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둑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조금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습니다. 어째서 화자가 굳이 “사신”이어야 하는지, 어째서 제목이, 그리고 주인공 리젤의 본성이 굳이 왜 “책도둑”이어야 하는지 필연성을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 때문에 제 기대와 어긋나는, 기분 좋은 충격을 주는 작품이 되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동 문학”에 가깝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신이 화자로 등장하는 게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초연한 어조가 묻어나오거든요. 처음에는 그 점이 오히려 어색합니다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죽음의 신이 할 일이 많아지면서 화자의 역할이 조금씩 증대됩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책과 언어라는 측면은 전쟁이 심화되는 후반에 가서야 부각되는데 [그런 점에서 최초의 ‘책’이 죽음에서 시작되는 ‘죽음의 책’이라는 점은 꽤 흥미롭지요] 절정을 치는 건 역시 이 글이 탄생한 이유라고도 할 수 있는 유대인 청년 막스와의 재회입니다. 저 사실 이 대목에서 펑펑 울었어요. 전혀 기대도 안 했는데 몸이 먼저 반응하더군요.

완만한 언덕을 그리는 자동도로처럼, 사건들은 천천히 조용하게 진행됩니다. 깔깔한 천에 천천히 물기가 스며들듯, 조용히 일상생활을 읽어나가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나면 온 세상이 전쟁의 한 가운데 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전쟁을 다루는 아이들의 세계란 대개 그렇듯이요.

상처입은 아이가 있고, 상처를 치료해주는 아버지가 있고, 도저히 비난할 수 없는 독일의 소시민들이 있고, 절망적인 청년이 있습니다. 아름답긴 하지만 예쁜 이야기는 아니에요. 크게 충격적이거나 매우 독창적은 아니지만, 감동적인 건 사실입니다. 감수성 예민한 어린 시절에 읽었더라면 오랫동안 끼고 다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작가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생각하면,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어떤 경험을 물려주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전 그래서 우리 나라의 젊은 부모들이 참 슬픕니다. 다들 자신의 경험이 아니라 남의 경험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려 드는 듯 싶어서요.

책도둑”에 대한 4개의 생각

  1. 곤도르의딸

    어떤 책인지 궁금해지는군요. 요즘 애 키우느라 독서 시간 내기 힘들긴 한데.. 완독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분량인가요? 아무튼 사서 읽어보고 싶네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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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아닙니다. 두권이지만 여백이 많아 금방 읽을 수 있어요. ^^ 베스트셀러인 듯 하니 도서관에도 있을 것 같고요.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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