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친구 하나는 거미를 무지막지 무서워한다.
– 우리나라에는 타란툴라도 살지 않고 독거미도 보기 드물며, 옛말에 집 구석 거미는 오히려 길하다는데 왜 무서워하는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천장에서 거미줄 타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조그만 거미는 귀엽다고. 물지도 않고. 더구나 거미는 왠지 더럽거나 지저분한 느낌도 안 들고 깨끗하고 깔끔하게 느껴지는걸. 거미줄이 얼굴에 붙는 건 싫지만 무서워할 필요는 없잖아.
…..라고 말했다가 이상한 놈 취급 받았다.
2. 내 친구 하나는 다리가 많이 달린 거라면 무조건 비명을 지르며 방구석으로 달려나간다.
– 조금 살갖이 간질거리긴 해도 나름 보고 있으면 재미있어. 다리가 어떻게 어떤 놈부터 움직이는가 살펴보면 꼭 물결처럼 사르르르르 움직이는데 그거 보다보면 눈 아프다?
….얻어 맞을 뻔 했다.
3. 내 친구 하나는 벌을 무서워한다.
– 나도 어렸을 때 벌에 쏘인 적이 있긴 하지만 무섭지는 않던데.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윙윙 거리다가 딴 데 가 버릴 텐데 뭐. 그래도 파리보단 차라리 벌이 낫지 않냐.
음료수 먹고 있다가 냄새 맡고 날아온 벌이 내 입술에 들러붙어서 한참 동안 키스하는 거 보고도 띵가띵가 놀다가 입김 불어 내보냈더니,
…….강한 놈 취급 받았다.
어째서 고개 흔들고 팔 허우적거리며 비명 지르는 거지. 그게 더 이상해. -_-;;;;
확실히 내가 무심한 건가, 상상력이 없는 건가, 배려심이 부족한 건가.
“벌레를 싫어한다”나 “징그럽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무서워한다”는 건 잘 모르겠다. 감정이 어느 정도나 격렬해지면 그 두 개념이 겹쳐지는 걸까?
나도 신발 속 이상한 벌레한테 쏘여서 부어본 적 있고, 냇가 들어갔다 거머리 달라 붙은 적도 있고[그래, 이건 좀 많이 징그러웠다], 벌한테 도망쳐본 적 있고 파리 삼켜본 적 있고, 바퀴벌레가 다리 위 기어간 적 있고 나방 날개에 얼굴 맞아본 적 있지만,
정신적 트라우마로는 발전하지 않았다.
역시 벌레에 트라우마가 생기려면 적어도 “페노미나” 정도는 되어야 -_-;;;
[여담인데 이 영화 어디서 구할 수 없나. ㅠ.ㅠ ]
하긴,
귀신도 본 적 없어서 별로 안 무서워하고, 천둥번개 별 생각 없고, 어렸을 때부터 무섭다고 불 켜고 자는 애 이해 못하고, 어릴적 큰 개에게 쫒겨놓고도 아무 생각 없고, MMPI에서도 그쪽 계통 수치 최하로 나오니
그냥 섬세하지 않은 건가. -_-;;;;
싫고 징그러워서 가까이 하기 싫다보니 무섭다라는 감정으로 연결되어 버리는 거죠. 저도 다리 많이 달린 놈들은 싫습니다(…) 아직 무섭다까진 아니지만.
으음, 하지만 역시 공포와는 다르잖아요.
전 역시 감정이입이 힘든가 봅니다, 끄응
다리가 많거나 다리가 없는 동물에 대한 공포는 유전적인 기억이 강하다고 어디선가 실험 결과로 내놓은 듯 한데… 누님이 섬세하지 못하다 보다는 그냥 심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정도가 올바른 결론인 듯 합니다만…
게다가 저도 페노미나 봤지만, 벌레 공포증은 그다지… 차라리 양들의 침묵 이후로 나방 무늬에 관심이 더 간게 -ㅅ-;;;
유전적이라기보다는 그냥 너무 이질적이라 그런 게 아닌가 싶은데. 아, 그런데 주변에 보면 다들 한가지쯤은 그런 걸 가지고 있더라고….
아니, 페노미나를 본다고 그리 되는게 아니라 그런 걸 경험하면 공포증에 걸릴만 하다는 뜻이었소.
잔혹 91년판을 파는 데가 하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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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장 메일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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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응, 부탁해!!!!!
어렸을 때엔 벌레 갖고 잘 놀았는데 나이를 먹으니까 벌레하면 학을 떼게 되는 군요.
그러고보니 전 어렸을 적 아이들이 곤충 고문하는 걸 진저리치게 싫어했었죠. 지금도 그렇지만요.
저는 지렁이를 보면 징그럽다던가 무섭다는 생각이 안들더라구요. 오히려 비오면 때맞춰서 밖으로 나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리고 벌레류는 혐오감이 먼저 드는 편인데 곤충류는 확실히 무섭더란…
그러고보니 초등학교 때 남자애들이 여자애들 놀리려고 지렁이 가지고 흔들다가 제가 받아들고 흔드는 바람에 도리어 도망갔던 에피소드가 생각나는군요…[먼산]
천둥번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도 사실 별로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합니다만 요즈음 새벽의 천둥번개들은 꽤 강하더군요.;;
어제 새벽에 자다 깨서 창문 닫고 다시 잤어요. 진짜 감은 눈 뒤로 번쩍번쩍 하더군요.
무서운건 누구나 다르니까요. 저는 개를 무척 좋아하지만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벌레는………..어느정도 무섭냐면 국민학교 1학년때쯤 장식용 도자기에 잠자리가 들어간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아직까지 같은 형태의 도자기 근처에도 가기 싫을 정도로 무섭습니다.
