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파일로 반스는 그리 좋아하는 탐정이 아닙니다. 책을 한번 읽고 나면 골치가 아프다고나 말까요. 작가가 워낙 박학다식한 인간이라, 이 현학적이고 잘난 체 하는 주인공은 물론 그 친구들마저도 프랑스어와 라틴어, 그리스어를 이것저것 섞어 쓰는 게 취미거든요. T,T [평범한 번역자의 입장에서 보면 배경 지식이 엄청나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골칫거리입니다.]
게다가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그 긴 시간 내내 고수하는 ‘나는 다 알고 있으나 알려주지 않겠네’의 태도는 그나마 사건이 짧은 홈즈나 푼수에 귀여운 포와로와 비교하면 울화통을 터트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항상 바보취급 당하는 불쌍한 매컴 검사의 등을 토닥거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달까요.
돈 많은 한량에 삐뚤어진 성격, 사람을 비웃는 듯한 냉소적인 말투, 으스대는 듯 한없이 뿜어져 나오는 문학, 미술, 예술 분야에 대한 지식, 평소라면 무지 좋아할만한 타입이지만, 반스를 읽고 나면 “이런 제기랄, 필립 말로우로 정화해야 해, 벅벅벅!”을 울부짖게 됩니다.
결정적으로, 파일로 반스는 한꺼번에 두세 권만 읽어도 체력 소모가 심해서 나가 떨어지게 됩니다. [크리스티 소설은 여섯 개를 연속 읽어도 정신적으로 ‘몽롱할’ 뿐 ‘지쳤다’는 느낌은 안 드는데 말이죠] 반 다인의 특징은 수많은 정보를 정신없이 던져주지만 그 대부분이 쓸모없는, 연막이라는 겁니다. 다른 추리소설들이 몇 가지 단서를 하나씩 찾아내는 데 중점을 둔다면, 그리고 스쳐지나가듯 언급한 것들을 알아보도록 독자들에게 도전한다면, 반 다인은 셀 수 없이 많은 단서들을 던져주고 그 중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골라보라고 말합니다. 구별하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경찰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대부분 쓸모없습니다.” -_-;;;;;;;;;;;; [제기랄, 난 매너리즘에 빠졌어. T.T]
여하튼, 그래도 책이 나온다는 게 어딥니까!!! 으음, 개인적으로는 추리소설이 하드커버가 아니라 문고판으로 나와 줬으면 좋겠는데요. [방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습니다. 황금가지, 이게 다 당신 탓이야!!!] 동서추리소설은 종류도 많고 다 좋긴 한데…..번역이 -_-;;;; 제 머릿속에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 않게 남아있습니다. 혹시 누구 제 편견을 바꿔주실 분 안 계십니까? T.T
덧. 하도 장르소설만 읽어댔더니 인문과학사회 쪽이 그리워지고 있습니다.
덧2. 혹시 전에 한 포스트를 제일 위로 올리는 방법 알고 계시는 분 없습니까? 혹시 포스트 시간을 뒤로 밀면 되는 건가요?
* 이미지 출처는 yes24입니다.
포스트 시간을 2005년 2월 15일 정도(예 : 어쨌든 자기가 걸어놓고 싶은 날)까지 지정을 해보면 돼요.
해문출판사에서 반 다인 시리즈가 또 따로 나오고도 있답니다.드래곤 살인사건이나 카지노 살인사건 같은(동서에선 안 나온 것들이에요)그리고 약간 늦었지만 링크신고합니다.
우유차/ 땡큐!
체셔/ 으흐, 세권 다 고히 모셔놓고 있습니다. 저렇게 불평을 하면서도 미친듯이 긁어모으고 있죠..ㅠ.ㅠ
앗, 링크 감사드립니다. 저도 신고합니다!
미친듯이 추리소설 의뢰만 들어오고 있어요 흑흑
아무래도 대세는 추리-_-;;;
viviene/ 게다가 다빈치 코드 때문인지 역사추리소설이 쏟아져나오더군요.
아하하…그래도 귀여운 구석이 눈꼽만큼정도는 있습니다. 아마도요.(;;;;;;)
벤슨 살인사건….반스에게 결정적으로 빠지게 된 계기가 된 책이군요….-_- (그런데 왜 이런 표정이 지어질까요..;;;;)
아주…귀엽지 않은 건 아니죠…ㅠ.ㅠ 뭐, 저런 인간이 징징대면 나름대로….-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