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신전’ 중에서….

주여,
제게 희미한 빛이라도 주옵소서.
밤에 날아다니는
개똥벌레가 내는 만큼의 빛을
이 생애를 통하여 주시옵고
또 인도하소서.
단 하루밖에 지속되지 않는 이 꿈,
거기에는 만나야 할 숱한 것,
웃어 넘겨야 할 많은 것,
그런 것들이 도사려 있습니다.
그런데
여느 변속한 사람들은
그 돌길을 즐겨 걷고,
또한 이 길을 따라
자꾸자꾸 뛰어가고 있습니다.

– “달의 신전’ 중에서….

김진 선생님의 수많은 작품들을 좋아하지만, 손에 못 넣은 미련이 있어서인지, ‘달의 신전’과 ‘신들의 황혼(라그나로크)’은 개 중 특별합니다. ‘신들의 황혼’은 제가 처음으로 접한 김진 님의 작품이고, 달의 신전은 그 두번째 작품이거든요. 전자는 제게 순정만화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게 만든 녀석이고, 후자는 그 발을 한층 더 깊게 들여놓게 만든 녀석입니다. 한참 주변과의 거리감에 지쳐있던 어린 여자아이에게는 망치로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한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지요. 그 뒤에는 몽롱한 부유감이 덮쳐왔고 말입니다. 너무나도 현실에 가까워서 현실이 아닌 듯한, 몸 전체가 공중에 떠 있지만 그 살갗에는 싸늘한 소름이 돋아 있는 그런 느낌. 아마 한눈에 반한다는 게 그런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워낙 이 두 작품을 본 지가 오래되어서 지금 보면 또 어떤 기분이 들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그정도로 감동받고 자시고 할 영혼이라는 게 과연 남아있는지도 의심스러운 실정이니까요.

덧. 상자 만들기,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전뇌인간님. ^^*

‘달의 신전’ 중에서….”에 대한 6개의 생각

  1. 현미설록차

    우아아 달의 신전!! @@ 제 꿈의 책이랍니다. 어째 달의 신전하고 신들의 황혼은 재판조차도 안 되는 것인지…갠적으로 어찌보면 바람의 나라보다 더 좋아했던 진님 작품이건만… 저도 두 책을 정말 보고 싶은데 말이죠.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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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지영

    저도요! 저도요! 저는 달의 신전을 제일 처음 보고 그 다음에 신들의 황혼을 봤어요! 다시 보고 싶은데…. 재판 안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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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lukesky

    세이/ 앗, 이글루로 옮겨오셨군요. ^^* 음 달의 신전은 이제 구하기가 많이 어려울겁니다…ㅠ.ㅠ
    현미설록차/ 신들의 황혼은 ‘라그나로크’라는 이름으로 한번 출간된적 있습니다만…..못구랬지요. 그 두 작품은 확실히 대본소 용 이외에는 출시된적이 없습니다. ㅠ.ㅠ 정말 꿈의 책이죠. 크윽….
    지영/ 오, 저와 순서가 반대시군요! 지영님 뭔가 정말로 저와 통하는게 있는 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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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체샤고양이

    달의 신전과 신들의 황혼도 기회 닿으면 꼭 보여드려야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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