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막내의 본분은 간단하다.
윗사람들에게서 얻어먹는다.
애교를 떤다.
이상.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나이를 얼마나 먹든 간에 이 울타리를 벗어날 수가 없다.
문제는 비록 선천적으로 저러한 태도가 체질에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본분인 이상 열과 성을 다해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운이 좋으면 선천적으로 저런 체질로 태어나는 것이고
운이 나쁘면 자라면서 몇 번이고 궤도를 수정해가며 환경에 길들여진다.
나는
뭔가가 필요하다고 말만 한다면,
“도와주세요”라고 부끄럽게 이야기한다면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낮은 월급을 받으며 아직 유일하게 시집도 못한 불쌍한 막내에게
윗사람들이 언제나 기꺼이 퍼 줄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
문제는 이분들이 어렸을 적에는 나를 그렇게 교육시키지 않았다는 데 있다.
위로 보나 아래로 보나 상황으로 따지자면 받는 데 익숙해 있어야 할진대,
자유방임주의로 자라온 나로서는 아직도 미안하고 부끄럽다.
바쁜 가족들이 내게 신경쓸 필요가 없도록 최대한 말썽없이 나만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에
어떻게든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나 혼자 알아서 처리하는 게 좋다.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한데 실은, 그게 아닌가 보다.
한 친구는 강한 척 고고하게 굴기보다는 본분을 다하는 편이 오히려 효도라고 한다.
그게 정상인가 보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너무나도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걸.
주는 데 익숙해지는 것보다 받는 데 익숙해지는 게 훨씬 어렵다.
실은..저도 안되던데요….ㅠ_ㅠ 그런데 남들은 본분을 다 하라 하더이다..ㅠㅠ
그 본분이 정말 말이 쉽지…ㅠ.ㅠ 그렇게 자라지 않은 걸 이제 와서 그러라고 하면 어쩌라고, 쳇.
그렇죠. 뭔가 받으면 쓸데없이 두다리 쭉 못펴고 자는 사람들이 있죠. (저도 포함해서;)
받는 데 익숙함을 넘어 뜯어내는 데까지 익숙하신 분들을 보면 정말 용자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저도요. 게다가 받으면 뭔가를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도 시달리는지라. -_-;;;; 대학 때 정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선배들에게 뭔가를 받아내는 아이들을 보며 감탄했었죠. 확실히 사람들이 모이면 각자의 역할이라는 게 주어지더라고요. 물론 불쌍할 정도로 손해를 보는 사람과 얄미울 정도로 챙겨만 가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지만 그게 또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잖습니까. 후우.
… 헐헐헐
작년 병치레 땜시 서른 넘어서 부모님한테 징징거리고 치댄 나;;
어렸을 때는 감기 걸려서 아프더라도 못해본 짓인디;; (나 장녀라서? =_=)
부모님들도 지금 당신이 대견하고 사랑스러울 것이야.
마음에 짐은 덜고 그냥 자연스럽게 사세요.ㅎㅎ *^^*
이봐. 그대의 경우에는 좀 받거나 징징거려도 돼. -_-;;;; 그게 무슨 작은 병치레도 아니고 사람 심장마비 걸리게 할 정도의 소식이었잖아.
흠, 아니 별로 대견하게는 생각 안하실걸. ^^ 틀림없이 되도 않는 고집피운다고 투덜거리고 있을 거야. 으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