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말입니다, 상상력이 제로인데다 기본적으로 원작 절대주의자고, 더구나 말투가 딱딱해서 달달한 연애모드는 죽어도 안되는지라 슬래쉬는 죽어도 못씁니다요. 그런데 수뇌 슬래쉬 팬픽을 미친듯이 찾아 읽다가 한밤중 온몸에 서역누님들의 기운을 충만히 받아 “지금 이 상태라면 나도 쓸 수 있을 거야! 나도 쓸 수 있어!!!”라고 한껏 들뜬 기분으로 생전 처음 드디어 슬래쉬에 도전!!!! [대단하다 샘딘파워!] 했단 말이죠.
하느님부처님예수님알라님 그리고 남자에 환장한 오노님 저를 도와주세요.
그래, 일단 씬부터 만들고 보자. 이 두 놈들을 엮으려면 어케 해야하지? 죽어도 맨 정신에 입술박치기 할 놈들이 아니니까 먼저 술을 무진장 먹여서 판을 깔자! 그리고 역시 구도는 샘이 딘을 덮치는 게지, 으하하하하하! 할수 있어, 그래, 나도 할수 있어!
그리하여, 일단 시도.
고개를 들자 얼굴이 하나 있었다. 익숙한 얼굴, 그리운 얼굴. 샘은 두 눈을 깜박였다. 하얀 얼굴 위로 슬픈듯한 미소가 퍼져나갔다. 닿고 싶어. 샘은 생각했다. 만져보고 싶어. 샘은 무심코 몽롱한 손을 들어 올렸다. 닿고 싶어. 손 끝에 무언가 따뜻한 게 맞닿았다. 상대는 얼굴을 약간 찡그렸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축축한 숨결이 손바닥에 닿았다. 저릿한 기운이 손 끝을 타고, 손가락을 타고,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더. 샘은 생각했다. 더 가까이 닿고 싶어. 무한한 충동이 그의 심장을 펌프질했다. 더, 더, 더. 샘은 손을 뻗은 채 무거운 몸을 기대며 상대의 따뜻한 숨결을 찾아 고개를 기울였다.
퍽!
………퍽? 아니, 잠깐. 잘 나가다가 왜 퍽?
딘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샘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
………응? 이게 아닌데. -_-;;;; 아니 물론 딘이라면 아무리 강아지눈이라도 거대한 샘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면 먼저 주먹부터 휘두를 놈이 맞긴 하지만 이러면 안 되는데. 보통은 그냥 당황하는 데서 끝나지 않나. 음, 하지만 뭐 처음이니까, 당황해서 주먹이 나간 걸 거야. 게다가 여기서 물러나면 샘이 아니지.
왼쪽 뺨이 얼얼했다. 그러나 알코올은 이미 샘의 온 몸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고, 눈 앞의 얼굴에 닿고 싶다는 욕망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샘은 다시 고개를 기울였다.
퍽!
………..또 퍽???
딘은 다른 쪽 주먹으로 샘의 얼굴을 후려쳤다. 온 몸이 뒤로 밀려날 정도로 강력한 한 방이었다. 딘의 얼굴은 온통 일그러져 있었다.
응? 어라, 저항이 너무 센데. 아니 물론 딘이라면 샘이 저런 이상한 짓을 하면 두번 세번도 팰 수 있는 놈이지만 그래도 이러면 안 되는데. 샘한테 못이기는 척 넘어가야 하는데.
그리곤 샘의 배를 걷어차서 엉덩방아를 찧게 한 다음, 자근자근 밟기 시작했다.
……..어어어어어어엉???? 아니 잠깐, 왜 이런 전개가 되는 거지. OTL 물론 딘이라면 이런 일이 생기면 샘을 자근자근 밟고도 남을 놈이지만 그래도 나 지금 슬래쉬 쓰고 있는 중이라고. ㅠ.ㅠ 야, 야, 내 말 좀 들어. 나 지금 슬래쉬 쓰는 중이라니까? 좀 시키는 대로 해 보지??
안 되겠다. 역시 딘 녀석은 말을 안 들어. 청개구리 같은 놈. ㅠ.ㅠ 순둥이 샘은 작가 말을 잘 들을 거야, 흑흑. 그리고 딘은 몰라도 샘이라면 이런 짓도 할 수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게다가 한 번 마음 먹으면 죽어도 끝장을 보는 성격이잖아. 원래부터 감정적으로 딘을 밀어붙이고 몰아붙이는 게 특기인데다 떼 쓰는 것도 일품이고. 거기다 몸집도 우람….크하하하하핫, 그래, 덮쳐라, 쌔미야, 짐슴이 되는 거다!!!
“끄응.”
샘은 얼얼해진 턱을 감싸 안고는 한쪽 발을 들어 올린 채 씩씩거리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형을 바라보았다.
“아.”
“야, 이 새꺄, 꼬장 좀 작작 부려라. 엉? 새미, 너 이러다 나중에 철창간다. 제발 곱게 취하면 어디가 덧나냐. 이거 뭐 한 두번도 아니고, 아주 술만 마시면 계집애처럼 앵겨 붙어요. 아무한테나 들러붙는 버릇 고치지 않으면 평생 여자들한테 미움 받을 거다. 지금껏 어떻게 여친 만들고 산 거냐, 너.”
