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내추럴 1시즌 20화 “Dead man’s blood”는 무척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파파존이 본격적으로 두 형제에게 참가하여 삼부자가 평소에 어떤 관계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에피소드거든요. 평소에 아버지에게 불만이 많은 샘은 아버지를 만나자마자 반항 모드로 돌입하고, 형인 딘은 그 사이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두 사람을 중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죠.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이었고, 제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바로 이겁니다.
아버지가 서쪽으로 뱀파이어를 쫓아가자고 말하자,
샘은 늘 그렇듯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따져 묻습니다.
아버지는 증거를 내보이며 둘째 아들의 입을 다물게 한 다음,
자신의 차로 이동하면서 딘에게 임팔라를 제대로 손보라고, 이렇게 험하게 다룰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주는 게 아니었다고 핀잔을 주지요
딘은 아버지의 말에 머쓱한 태도로 눈을 떨구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샘은 허탈하고 약간은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작진에게 감탄한 작은 일화였습니다. 짧은 장면 하나로 파파존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그 동안 딘이 어떤 상황에서 자라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죠.
아마 형제가 있는 분들은 이런 경험을 자주 해 보셨을 겁니다. 부모님이 자식 하나와 말다툼을 하거나 잘못을 나무란 뒤, 한참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에서 옆에 있는 다른 자식에게 아무 일도 아닌 걸로 트집을 잡으며 짜증을 내고 화풀이를 하는 것 말입니다. 다른 형제의 행동 때문에 괜히 가만히 있는 다른 아이에게 불똥이 튀는 거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그러한 관계는 대부분 일방적입니다. 화를 돋구는 놈은 언제나 그 놈이고, 옆에서 뺨을 맞는 놈은 또 언제나 따로 있지요.
이 세사람의 역학관계도 늘 그런 식이었을 겁니다. 샘은 9살 크리스마스 이후로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기 시작합니다. 딘은 끊임없이 좋은 아들이 되기 위해 노력했을 테고요. 이런 식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때마다 딘은 아무말 없이 고개만 떨구었겠죠.
개인적으로 이런 딘의 상황을 생각하면 무척 가슴이 아프고 파파존이 조금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아버지의 심정도 이해가 갑니다.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감정을 추스리기란 어려웠을 테니까요.
저는 “수퍼내추럴”의 이런 부분이 좋습니다. 지나치게 말랑말랑하지 않고[후반부는 조금 다르지만] 현실적인 가족 관계가 언뜻언뜻 드러나거든요. 어린 딘은 동생에게 짜증을 내고 집 밖으로 뛰쳐나가지만 그랬다가도 한숨을 쉬며 돌아와 동생을 챙겨줍니다. 다 큰 두 아들은 가끔 서로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며 주먹다짐을 하고요. 형은 일부러 동생의 화를 돋우고 놀리고 이죽거리죠.
아버지가 사라지고 딘의 절박함이 가중되는 2시즌은 별도로 치고, 1시즌에서 샘은 형에게 불평을 늘어놓고 가끔 폭발도 하지만 딘이 조금만 강력하게 나오면 속으로 투덜거리고 이를 악 물면서도 늘 복종합니다. 아무리 성질머리가 고약하고 반항기가 다분해도 결국 동생은 지고 들어가게 되어 있거든요. 특히 나이 차가 네 살이나 날 때는 말입니다.
이 사람들, 형제의 역학관계를 정말 잘 알고 있어요. ㅠ.ㅠ
시즌 3에 나온 딘의 무의식을 보면 아버지에게 쌓인 감정이 많다는걸 알 수 있죠. 평생을 아버지에게 복종하면서 살아왔고 동생이 태어난 후에는 부모의 애정을 빼앗겼을테니까요. 파파 존도 늘 동생을 보살피라고 하지만 사실은 딘을 더 사랑했을거라 생각합니다. 샘은 죽이라고까지 하면서 딘을 위해서는 자기가 희생하니…;;; 팬픽들을 보더라도 샘은 윈체스터 가문의 일원이라기 보다는 이질적인 존재에 더 가까운거 같아요. 어찌보면 모든 일이 샘 때문일수도 있고…그래서 결국에는 다 죽고 본인만 남게 되는데 그게 또 가장 큰 고통이자 형벌일듯…
저렇게 자랐는데 아버지에게 쌓인 게 없었다면 딘은 성인군자죠. -_-;;;; 전 존이라면 딘이 아니라 샘이 위험에 처했더라도 자신을 희생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파파존도 워낙 외골수인 인간이라 그 방법 밖에 알지 못했던 거예요. 아, 이 아저씨 이야기도 언젠가 해 보고 싶군요.
저도 사실은 딘이 죽고 샘 혼자 남는 결론을 상당히 지지하고 있어요. 물론 가장 좋은 건 해피엔딩이겠지만 역시 딘이 희생하고 샘이 살아남는 게 훨씬 애틋한 스토리가 될 테니까요.
안녕하세요. 좋은 글 봐오다가 처음 인사드립니다. ^^
이 글에도 공감을 많이 느끼게 되는데, 전 딘이 샘에게 "너 내 동생 맞냐?"하고 놀라다가 "역시 내 동생이야’하고 씩 웃는 장면이 참 맘에 들었었습니다.
