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콜린 윌슨의 ‘살인의 철학’을 읽은 이후, 인간의 살인이라는 행위와 연쇄살인범에 대해 커다란 호기심을 느꼈었다. 그래서 더욱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었고, 그래서 더욱 범죄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었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콜린 윌슨의 팬이기 때문에, 그리고 처음 접한 범죄자들에 관한 책이 그의 책이었기 때문에 이 ‘살인자들과의 인터뷰’가 기원으로 볼 때, 작가로 볼 때 훨씬 정통에 가깝다 하더라도 윌슨의 책과 비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책의 저자는 프로파일링을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린 사람이고, 최초로 연쇄살인범(Serial Killer)라는 용어를 사용한 사람이며, 수십 명의 연쇄살인범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분석하고, 그것을 토대로 자료를 정리하여 후대에게(를 비롯 다른 연구자들에게) 넘겨준 사람이다. 그는 그 분야에서 선봉을 이끌며 가장 핵심에 다가가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그의 시선은 철저하게-다시 한번 말하지만-철저하게, “수사관”의 입장에서 근거한다. 그는 수사관의 입장에서 범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수사관의 입장에서 살인자들을 분석하고, 수사관의 입장에서 살인자들을 어떻게 벌줘야 할지 말한다. 물론, 그의 위치를 생각해볼 때 이것은 아주 바람직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도 말하듯 수사관이라면 범죄자들에게 동조해서도 안되고, 겁을 먹어서도 안되며,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경멸’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훌륭한 수사관이며 분석가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나로서는 인간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콜린 윌슨 쪽이 좋다. 그는 ‘수사관’이 아니라 ‘분석가’의 눈으로 범죄자들을 바라본다. 가끔씩은 동정심을 표하기도 하고, 가끔씩은 ‘그 짐승같은 인간들이 언젠가 나와 스쳐지나간 존재’라는 사실에 놀라워하기도 하고, 가끔은 ‘결국 우리도 이런 인간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과거의 역사로서 증명해보이곤 하기 때문이다. 즉, 레슬러는 “이러이러한 인간들이 이러이러한 원인을 찾아 다시는 이러이러한 일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자”라고 말하는 반면, 윌슨은 이렇게 말한다. “이러이러한 인간들이 이러이렇게 된 것은 이러이러하기 때문인데, 과연 이러이러한 점이 그들만의 잘못일까? 우리 또한 이러이러하지 않을까?” 그것이 수사관과, 사회학자의 차이다. 전자는 다른 이들과의 차이점을, 후자는 다른 이들과의 공통점을 찾는다. 그리고 물론, 이 세상에는 이 두 종류의 인간들이 모두 필요하다. 비록 레슬러의 눈에는 윌슨이 못마땅해 보일지 몰라도.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로버트 레슬러가 말하는 그런 충동과 환각과 환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 내 앞을 걸어가는 인간을 죽여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고, 여러 가지 피튀기는 상상도 해 보았고, 끔찍한 살인을 꿈속에서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번도 그것을 실천에 옮긴 적은 없다. 겁이 많아서인, 아니면 아직 그 정도로 내가 미치치는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공통점을 찾는 윌슨에게 가까운 것일지도]
어렸을 때 이런 책을 읽을 때만 해도, 내가 아는 한 국내의 연쇄살인은 화성사건 뿐이었다. 지금은? 유영철이 나타났다. 아니, 또 누군가 잡히지 않은 이가 있을 지도 모른다.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 쪽에 대한 자각이나 인식이 부족하니까. 우리나라에 전문 범죄심리학자는 세 명 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도 곧 이러한 시스템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때는 물론 우리 실정에 맞는 프로파일링을 해야겠지. 미국의 “10대 후반~20대 후반, 백인 남성”은 우리의 실정과 맞지 않으며, 당연히 그들의 생활 방식도 사고방식도 우리에게 적용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10년 뒤에 유영철 및 다른 살인범들에 대한 분석론이 이런 식으로 출판되어 대중에게 인기를 끌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어떤 미친자식들은 “연쇄살인 매니아”가 되어 그들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그 뒤꽁무니를 쫓아다니고, 수법을 모방할 지도 모르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인간으로서 보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사실, 상대방이 인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생명을 빼앗으며 쾌락을 느끼는 일은 더욱 끔찍한 일이다.
재미있을 것 같네요. 보고 싶어요.
저두 보고싶어지네요.^^
갑자기 시고니 위버의 카피캣이란 영화가 떠오르네요. 그 영화도 꽤 재미있게 봤었는데.
저 책 저도 있어요. 원래 FBI심리분석관이라는 책인데 제목을 살짝 바꿔서 나왔더군요.
Gerda/ 음 흥미롭기는 하지만 아아주~~ 잼나다 정도는 아니어요
루드라/ 카피캣도 꽤 재미있었죠. ^^*
THX1138/ 아, 맞아요 예전에 그 이름으로 출판된 녀석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