니다. 당연한 결론인걸요. ^^;
에피소드 3을 이야기하면서 클래식을 말하지 않을 수는 없고,
그러다 보면 결국은 루크의 이야기로 가게 되어 있지요.
본래 포스는 하나이고, 제다이와 시스는 두 개의 측면인 만큼…
포스의 의지는 둘다 일소한 후에 양쪽을 모두 아는 자를 남기는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본다면, 확실히 아나킨은 그걸 위해 선택된 자였다고 생각해요.
역시 제다이와 시스 또한 음양의 이치;
불특정 인물들에게 보여주면서 "스타워즈는 광선검만 휘두르는 영화가 아니란 말이다!!" 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글입니다 ~_~
포스의 균형…
어떻게 보면 참으로 잔혹한 운명이기도 하네요.
제가 감상문에서 쓰고 싶었던 내용들이 루크 님 글에 대부분 다 나와 있어요+_+ (이걸로 저는 감상문을 패스;;;;;-퍽퍽퍽-)
오비완도 ‘집착’하는 인물이었다고 생각해요.
오비완이 집착한 단 하나의 상대는 아나킨이었죠. 사실 그렇게 가까이 두고 아나킨의 위험성을 몰랐던 건, 그를 ‘제자’가 아닌 맘 속 깊은곳에서는 ‘형제’의 애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사실 아나킨은 인격적으로 느무 미성숙한 부분이 많아보였어요. 한마디로 제다이 되기엔 너무 원초적인 사람이었달까…; 마돈나보고 ‘넌 수녀를 해라’ 같은 느낌의 위화감이 들었다니까요.
Eugene/ 아나킨도 역시 포스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이용당한 거죠, 결국. 사실 전 ‘균형을 가져오는 자’는 루크쪽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 녀석은 한 일이 거의 없더라구요. ^^* 한마디로 루크야말로 전 세대가 저질러놓은 일 자기가 혼자 다 뒷수습하고 미래까지 짊어진, 불상한 녀석이라는. 에구구구구…
일레갈/ 뭐, 워낙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는 영화이긴 하지만요. ^^ 솔직히 정치적인 해석은 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루카스씨는 사실 그냥 어설픈 동양 사상을 집어넣었을 뿐일겁니다. ㅠ.ㅠ
misha/ 음, 제 관점에서 포스의 ‘의지’라고 할 것은 역시 ‘항상 평형상태로 돌아가고자하는 움직임’이거든요. 인간의 눈으로 보면 잔인해보이긴 하지만서도..
아앗, 미샤님 감상문이 훨 좋을겁니다. 기대하고 있다구요!!!
니케/ 음, 제 생각엔 오비완이 아나킨에게 집착하게 되는 것은 에피 3 이후부터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형제와 같은 존재이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자기가 애니에게 한 일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이 완전히 마무리 짓지 못한 일로 인해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 것 같아요.
아나킨은…제다이 기사가 되기 힘든 체질이었죠, 처음부터. 푸하하하, 마돈나에게 수녀! 아, 정말 탁월한 비유군요.
저 역시, 그래서 제다이는 이미 사라져야 할 시점을 지나버린 집단으로 보였습니다. 그런 성질의 단체가, 그 정도의 영향력과 권력을 쥐고 있다는것 자체가 굉장히 기형적이지요.
전 세대의 제다이가 말끔히 청소되고, 루크에 의해 새로운 형태로 다시 태어난다는건 제다이로서도 이상적인 결말이 아닐까 합니다. 그 과정에서 희생된 수 많은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요.
기본적으로 전연령가였던 시리즈라, 제 아무리 잔혹한 악당에 의한 죽음이라도 스타워즈 세계에서의 죽음은 짧고 고통없는 것이었는데, 영화에서 묘사되는 가장 잔인한 행동을 한 것이 오비완이라는건 참 아이러니라고 생각됩니다…;
음…전 스타워즈쪽으로는 초짜에 가까워서 잘은 모르지만 오비완도 에피1에서 콰이곤이 죽었을때 분노에 휩싸여 싸웠던걸로 알고있어요. 소설판에서도 어릴땐가 제다이가 되는걸 포기하려 한적이 있었다고…
친구하고도 이야기 한거지만 제다이도 시스 만큼이나 무서운 존재라는 거였습니다. 시스는 어둠을 추구하지만 제다이는 밝음을 추구하면서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오직 oneway만을 추구하잖아요. 거기서 삐끗하면 아나킨꼴 나는거고… 제다이는 구시대의 산물이라고 해야겠죠. (뭔말이래;;;) 멋있는 굴이군요. ^^
PLUTO/ 게다가 제다이들의 오만함도 하늘을 찌르죠……에피 3는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잔인해서 깜짝깜짝 놀라기까지 했습니다.