물론 그런 건 성격과 경험이 한꺼번에 작용하는 거겠지만, 간혹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서요. 아니 그리고 무서우면 그냥 그게 사라질 때까지 도망가지, 왜 저더러 잡아달라는 걸까요, 끄응. 저도 죽이는 건 싫다고요. .
크으, 잠자리 큰 놈들은 좀 징그럽긴 하죠.
신병때 경험을 생각해보면 페노미나도 양반이었다죠…
………..어, 상상하고 싶지 않네요, 그건.
나,, 하숙집에서 거대 바퀴벌레를 처음 봤을 때
다리가 덜덜덜 (과장 아니고 진짜) 떨리더라는…
무서운 건 이성적인 이유를 댈 수가 없는 거라고.
무서운 걸 이기려고 납득할 만한 이유를 생각해내는 거야..ㅜ_ㅜ
으음, 그러니까 뭔가 전에 경험한 것 때문이 아니라 그냥 본능적으로 우러나오는 거야?
힘들구나, 이거. ㅠ.ㅠ
전 2번입니다 ㅠㅠ (다리가 4개를 넘어가는 순간 비명을)
나마리에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무서운 걸 이기려고 납득할 만한 이유를 생각하는 거여요 ㅠㅠ (랄까 무섭달까 그냥 순간 이성이 마비된달까..)
저도 다리 네개 넘어가면 싫어요!!
차라리 다리 없는 건 괜찮아요. ^^
난 호기심이 많아서 그런가….처음엔 깜짝 놀라다가도 점점 다가가서 분석하는 체질이라.
난 벌레는 무섭다기보단 싫어;;;;;;
쥐는 더 싫어..-_-…(뱀을 풀까……)
싫어하는 건 이해가 가요. 그건 특정 사람을 싫어하는 것과도 비슷하니까요. 실제로 어떤 놈들은 징그러운 것도 사실이고.
물리기도 하고 쏘이기도 하셨는데도 안 무서워하신다는 게 놀라워요! 저는 다른 벌레들은 그리 무서워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데, 어릴 때 5센치는 넘어보이느 바퀴벌레가 날개짓을 하며 제 얼굴을 향해 날아오고, 가만히 팔뚝에 앉아있던 벌을 저도 모르는 사이에 팔로 눌러서 제 팔뚝에 꽂혀 죽은 벌의 모습을 본 뒤로 트라우마가 생겼거든요. 바퀴벌레가 나오면 줄행랑을 치고, 벌이 제 근처에 오면 그냥 얼어붙어요.
아, 그 말씀을 들으니 갑자기 의문이 풀리는 느낌이! 혹시 전 기억력이 형편 없어서 그런 걸까요!!! 당시의 저 모든 경험들에 관해서, 제게는 순간적인 화면 몇 개와 희미한 감정만이 남아 있을 뿐 willowtea님만큼 강렬한 느낌은 남아있지 않거든요.
윽, 그런데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바퀴벌레는 저도 많이 싫습니다. ㅠ.ㅠ 그런 트라우마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요.
사실 전 ‘돈벌레’때문에 생긴 트라우마인데요. 막대기에 눌려 죽은 돈벌레가 나무에 다리만 달라붙어있는 채로 각각 움직이는 걸 보고 그때부터 다리많은 벌레를 싫어해요. (공포영화에서 죽은 살인마가 다시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랄까요)
또 한가지는 제 동생이 곤충도감책에서 읽다가 벌레의 심장이 목 부근에 있다는 걸 보고 외할머니 댁에 갔을때 12~15cm정도 되는 손바닥보다 좀더 컸던 커다란 메뚜기를 잡아 터트린 적이 있어요. 그후로 전 곤충의 배가 터질까봐 두려워해요.
예전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주변 사람들이 당황할 정도로 놀라곤 했는데,
요즘은 스스로 벌레를 때려잡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지요.
우우우우우, 죽은 놈이 다리만 꿈틀꿈틀…싫군요. ㅠ.ㅠ 저도 곤충들 눌러 죽이는 거 너무 싫습니다. 그 진물하며, 우욱. 제 눈 앞에서 직접 생명이 하나 사라진다는 건 너무 무서운 일이에요.
그래도 정말 많이 좋아지셨군요. ^^ 전 될 수 있으면 휴지에 곱게 싸서 베란다 밑으로 날려 보내거든요.
루크스카이 님처럼 차라리 벌레를 다양하게 접해 봤으면 무서워하지 않는데 곱게 자라서 벌레와는 격리된 삶을 살아온 아가씨들이 많이들 그러더라구요. 정말 트라우마 때문인 케이스도 있겠지만 일부는 ‘경험해보니 벌레란 무섭더라’보다 ‘벌레는 무서워해야 되는 거야’라는 암시를 계속 받고 자라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망상을…-.-;
참고로 면역을 길러주려면 <조의 아파트>죠. 감동적이어서 비됴 세번이나 빌려봤었는데 주인아줌마 말씀이 그거 빌려가는 손님 너밖에 없다고;;;;;
흠, 역시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일까요. 하긴, 전 어렸을 적 남자애들과 약간의 경쟁심리가 있어서 그런 것에 더욱 초연해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짜식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꼭 징그러운 걸 가지고 오더라고요. -_-;;;;
으하하핫, "조의 아파트"는 부작용이 너무 심해요. 특히 바퀴가 나오는 집에 살 때는 현실과의 괴리감이 너무나도..ㅠ.ㅠ 전 그 영화를 낄낄거리면서도 살갖 벅벅 긁으며 봤다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