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해도 되냐? – (10) 주작, 신소재를 발명하다?

이제는 말해도 되냐? – (9) 혼성 모방과, 청룡 처로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

해명태자님께서 다음 카페 바람의 나라 무단도용 대응본부에 연재하신 시리즈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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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생각에 태왕사신기의 주작 수지니는 우리의 세류 공주님과, 우리의 날라리 왕자님 용이(둘 다 주작이지요)을 섞어짬뽕 반 가른. 캐릭터라는 것이 솔직한 감상이었다. (물론 괴유와 마로를 섞어짬뽕 반 갈라 백호 주무치를 만들었다는 생각도 들기는 들었다.) 사실은 수지니와 모두루(시납시스에 나온 이름은 모두루였다)를 보면서 바람의 나라인 줄 알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으니까.

하여간 관련된 주작들을 한자리에 모아보았다. 성향은 세류와 용이되, 애정전선은 채현을 닮았다 할까. 복잡한 여성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이 한 가지 있다.

태왕사신기의 주작은 대포와 화포를 발명한다.

물론 뭐 치우천왕이 화약을 썼다는 이야기도 들어보기는 했다. 또한 한화그룹 화약박물관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살펴보니 일본의 남방평조(南坊平造)는 태평광기에 소개된 설화에 근거하여 흑색화약이 125-144년 사이에 발명되었다고 추정하며, 중국의 조철한은 흑색화약이 동진시대(264-322)에 정사원에 의해 발명되었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마가승은 흑색화약이 당대(618-907)에 이르러 출현한 착화성이 있는 약의 형태로 발명되었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대포나 화포라는 무기로 사용할 정도가 되려면 “착화성”이 아니라 “폭발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쨌건 흑색화약의 원형은 당나라 초기에 구체적으로 화약으로서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흑색화약은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황과 목탄에 염초(질산칼륨)를 섞어 만든다. 황과 목탄은 구하기 쉬웠지만 문제는 염초로, 최무선 전기를 읽다보면 최무선이 원나라 상인에게 이야기를 듣고 부뚜막 밑, 마루 밑 등등을 긁고 다니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화약의 원재료로, 이것의 순도와 혼합 비율이 높아야 폭발을 할 수 있는데, 순도높은 초석의 확보가 쉽지 않았기에 중국에서는 초석의 유통을 엄격하게 통제했던 것이다.

이것들을 대량 생산하는 방법에 대해 문헌으로 나온 것도 15~16세기이다. 임진왜란 때 천자총통 같은 데 들어가던 화약에서 염초의 비율이 70%라고 하던데, 그 시대에 저만큼의 염초를 생산해 낼 수 있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단순 발화용이라면 몰라도.

하여간, 그래, 화약. 있다고 치자!
필요하면 역사물이랬다 빈곤하면 판타지라고 주장하는데
일단은 있었다고 쳐 주면 될 게 아닌가!

그런데, 화포는 화약만 있다고 만드나?

그래서 우리는, 일본의 수많은 영웅소설, 전국시대물, 사무라이 영화, 게다가 게임까지 두루두루 얼굴을 들이미시는, 괴이한 행적의 미남이자 영웅이었다는 설정이 붙은 이 분과 수지니를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에서 그 기괴한 청년기를 엿볼 수 있다. 미남이 빨간 글씨로 표시되어 있는 것은 개인 취향이다. 넘어가자. –;;;;;)

하여간 여기 나온 것은 역사적인 행적보다는 소설 등에 묘사된 노부나가다.

오다 노부나가로 말하자면, 흔히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젊었을 때 얼마나 “아부를 잘 했냐”고 이야기할 때 나오는, 신발을 품어 따뜻하게 하는 그 에피소드의 “주인님”이시다. (퍼퍽!) 주작 수지니가 신소재를 개발한 이야기를 하는데 왜 저 “일본놈”이 나오느냐고 묻는다면, 바로 무적의 철포, 때문이다.

->물론 담덕이 무적의 철기군을 만들고 일찍부터 대장간에서 뛰어놀았다는 말과도 연결된다.

아까 말했지만, 대포를 만드는데 화약만 중요하겠는가.