클라삥/ 아, 맞아요. 에피 1에서 약간 맛이 간 상태로 다스 몰에게 달려들죠. 하지만 사실 다크 포스의 시련을 통과한 자들만 제다이가 되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THX1138/ 어떻게보면 시스들보다 더 무서운 족속이죠. ㅠ.ㅠ 시스들이 훨씬 인간적으로 보일 정도로.
정반합이죠~~(중얼중얼…..)
사실 요다가 집착을 버려라. 인간은 죽기마련이다 라고 말하는것에서 사실 실망했어요. 포스의 균형은 역시 포스를 사용하는 사람의 성격의? 균형인가. 싶은게
오비완도 100퍼센트 제다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순수 제다이라면 마지막에 아나킨을 죽였어야죠. 역시 제다이의 이상이란 그 자체 실현되기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나저나 이 글 너무 멋지군요. 퍼가도 될까요?
해명태자/ 응, 지나치게. -_-;;;
거북거북/ 뭐랄까, 그 대답은 너무나도 정답이라서 제가 아나킨이었더라도 “헛소리 하지마!”라고 외쳐주고 싶은 심정이었죠. ^^* 제 의견으로 자연은 원래 중립이라서…….인간이 뭐라고 믿느냐는 별개의 것이라.
분홍복면/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제다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영화 시작 때의 두쿠와 마찬가지로, 그때 아나킨은 무방비한 존재였으니까요. 제다이의 이상은 너무 모순적이라 어디에 중점을 두냐에 따라 카운슬처럼 되든가 아니면 아예 은둔에 들어가 혼자 수행을 하든가 둘중 하나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음, 퍼 가실만한 글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T.T 출처만 표기해 주신다면 상관 없습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역시 말씀하신 것처럼 제다이의 규율은 해석하기 나름이라.. 무방비 상태에 처한 인간을 사지를 절단해버리는 것도 제다이가 행하고자 하는 ‘절대선’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어차피 시작부터 무방비상태였던 것이 아니라 전투 중에 그리된 것이니 고통없이 깨끗하게 끝내버리는게 오히려 제다이의 이상에 더 맞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암튼 출처를 밝히고 퍼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포스의 균형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지…역시 스카이워커…
제다이들은 어딘지 엘프스러운 부분이 있어. 물론 그들이 같지는 않지만…
나 역시 시스보다는 제다이 스타일에 가까울 듯; 그러다 폭발하면..으음..으음;;;
핑백: 루크스카이, SPACE..
분홍복면/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콰이곤이라면 용암에 쳐 박았을걸’이라는 대화를 하기는 했지요. ^^* 제 사고방식이라면 차라리 그냥 죽이는게 더 ‘자비로운’ 거지만, 제다이의 사고방식은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아차차, 분홍복면님, 글을 퍼가는 곳이 어딘지도 알려주시겠지요? ^^*
세류/ 저도 제다이 쪽에 조금 더 가깝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그들의 편을 들어줄 수도 없어요. 어린시절 제국의 역습을 보면서 요다의 사고방식이 조금 마음에 안들었거든요. "왜"라고 묻지 말것과 "대의를 위해서라면 한과 레이아를 희생시켜도 어쩔 수 없다"는 부분은 어른이 된 지금은 어느정도 이해가 가지만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죠. 그래서 루크에게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고.
글 여기다 퍼갔어요. http://www.ttalgi21.com
개인홈피인데 커뮤니티 비슷하게 운영되는 곳이지요. theatre 방에 퍼놓았고 이글보고 삘받아서 다들 논쟁에 열올리고 있답니다. ^^;;
(아 참 저기서 제 아이디는 jane이랍니다)
분홍복면/ 확인했습니다. 우와, 민주주의에 관한 논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군요. 놀랍습니다. >.<
루크와 아나킨의 차이는 결국 처자식이 없고 있고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아나킨과 오비원의 관계 관련해서 관련글 하나 날립니다요.
핑백: lazion.com
글이 좋아서 링크해 가겠습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