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란, 바로 그 인간 자체를 가리킵니다. 굳이 철학이나 언어학까지 들어갈 필요 없이, 자신의 생각을 어떠한 형태로 발로하느냐는 그 인간 자체의 독특한 성질에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말’이란 곧 생명이며, ‘힘’이지요. 그래서 한 인간을 판단할 때 말과 글은 커다란 기준이 됩니다.
‘제기랄’과 ‘빌어먹을’을 입에 달고 다니는 인간으로서 할 말은 아닙니다만, 전 욕설을 싫어합니다. 적어도 다른 인간을 비난하는 용도로는 말이죠. 욕은 ‘저주(curse)’를 담고 있는 말입니다. 따라서 욕설은 상대방을 가장 직접적으로 저주하는 행위입니다. 굳이 허수아비를 만들어 한밤중에 못을 박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죠. 그래서 저는 아무렇지도 않게 누군가에게 상소리를 갖다 붙일 수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친근함의 표시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다른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도요. 예, 제 선배 가운데에도 친근감가게 욕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무리 들어도 기분 나쁘지 않는 참 묘한 말투죠. 하지만 그 선배도, 후배를 향해 ‘욕’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 ‘상황’에 대해 저주를 퍼붓죠. 그래서, 욕쟁이 할머니네 집에는 결코 가고 싶지 않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서비스 안 좋기로 유명한 중국집에 사람들 줄이 광장을 한바퀴 돌고 남는다고 해도 가고 싶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점잖은 얼굴을 하고서 자기한테 잘못한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상소리로 비난할 때, 평소에 모범을 보여야할 교사나 스승의 입에서 욕설이 비져나올 때, 저는 잠시 당황합니다. 결국 저 인간은 저 정도밖에 안되는 사람이었나 하고 말이죠. 배설의 카타르시스고 어쩌고 해도, 하루 종일 하면 설사고, 화장실이 아니라 아무데서나 하면 변태소리를 듣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런 식의 욕은 상대방을 깎아내림으로써 자기 자신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나오지만, 결국은 스스로의 인격을 무시해도 좋다는 신호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상대를 무시하고 비난하고 욕하는 태도는 스스로가 열등감이나 위기의식을 느낀다는 의미니까요. 수많은 악플러들이 이런 류에 속하겠지요.
상스러운 욕이 아니라, 우아한 욕설을 만나면 나름대로 존경심이라도 생길텐데 말입니다.
반대로 저는 그런 걸 잘 못해서 속에 쌓아두기만 하는데 이거 병될지도…
욕도 언어의 일부인지라 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지요. 공장 노동자라든가 하는 최하층 사람들은 이미 자신이 하는 욕의 본래 의미조차도 알지 못하면서 입에 욕을 달고 사는 경우도 잦답니다. 예를 들어 어느 아주머니가 일이 힘들다고 "X빠지네."라는 욕을 하는 걸 보면 웃음밖에 안나오죠.
욕의 본래 의미를 알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비난받아야겠지만,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군대에서, 혹은 가정에서 저절로 학습되어버린 입버릇이나 다름없는 욕이라면 그건 가르침을 통해 수정되어야 하는 ‘병’이지 않을까요.
욕은 아주 가끔씩 해야 상대에게 타격을 주는 것…
너무 자주 하면 오히려 자신에게 타격이 되지요.
욕을 하면 욕을 듣는 상대방이 더러워지는 게 아니라 자기 입이 더러워지는 거라는 말 좋아해요. ^^
맞아요. 무분별한 욕설은 오히려 그 사람에 대한 반감만 가져다 줄 뿐…[…]
rumic71/ 사실은 저도 그렇습니다. -_-;;; 그래서 젠장을 달고 다니는지도 모르죠.
ㅁAㅁ / 적어도 자기가 하는 말의 의미는 잘 알고 있어야 할 텐데 말이죠. 욕은 없어지는 게 불가능할 거라는 건 인정합니다만, 해야할 때가 있고 말아야할 때가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썅" 소리 달고 다니는 걸 보면 눈살이 찌뿌려지는 것과 비슷한 거죠. 사실 어떤 경우든 욕설은 미화할 수는 없는 겁니다.
지그문트/ 맞아요, 아주 ‘가끔만’ ^^* 평소에 온화한 사람이 화내면 무서운 것처럼 말이죠.
Mushroomy/ 평소에 고상한 척 하는 사람들이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해서 욕하는 것도 정말 짜증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