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발 포기해 버릴까…

요즈음 나름 나이와 성별에 걸 맞는 차림새를 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관계로
아침에 누이가 작년에 사준 구두를 신고 나왔습니다.

작년 여름쯤에 샀건만 양쪽 발이 워낙 짝짝이라 한 세 번쯤 수선을 받으러 왔다갔다 하다 보니 이미 가을을 지나 있어 그 뒤로 한 번도 신지 못한 녀석이죠. 이상하게 전 신발을 살 때마다 오른쪽에 문제가 생깁니다. 애매하게 오른발이 작은 탓에 신발이 부대껴요. 그래서 이 구두도 오른쪽 뒤꿈치에 두터운 가죽으로 덧대어 신발이 벗겨지지 않도록 조치해 두었지요.

저희 집에서 지하철까지 가는 길에 이미 그 덧댄 가죽에 발이 쏠려서 물집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_-;;;; 그리곤 도저히 못 참고 지하철에서 내려 절뚝거리며 곧장 편의점으로 직행, 대일밴드를 붙이려고 보니 물집이 커다랗게 잡혀 있더군요.
편의점에서 회사까지 평소에는 10분~12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를 20분이 넘도록 고통스럽게 걸어와[덕분에 지각] 사무실 자리에 앉은 후 대일밴드로 다시 응급처치. 자그마치 네 개를 덕지덕지 붙였어요. 그런데도 물집이 두 개나 잡혀 무지 아픕니다.

회사에서야 슬리퍼를 신고 다니지만 이걸 신고 다시 집까지 갈 생각을 하니 끔찍하군요. 일부러 뾰족구두도 아니고 굽이 두꺼운 놈으로 골랐건만, 전혀 도움이 안 되잖아!! T.T 게다가 꽤 굽이 높아서 발가락이 욱신거려요. 이거 아무리 신어도 익숙해질 거 같지가 않군요. 도대체 다른 여자 분들은 하이힐 같은 걸 어떻게 신고 다니시는 겁니까. 으흑.

여성용 잡지라고는 은행 가서 들여다보는 우먼센스류 밖에 모르는, 작년에야 생전 처음으로 굽 달린 여성스러운 샌들을 사 본, 아직까지도 화장을 하지 않는, 심지어 친구 여자애들하고도 이쪽과 관련해서는 거의 대화를 나누어 본 적도 없는, 직접 사본 옷이라고는 지하철 만원짜리 밖에 없고 나머지는 다 얻어 입거나 가족들이 주는대로 입는, 패션하고는 전혀 거리가 먼 인간으로서

여자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다시 한 번 감탄 중입니다.

아아, 하지만 이 상태라면 오늘 집에 가는 길은 지옥일테고, 물집이 가라앉길 기다리며 한 2주일 동안은 운동화를 신고 다녀야 할 것 같아요. T.T 인간적으로 너무 아프다고요.
대체 이 신발을 제대로 신으려면 앞으로 얼마나 이 짓을 계속해야 하는 거죠. 2년? -_-;;;;;

이 신발 포기해 버릴까…”에 대한 24개의 생각

  1. 새벽달

    물집->굳은살 두어번 반복하면 신발이 발에 맞아요.
    기간은 보통 2주 정도…
    하이힐을 오래 신을 수록 발 모양은 망가 집니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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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슈타인호프

    나비도 애벌레에서 성충이 되려면 번데기가 되어 온몸을 분해조립해야 하잖아요^^
    넘 섣불리 포기하시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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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해오녀

    저도 구두는 잘 못 신어요…ㅜ.ㅡ 특히나 굽이 높은 뾰족구두는…
    남들보면 웃는 4센티 구두신고 발가락이 난리나는 천상 귀족아가씨 발이라서….( ..)

    요즘 저와같은 사람을 위한 희망의 구두가 있으니.. 이름하야 플랫슈즈!!!
    아아… 이건 마치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이에요… 어지간하면 물집 잡히지 않고, 여차하면, 운동화 신었을때처럼 전력질주 가능하고… 이 낮은굽의 동글동글한 구두가 유행한다는 사실에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물론, 그래도 축복받은 귀족 아가씨 발이라 맨발로 신으면 물집 잡히지만요..ㅜ.ㅡ)

    너무 힘이드시면, 아예 구두를 갈아 신는 방법도 추천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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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전 통굽에 익숙해져 있는지라 힐도 가능할 줄 알았더니만 이건 완전히 종류가 다르더라구요. 아, 플랫슈즈라는 거 그 굽이 거의 없는 듯한 신발 말씀하시는 거죠? 근데 전 그 놈을 신어도 뒤꿈치에 물집이 생겨요. 발이 신발과 사이즈가 미묘하게 안 맞아서 그런 듯 합니다. 정말이지 이 놈의 몸, 도움이 안 된다니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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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misha