멋진 분석글 잘 읽고 갑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딘과 샘의 티격태격은 화를 냈다 풀어지고, 또 딱히 정색하고 사과를 하거나 말랑말랑한 말들을 늘어놓지 않아도 늘 자연스레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진짜 가족 같아서 좋아합니다.
쇠나무 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오랜만이에요, 루크스카이님 ^^
저도 요즘 수퍼내츄럴 보기 시작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제가 장녀고, 밑에 동생이 있는데, 그 덕분에 딘을 볼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요. 어떻게 저렇게 장남이나 장녀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부담감? 그런 걸 그렇게 잘 집어냈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였어요. 무엇보다 샘도 형에게 가끔 보여주는 열등감 아닌 열등감도 가끔 제 동생에게 봤던 거라 또 놀랐구요. 자매보다도 친구처럼 지내는 편인데 제가 다 받아주다가 가끔 소리 지르면 동생이 투덜대면서도 따라오고, 그 뒤에 미안해서 꼭 실없는 농담이라도 던지고 하는데 앞에서 딘하고 샘이 그러니까 수퍼내츄럴이 드라마가 아니라 그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현실같더라구요.
정말… 말씀처럼 형제자매의 역학관계를 너무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ㅠㅠ.
으핫, 보고 계시는군요!!! 어제 폭스 TV에서 1시즌이 끝났어요…ㅠ.ㅠ 2시즌도 해 주는 줄 알았는데, 흑, 안해 주더라고요.
이 형제 관계는 씹으면 씹을수록 감칠 맛이 납니다. 가만 보면 정말 저 관계가 자연스레 몸에 밴 사람이 아니면 소소한 면에서까지 이런 분위기를 낼 수 없었을 텐데..라는 감탄사가 나온다니까요. 그렇죠,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어느 한도까지 받아주다가도 자기 주장을 강력히 내세우면 동생은 투덜대면서도 깨갱하고 결국 윗사람을 따라가게 되어 있지요. 어쩌겠어요, 태어나자마자 그렇게 살아온걸요. ㅠ.ㅠ
와하하. 이 글을 보니 생각났는데, 제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부분은 한 쪽이 강하게 나올 때 상대방이 보이는 태도였어요.
두 사람 사이에 의견차가 있을 때, 딘(형)이 강하게 나오면서 의견을 굽히지 않으면 두 사람은 잠시 싸우지만 결국 샘(동생)이 굽히고 들어가잖아요. 게다가 샘은 딘의 의견을 한번 받아들이면 거기에 승복하고, ‘복종’하고요. 반면 샘(동생)이 강하게 나왔을 때 딘(형)은 일단 짜증을 내면서 그 의견에 동의하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안으로 품고 있고요. (아버지를 구하러 갈 때 몰래 총을 들고 간 것도 그렇고, 호텔 에피소드에서 샘이 약속해달라고 강요(?)했을 때 일단 알았다고 한 것도 그렇고요.)
이런 거 보면 제작진들이 캐릭터가 자란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성격과, 기본적인 형제의 역학관계를 정말 잘 섞어놓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네요 ㅠㅠ
(그나저나 슈퍼내추럴 때문에 저 수면부족에 시달린다구요.. 살려주세요 ㅠㅠ)
응응! 바로 그런 거! 물론 딘은 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긴 하지만 형제라는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언제나 형이야. 동생은 파일럿에서부터 형에게 어떻게든 반항하려고 발버둥치지만 결국엔 항상 꼬리를 내리고 따라가거든. [물론 성격적으로도 ‘어휴, 차라리 내가 지고 말지’라는 부분도 있지만] 원래 부모님한테는 반항해도 형제자매끼리는 묘한 동질감이 있잖아. ^^ 다시 말하지만, 저 역학관계는 형제로 태어난 순간 결정되어 자라나는 내내 더욱 강화되는지라 웬만해서는 뒤집을 수 없지. 어찌보면 샘도 참 불쌍한 캐릭터야. ㅠ.ㅠ
(그나저나 나도 그 단계를 이미 겪었으리라는 생각은 안 해 봤누? 난 지금도 팬픽 읽느라 수면부족에 시달린다고. ㅠ,ㅠ]
폭스 채널에서 하는 수퍼 내추럴을 가끔가다 보게 되는데, 어제 이 아저씨가 나오시더라구요… 순간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병석에서도 이지를 꼬시던 분’ 이란 타이틀이 머리속을 지나가더라구요…^^;;;
앗, 저도 그레이 아나토미를 안 봐서 몰랐는데 얼마 전 우연히 지나가다 보고 깜짝 놀랐었어요!
http://suncat.egloos.com/4732737
내년 2월 출간이라는데 문제는 환율이(…………….).
-_-;;;;; 전 가끔 제 취향이 지나치게 일관적이라는 데 전율합니다.
악, 이게 문제가 아니에요. 지금 스타워즈 백과사전이랑 루크 만화도 환율 때문에 일단 스톱이라고요, 제기랄. 두달만에 이렇게 될줄은 정말 꿈도 못꿨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