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모임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클럽이라는 곳에 가 보았지요.
제 나이를 생각하면 ‘처음’이라는 게 참 어색하기도 합니다만
대학교 2학년 때 록카페 이후로 처음입니다, 이런 곳은.
들어가자마자, 심장을 울리는 듯한 쿵쾅 소리가 귓전을 때리더군요.
심장이 약한 사람은 잘못하면 심장마비로 실려가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바닥은 리듬에 맞춰 마치 멀미라도 일으키는 듯 들썩거리고
눈이 먼게 아닐까 순간적으로 덜컥 겁이 날 정도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이킥 조명과 바닥에서 흘러나오는 연기 덕분이었죠.
전 개인적으로 시끄러운 곳에 무더기로 몰려가는 것을 싫어합니다.
소음은 대화를 할 수없게 만들고, 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모임을 가질 필요도 없겠죠.
전 사람이 북적대는 것도, 살을 부대끼는 것도, 이성을 잃는 환경에 처하는 것도 싫어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신이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주변에 동화되어 자신을 잃는 것을 싫어합니다.
확실히, 클럽이라는 곳은 “대화”가 필요없는 곳이더군요.
적어도 “말의 대화”가 필요없는 곳입니다.
그곳은 “몸”으로 대화하는 공간입니다.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대신 몸을 흔들고 부딪치고 문지르며 대화를 나누더군요.
참으로 격렬하고 정신없는, 무아지경의 상호작용이라고 할까요.
이심전심, 눈을 마주치지 않고 발과 팔의 동작만으로도 서로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 몸의 대화는 상대방이 뭐라고 하든 용납할 수 있고, 상대방이 뭐라고 하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놀랍더군요.
다들 평소에는 보지 못할 정도로 관대해지니까요.
집단최면…이라고도 불러야할까요, 그 정도면.
클럽은 현대의 카니발입니다.
저 자신으로서는 기술의 힘- 의도적인 음악과 의도적인 조명-을 빌려서야만 그런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는게 조금 슬프긴 합니다만,
어째서 사람들이 클럽에 중독이라도 된 듯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그곳에 달려가는지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덧. 감정을 폭발시키고 그렇게 평소와 달리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험은 좋은 것입니다만,
아무래도 제 체질은 혼자 방에 앉아 요가나 명상을 수행하는 쪽인 듯 합니다…
그 와중에서도 문득문득 긴장을 풀면 주변을 돌아보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는 저 자신을 느끼곤 했거든요. -_-;;;
덧2. 오늘 아침 일어나보니 온 몸이 찌뿌둥둥, 어깨는 결리고 발바닥은 아프고 팔에는 멍든 상처가 있고 머리에는 혹이 났습니다. -_-;; 역시, 평소에 운동을 좀 했어야….ㅠ.ㅠ
덧3. 이런 제길, 드디어 외국애한테까지 “넌 너무 쿨해서 남친이 없는거야”라는 소리를 들었다…으아아아아아아아아!!!
가면- 참 시끄러울 거 같아요. (;;;)
광란도 그걸 버텨낼만한 건강이 있어야 하는 거니까요…
20대 초반에 한 번 가보고 나의 길이 아니라고 포기한 곳..
스카이/ 진짜~~~~ 시끄러워요. -_-;;;
잠본이/ 역시, 뭐든 체력이 먼저 따라줘야한다니까요…ㅠ.ㅠ
파벨/ 나의 길도 아냐 -_-;; 으흑, 넌 그래도 빨리 겪었구나….
그런 휩쓸리는 분위기에서 제정신도 못 차리는 곳은 정말 싫더군요.
너무 진지한거 아냐. 가끔 가서 적당히 놀다오면 재밌던데.. 나와서 출출할때 떡볶기 먹는 재미도 좋고.. 근데 어딜 간거냐. 20대 후반 취향에 어울리는 곳도 있어 찾아보면.. ㅎㅎ
일레갈/ 제 체질은 아니었어요..ㅠ.ㅠ
현진/ 뭐 적당히 놀면 재미있다는 건 확실히 인정하겠지만, 역시 내가 갈 곳은 아니라는 느낌일까…ㅠ.ㅠ 근데 거기서 나와서 떡볶이를 먹어? –;; 새벽 세시에 나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