초기의 조총은, 총신이 폭발하여 사격하는 사람이 다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이유인즉, 철이 강하지 않았고, 주조기술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담덕이 굳이 모두루….. 아니, 주무치와 더불어 강한 철을 만드는데 몰두해야 할 정도의 시대-_-라면 아예 말이 되지 않을 뿐더러, 원래 저 시대의 철로도 사실 대포는 좀 무리다. 수지니가 주작이 아니라 주작 할아버지 정도 되어도-_- 대포로 적을 쏘는 것이 아니라 자폭을 하게 된다, 이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수지니 역시 철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마도 불의 주작이라 하였으니, 불의 온도를 필요에따라 조절할 수 있다거나 하면서, 어쩌면 불의 검의 아라처럼 대장간에서 머리 싸매고 앉아서 쇳물을 붙들고 씨름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로, 수하이바토르, 괴유를 골고루 닮은 모두루에게 철을 배워가면서 말이다. –;;; (아아, 상상해버렸다. 마로의 얼굴에, 괴유의 상처에, 수하이의 성질머리라니…..)

물론 주무치가 고구려의 철기를 개선하는 것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신소재인 화약과, 대포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인 철, 그리고 신병기인 대포를 사용하여 수의 함선을 증강시키기까지, 백제의 철기를 수지니가 개선했다는 식으로 나올 지 누가 아는가.

어째서 신병기에 관심을 두고 투자를 하고 전법을 개발하는 한편 손수 철포를 쏘다 못해, 함선에 장착할 수 있는 대포까지 사용한 오다 노부나가가 떠오르지 않을 수 있을까.

어차피 아라도 노부나가도, 그들이 개발한 신무기가 그 시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그들의 개발한 신무기에 철의 역사가 묻어나는 것만은 공통된다.

태왕사신기에서의 수지니가 아라를 닮을지 노부나가를 닮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솔직히 말해서…… 역사를 무시하고 굳이 저 시대에 대포로 수군을 증강시킨다는 설정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만은 사실이다. 김혜린 선생님께는 죄송하지만 차라리 아라를 닮을지라도 일본놈을 닮는 일만은 피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만은 진심이다. T_T

광개토 대왕이 주인공이신 드라마가, 일본놈(아무리 영웅이라고 해도)을 따라가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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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스토리가 어떻게 돌아가냐에 따라 “사실 우리나라는 중국의 후손이다”라는 결론도 나올 수 있는 시놉인걸요…..-_-;;;;; 일본놈 따라가는 게 대수겠습니까.
그건 그렇고…..담덕이 좋은 칼을 만들러 좋은 철을 찾아다니는데 백제는 수지니의 도움으로 화약과 대포라…….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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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해도 되냐? – (10) 주작, 신소재를 발명하다?”에 대한 9개의 생각

  1. eponine77

    제가 모 동호회 모임을 나갔다가, 지금 태왕사신기 제작준비가 착착 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속이 뒤집히는 줄 알았습니다. 저도 제작자체가 중단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이 되네요. 사람들이 화제로 올리는 것이 ‘광개토대왕역에 권상우가 유력하대 어떻해’가 아니라, 이 문제로 떠들어야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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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핑백: 현미설록차의 역습

  3. lukesky

    Mushroomy / 예, 제발 좀 말이죠. -_-;;;; 아니면 좀 "제대로" 만들든가.
    eponine77 / 뭐, 그렇게 난리 쳐 가면서 돈을 긁어모았는데 제작준비를 하고 있지 않으면 매우 곤란하겠지요. 스튜디오가 안 굴러갈테니까요. 저도 그런 내용 읽을 때마다 화가 납니다. 그래서 화제를 근본적인 문제로 끌고 올라가려고 노력하지요. 간혹 "베끼면 어때? 잼있음 되지"라는 개념없는 인간들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지그문트/ 재료들을 섞어 끓이면 짬뽕이겠지만 다른 음식들을 가져다 섞으면 개밥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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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momiji

    개밥되는데, 서 웃고 싶었는데..웃음이 나오지 않네요. 중국이 고구려를 아예 먹으려는 상황에서 왜 ‘제대로’ 정직하게 만들 생각을 못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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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Mushroomy

    지금 보니…. 채현이 아라같은 점도 있네요. 아사가 아직 해조와 이혼하기 전에는 첩으로 들어갔었으니. 그리고 해조가 떠난 후에 아라가 정부가 되죠. 저기 저 담덕도 저 부분에선 아사 같은 게, 대조표 중 채현의 마지막 부분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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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lukesky

    momiji/ 왜냐하면 중국에 드라마를 팔아먹어야 하기 때문이죠. -_-;;;;
    Mushroomy/ 불의 검에서도 많이 가져온 것 같았습니다, 저 로맨스 소설의 경우는. -_-;;; 그 작가의 단편이 단적인 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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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핑백: 루크스카이,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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