“형, 나 취했어.”
“………..보면 안다.”
“제길.”
샘은 휘청거리는 몸을 가까스로 일으켰다. 딘은 팔짱을 낀 채, 끙끙거리며 화끈거리는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는 동생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어처구니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샘에게 다가갔다.
“넌 그만 자라.”
“어.”
………….”어”? “어”? 아니, 잠깐 거기서 그런 반응을 하면 안 되는데?
딘은 샘의 겨드랑이 아래 팔을 넣어 동생의 무거운 몸을 부축하더니 욕실에 가까운 쪽 침대에 내동댕이쳤다. 침대가 비명을 내질렀다.
“으….취했다.”
샘은 사지를 널브러뜨린 채 한숨을 내쉬었다.
야, 덮치라니까. ㅠ.ㅠ 취했다고 늘어져 있지 말고, 제발 좀 덮쳐봐. ㅠ.ㅠ 아니 물론 샘이라면 형한테 두 번이나 주먹질 당했으면 깨갱하고 포복하는 게 정상이긴 하지만, 그렇지만………ㅠ.ㅠ
계집애 같은 자식.”
“머저리.”
………끝? 이게 끝? 장면 끝난 거야? 둘이 따로따로 자러 간겨???
제기랄, 첫번째 시도, 무참히 실패. ㅠ.ㅠ 엉엉엉, 엉엉엉. 줄창 인물 분석만 해 댔더니만 이런 상황에서 애들 행동 패턴이 이렇게밖에 안 나와요, 엉엉엉. ㅠ.ㅠ 나도, 나도 화끈한 거 써보고 싶은데에, 엉엉엉. 아 난 왜 이렇게 상상력이 부족한 거야. 왜 이렇게 감정도 메마른 거야. ㅠ.ㅠ 나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장면 써보고 싶다고, 흑흑흑.
역시 평생 다른 분들 연성물에만 매달리며 “제발 써주세요!”를 빌어야 할 운명인겐가. 이 무능력자같으니…,ㅠ.ㅠ 자급자족도 못하는구나, 크어어어어어어어억.
제대로 살려놓은 캐릭터는 작가 말을 안듣습니다. 저도 경험이 있어요.
게다가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제 캐릭터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놓고 있으니까요. 온전히 제거면 굴리기라도 하죠.
본편보다 사이에 들어가는 코멘터리가 더 재미있군요(……OTL)
저건 본편도 아니에요..ㅠ.ㅠ 흑, 모든 게 다 제 머릿속에서만..ㅠ.ㅠ
아니 저는 이런 미묘한 갈등도 좋은데요. 때론 노골적인 것보다 이렇게 알듯 말듯 은근한게 더 미치는걸요. 저는 이걸 거름삼아 또 망상질을 오홍홍~~사족이지만 저같은 경우 한두잔 걸치면서 ㅇㄹ물을 미친듯이 봅니다. 그리고 앉아있으면 두뇌가 노곤노곤 녹아서 술술 써지더라구요. 물론 그때 두다다 써야지 술 깨면 그대로 막힙니다. 으히히
은근슬쩍한거 좋죠. >.< 근데 요즘은 하도 서역누님들 것들만 읽었더니만…쿨럭.
술, 술이 필요한 거였군요. 엉엉엉.
아이고 배야. 웃다 죽을 뻔했어요. 캐릭터가 완벽해서 합이 안 나오는군요. 이런 경우엔 악마가 나타나서 인질을 잡고 "너희 둘이 XX하지 않으면 네 아버지/여자/길가던 아이(등등) 를 죽이겠다." 라고 협박을 한다든가… (넌 뭘 상상하는 거야;;;; ^^)
ㅠ.ㅠ 처음 시작을 아무리 벌려봐도 애들이 더 이상 나갈 생각을 안 해요.
아, 협박……협박이라는 좋은 방법이 있었군요!
그러니까 딘이 덮치는 거야! -_-;;;;;
그게….딘은 시도 자체를 안 하더라고. ㅠ.ㅠ 샘은 은근슬쩍 딘 꼬시는 게 되는데, 딘은 그게 안 돼…ㅠ.ㅠ
ㅋㅋㅋ아놔 이런 능력쟁이..ㅋㅋㅋㅋ
저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전.. 그래서 아예 애들이 애들이 아닙니다..ㅠㅠㅠㅋㅋㅋ 그래서 민망할 뿐이에여..ㅠㅠ 이게 뭔지..ㅠㅠㅋㅋㅋ
아흑, 정말이지 "얘네들은 다른 애들이다, 다른 애들이야"라고 세뇌를 하는데도 아직 그 경지까지 못올라갔어요. ㅠ.ㅠ 너무 힘들어요, 흑흑흑.
우하하하하하! 걱정하면서 보다가 배꼽 잡았어. Nice try!
난 좌절했다!!! ㅠ.ㅠ 시도했는데 무참히 실패하다니!!! 커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