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ists of Avalon을 다 읽었습니다. 지하철에서만 읽었더니만 역시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군요. 헐값에 이 책을 양도해준 친구 녀석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녀석은 ‘캐릭터들이 이상해. 왜 좋아서 난리치고, 다음번엔 죽이겠다 난리치고, 또 다음엔 다시 좋아한다 난리치고….뭐냐?’라고 말했지만, 원본인 아서왕 이야기에서 워낙 그런 모습을 많이 봐서 그런지 저는 그다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오히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서왕 이야기보다는 캐릭터를 이해하기가 훨씬 쉬웠습니다. [그나마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제 머리로 이해가 가니 말입니다. -_-;;;]
뭐랄까, 상당히 재미있는 대칭을 이루는 내용이었습니다. ‘힘’과 ‘권력’을 의미하는 모게즈와 ‘사랑’을 의미하는 귀네파 그리고 모게인은,,,,,,,,,한 마디로 말하기가 어렵습니다만, ‘신성’…을 의미한다고 봐야겠지요. [비비안은 오히려 ‘힘’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마음에 든 캐릭터는 모게인이었지만, 재미있게도 귀네파가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짜증날 행동만 골라서 하고 있는데 그다지 밉지 않았다고나 할까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충분히 강렬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결국 그녀 역시 모게인과 더불어 진정한 신의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깨달은 유일한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모게인은 신이 누구인지 깨닫지만, 그녀는 신의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깨닫죠. 그 차이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모드레드는 작품 내에서 그나마 속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남자 캐릭터였습니다만, 나중에 가니 소모품으로 전락하더군요. 아쉬웠습니다.
에필로그 부분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는 생각하지만,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짜증나는 부분이었습니다. 아마도 상당히 참신하다는 느낌으로 책을 읽어 나가다가 만난 진부한 내용이기 때문이겠죠. 사람들이 믿는 ‘신’이 이 세상을 만든다는 이론에는 상당한 공감이 갑니다. 말이 있기에 사물이 존재하고, 인간의 사고가 실체를 만들죠. 그리고 세계와 세계가 충돌하면 하나는 결국 부서지게 되어있습니다. 아니면…….안개 속으로 사라지거냐요.
역시 읽고 나서 곧바로가 아니면 할말이 떨어지는 걸까요. 아니, 이야기가 길면 길수록 어느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할지 전혀 모르게 되어버리는군요. 인상적이었습니다. 관점의 전환이란, 참으로 훌륭합니다.
한동안 아서 왕 이야기에 느꼈던 갈망은 어느정도 멈춰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도중에 식어버렸는지도 모르죠. 이젠 슬슬 살라흐 웃딘, 살라딘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욕구가 불끈불끈 일고 있습니다. 혹시 소개받을만한 책이 없을까요?
설마 원서인가요.. 덜덜덜
이책만큼은 원서로 읽어야해요. 번역판은 제 주위에서 그냥 원성을 산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불쾌하다는 평을 받았거든요. 저 역시나 원서와 번역판의 퀄리티 차이가 심하다고 생각해요. 재미있는 책인데도 불구하고 번역을 싸구려로 해서 짜증났었죠. 게다가 이름 번역은 대부분 틀렸거든요. -_-;;
모르거즈가 ‘권력’을 탐했다면, 그웬후이바는 ‘애정’을 갈구했고, 모게인은 ‘전통’과 ‘사랑’ 사이에서 방황했죠. 모르거즈와 그웬후이바가 원하는 게 확실한 것에 비해서 모게인은 그렇지가 않았잖아요.
살라딘에 대한 훌륭한 소설은 월터 스콧의 ‘Taliesin’이 있어요. 아이반호 만큼이나 재미있답니다.
아돌/ 예, 원서로 읽었습니다. ^^* 하지만 이 책, 오히려 얼음과 불의 노래보다 훨씬 쉽게 읽힙니다. 거기다 친구의 책을 헐값에 받아서 뭔가 뿌듯한 기분이었어요. 하도 들고 다녀서 금세 헤져버렸지만..ㅠ.ㅠ
Gerda/ 한글판은 읽어본 적이 없지만…그정도의 평을 들었다니 조금 기분이 착잡하군요. –;;;; 아, 이름은 저도 어떻게 읽어야할지 모르겠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리스어식으로 알파벳의 발음을 모두 살려야할지, 영어식으로 그냥 읽어야할지…–;;; 켈트어를 하나도 모르니….ㅠ.ㅠ
모게인의 인생이라는 게 참 우스워요.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는 그녀에게서 ‘어머니’를 보고, 그녀가 ‘모정’을 느끼는 남자는 그녀를 ‘사랑’하니까요. 여하튼 원하는 걸 제대로 얻은 적이 거의 없는 인생이라는…항상 뒤틀린 방식으로 손 안에 들어오죠.
Taliesin! 예전에 람감님의 블로그에서인가 본 기억이 나는군요. 국내 서점에서 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좋은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 사실 평전부터 시작하고 싶어요. 소설이나 각색을 읽기 전에 기본 지식을 먼저 갖추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서요.
모게인이란.. 모가나 르 페? 이름들.. 하나도 모르겠네요. ㅠㅠ
원래 아더왕 전설을 잘 몰라서리..
나마리에/ 예, 모르가나와 동일인물입니다. 모르가나는 여사제의 지위를 일컫는 말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잘은 몰라요….–;; 이번 걸 계기로 불핀치를 다시읽고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그다지 자료가 많지 않더군요. 시공 디스커버리가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
무려 원서셨군요;;; >.<
전 번역판을 읽었는데 굉장히 재밌게 읽었거든요. 근데 그게 제대로된 번역이 아니란 말이군요. orz
라피르/ 그게……번역판은 살 돈이 없었…….쿨럭.
재미있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