    의외로 기간은 그리 오래 안 걸릴 거예요. 하루 걸러 한번씩 신어주시고 신을 때마다 밴드는 꼭꼭 붙여주셔야겠지만 그래도 한 1주일 반 정도면 더 이상 아프지는 않으실 거예요.
    플랫슈즈는 저도 강추. 저 역시 맨발로는 무리긴 하지만; 그래도 4cm 굽 신고 절뚝거리다가 플랫슈즈 신으면 절로 콧노래가 나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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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하루 걸러 한번씩 신으라고!!! 그건 고문이야!!!!!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끄응, 또다시 플랫슈즈를 사기엔 내 주머니 사정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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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음, 그게 말입니다. 제 걸음걸이가…-_-;;; 편한 신발을 신으면 여성스러운 옷을 입고도 깡패처럼 걷는다는 아주 커다란 문제가 있습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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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론

    전에 코즈니에서 ‘풋앤젤’이던가… 그런 여자용 구두에 붙여서 보완을 해주는 스폰지 쿠션 같은 게 있었어…
    한쪽이 신발이 커서 아픈 거라면 내가 뒤꿈치 쪽하고 발바닥, 앞라인에 붙이는 걸로 사서 이번에 만날 때 줄까? 그때 신고 오면 내가 붙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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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그 때 그걸 신고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난 틀림없이 죽을 거야. -_-;;;;;;; 뭔지 보여만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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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론

    그리고 하이힐도 신다보면 신을만 하단다….
    8센티미터 까지는 너끈히 신지만.. 역시 10센티는 좀 힘들더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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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베렌

    맞어맞어, 아론군이 말한 그런거 자네 회사근처에서도 파는데 많을겨. 한번 알아봐바(가격도 얼마 안해). 아론군이 말하는 그런 스폰지같은것도 있고 안에 실리콘같은 그런 느낌의 상품도 있는데 밴드 매번 붙이는것보단 훨씬 나을거라 본다옹~ 솔직히 신을때마다 발이 너덜해질정도라면 지금 녀석하고는 결별하고 다른 녀석을 알아보라 하고 싶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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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뒤꿈치에 물집이 안 잡히게 하는 거라니 첨 알았어. 신발 바닥에 대서 덜아프게 하는 건 봤지만. 아흑, 한번 신고 결별하기엔, 하지만 너무 비싸다구. ㅠ.ㅠ 물론 누이가 사준 거라 내 돈은 안들어갔지만, 그래도 아까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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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약토끼

    아니 그런 멋진 물건이 있었단 말야요? 그런데 코즈니가 어디인겁니까…ㅇ<-<
    그런데; 희안하게도 전 인조가죽 구두신을때만 발이 그모양이 되던데;;;;;;;; 가죽구두는 곧 몰랑몰랑해져서 …… 비록 8센치든 9센치든 발은 멀쩡해도…… 하이힐은 허리를 잡습니다…ㅇ<-<(내허리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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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코즈니가 코엑스에 있는 그 여러가지 인테리어 물품 파는 데 아니야?
      음, 나의 문제는 역시 발 크기에 있다고 봐. 신발의 재질을 가리지 않거든. 그리고 항상 왼발은 신발과 딱 맞아서 거의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고. 항상 문제는 오른발이지.
      ….넌 높은 신발 신지 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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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약토끼

    음..전 구두의 쓸리는 부분을 바깥쪽으로 바구 꺽어준다음에 신으면… 좋던데요..ㅇㅅㅇ;; 가죽이니 마구 꺾어도 애가 몰랑몰랑해지지 망가지지는 않으니까;;;;(물론 에나멜이라면 문제가 좀 다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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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지그문트

    애초에 여성용 구두를 신을 수 있는 여성은 한정되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 행사(결혼식 등)때만 한번씩 신는데 행사가 끝나면 곧 피나는 뒷꿈치를 부여잡고 근처 천원숍에 가서 섬선슬리퍼로 갈아신습니다. 하이힐은 현대여성의 코르셋입니다. 천형과도 같은 것이에요! orz
    좀 지난 방송인데 KBS 위기탈출 넘버원에서 여성이 하이힐을 신었을 때 허리가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계속 미세하게 떨린다는 실험결과를 보고 쓰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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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저도요. 그래도 4센티 구두는 정말 생각보다 꽤 오래 걸을 수 있어서 놀랐어요. ^^ 첨에 무지 겁먹었었는데. 근데 뒤꿈치도 뒤꿈치지만 힐을 신으면 앞으로 체중이 쏠려서 발가락의 고통도 장난이 아니더군요. ㅠ.ㅠ 아흑, 키작은 게 웬수입니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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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형광등

    근처에 올리브영이나 왓슨스 같은 잡화점 있으면 가보세요.
    보통은 그런데서 여러부위의 힐패드를 꽤 갖춰놓고 팔거든요. 뒤꿈치패드 중 실리콘으로 된 건 비추에요. 그거 대고 맨발로 신발 신거나 하면 뒤꿈치 까집니다ㅠㅜ 저도 워낙 발때문에 고생을 해놔서;
    그리고 구두 안에 미끄럼방지 패드같은 거 깔면 그나마 마찰이 덜 되고 앞으로 덜 쏠려서 발이 조금이지만 안 한 것보단 편해져요. 그렇대도 역시 아무거나 신기보다는 자기 발에 잘 맞는 브랜드를 찾아서 신는 게 제일 좋긴 해요. 같은 높이의 굽에 비슷한 스타일이더라도 브랜드마다 착화감이 많이 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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