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싸!!
예매권을 얻어 공짜로[헤헤헤, 헤헤헤]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영어로 보면 운율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제목이지만, 그래도 역시 입에 쩍쩍 달라붙는 건 “한밤의 식육열차” 쪽이군요.
아주 짧은 단편을 각색한지라 등장 인물과 그 주변 구도를 약간 복잡하게 늘렸습니다만 [그래도 1시간 반에 불과합니다] 전체 스토리는 결말까지 살아있습니다. [전 사실 이걸 보고 싶었어요.] 원작을 안 읽은 분들은 마지막에서 조금 “뜨어” 하실 것 같군요. 그게… 그 전까지만 보면 도시의 지하에서 벌어지는 꽤 현실적이고 괜찮은 스릴러거든요. [이건 제가 보기엔 호러라기보다는 스릴러에 더 가까웠습니다] 거의 히치콕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요.
두근두근 하는 맛도 충분하고, 텅 빈 한밤중 지하철의 이름 모를 오싹함을 살려낸 것도 마음에 들고, “이거 더욱 거대한 음모가 숨어있어!”라고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연출도 좋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껏 긴장하며 막바지로 치닫은 감정이 마지막 “존재”를 만났을 때 너무 당황한 나머지 김이 빠져버려요. [솔직히 혐오감과 초라함과 공포를 동시에 심어줄 수 있는 존재를 구현하는 게 많이 힘들었을 거라는 건 인정합니다만.]
아마도 그건 주인공의 태도와 관련이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영화의 주인공 레온과 그 주변 사람들은 황량한 도시 속에서도 아주 “열심히 의욕적이고 열정적이며, 사랑을 나누며 꿈을 지니고” 살아가는 인간들이죠. 그가 붙잡아 낸 도시의 참모습은 ‘폭력과 욕망’이고요. 뒤쪽과 연관시키려면 사실 허무하고 불가항력적인 부분을 강조했어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덕분에 그도 마호가니도 너무나도 인간적인 [뜨거운 열정과 욕망으로 살아가는] 인물이 되어버렸습니다.
……고기 열차에선 인간이 인간이 되어선 안되잖아요. 고기와 도축자가 되어야지. -_-;;;;
고기다지는 기구를 휘두르며 피를 튀기는 장면은, 기대한만큼 잡아 냈습니다. 바닥에 흥건한 핏자국은 현실이 아니라 환상같다는 느낌을 잘 살렸고요. 그보다 이 열차의 백미는 역시 꼬챙이에 꿰어 거꾸로 대롱거리는 고기들일 텐데, 감독님이 너무 조심스러워서인지 생각보다 짧고 워낙 카메라를 정신없이 만들어 놔서 그리 충격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더라고요. 뭐, 영화의 앞 부분이 제 역치를 늘렸을지도 모르지만요.
채식주의자 아저씨가 고기를 갈망하게 되는 변화를 슬쩍 끼워넣은 건 꽤 좋은 발상이었는데, 그만한 효과를 거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니, 거뒀군요.
………영화 보고 나오니 철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지지 말입니다. ㅠ.ㅠ 사실은 지금도요….ㅠ.ㅠ
도축장에서 뚜렷히 알 수 있듯이, 여기서는 인간과 소의 위치를 바꿔도 별로 다를 바가 없지요. 그러니 영화를 보고 제가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하는 건 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입니……응, 아닌가요?
기대한 것보다 오히려 괜찮을 정도였습니다. 사실 걱정을 좀 했는데, 안심이네요.
영화 보신 분들께 질문
질문1. 대체 마호가니 가슴에 난 종양의 정체는 뭡니까? 그건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만.
질문2. 혓바닥이 아니라 위잇몸이라도 되나요??? -_-;;;; 마호가니 아저씨 왜 말할 줄 아는 거예요? ㅠ.ㅠ
덧. 식욕과 성욕이라….흐음. 앗, 그러고보니 피와 섹스와 고기가 골고루 섞여 있네요.
덧2. 남자 배우들 괜찮군요. 젊은 주인공도 꽤 마음에 들고, 특히 마호가니 아저씨의 떡 벌어진 어깨와 무표정이 좋습니다.
덧3. 응? 브룩 쉴즈 누님???
동음 이의어였던 것이로군요. "한밤이 기차를 만났을 때 만남은 고기가 된다."
생각보다 저 ‘미트’를 ‘meet"로 생각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고기열차 포스터가 인상적이었는데 말이죠 ㅎㅅㅎ
포스터는 영화의 꽃이지요. 으핫.
레이가 아니고 레온입니다. ^^ 마호가니 가슴의 종양은 저도 궁금해요. – – 그냥 보통 인간이 아니라는걸 보여주고픈 암시인가..아참, 그리고 마지막엔 역시 혓바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데요 저는. 잇몸이 빠졌다면 입 모양이 그렇게 유지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혀가 좀 없어도 ‘웰컴’ 정도는 웅얼거리며 할 수 있지 않겠어요? – –
그리고..스테이크..ㅠ_ㅠ
어, 맞다. 땡큐. 수정했음. 밑에서 하도 레이레이 했더니만.
종양은 단순히 ‘얘 몸 안좋아요’라는 데 대한 암시일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좀…꺼림직하단 말이시. 그리고 역시 혓바닥인걸까…..아니, 당연히 혓바닥이어야 하긴 하지만. 일단 잇몸은 두개골에 이어져있으니 손으로 뽑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잖아.
스테이크으…..ㅠ.ㅠ 먹고싶어어어어어어….ㅠ.ㅠ
밸리에서 왔습니다. 저는 영화는 보지 못했고 책만 봤는데, 마지막 장면의 충격이 제가 기억하고 있는 책의 내용과 동일하다면(책도 상당한 충격이었지요) 그것은 혀가 맞습니다. 책에서는 확실히 ‘혀’라고 지칭하거든요.
근데 제가 영화를 보지못해 내용이 동일한건가는…음. 잘 모르겠네요. 이 단편이 수록된 책이 얼마전에 ‘피의 책’이라는 이름으로 발간되었으니 찾아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네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아, 원작은 저도 읽었습니다. "피의 책"은 2권 발간을 기다리고 있고요. 그래서 저도 당연히 혓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선대 고기썰이 아저씨가 한 마디지만 말을 하더라고요, 글쎄. -_-;;;; 그래서 조금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하긴, 영화에서는 그 아저씨는 안 뽑혔다는 설정일지도요.
그러고 보니 미스테리와 환장물이 섞여있던 작품이었지 원작은. 그 사람 글풍이 알지 못한다면 그냥 단편만 읽어도 그 반전은 좀 뜨어했을 것 같아.
하긴, 것도 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