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정통 범죄, 아니 수사물을 읽었다. 표지도 찢어지고 별로 기대도 안한 녀석이었건만 근래 읽은 일본 추리소설 가운데 최고 중 하나로 손꼽고 싶다. 순수한 스토리 상으로 탐정물보다 경찰물을 우선순위에 두는 나의 취향에 딱 떨어지는 녀석이며, 캐릭터 성 또한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경찰들이 지나치게 멋있는 감이 있지만, 그거야 넘어갈 수 있지 않겠는가.]
철저하게 경찰의 시각에서 그려지고 있는고로, 마키시마의 결의에 반해 실제 미지의 범인 X는 실망스러운 캐릭터에 불과하나 그게 바로 현실이라는 것이다. 괴물의 정체는 꼬리 만 개다. 매스컴을 이용한 공개수사가 스토리의 큰 줄거리를 이루고 있어 수사만큼이나 비중 크게 다뤄지는 매스컴의 속성 또한, 마치 여아나운서의 요염한 얼굴인양 살짝살짝 내비치면서도 지나친 “고발성”을 피해간다. [실은 그보다도 더 추악하다는 데 오백원 걸 수 있다.] 그렇게 복수심, 아니 의지로 똘똘 뭉친 수사관이 돋보이도록 훌륭한 조명 역을 해 내는 것이다.
생각보다 최근작이라 깜짝 놀랐다. 얼핏 봤을 때에는 10년을 훌쩍 넘긴 묵은 작품이라고 봐도 무난할 정도로 전통적인 오라 – “구식”이라고 대체할 수도 있겠다 – 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기도 했지만.
작가 이름을 기억해 둘까 한다.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라는 모 영화 카피가 멋지게 어울릴듯한 작품 ^^
범인을 쫓는 과정이 너무나 흥미진진했기에 실제 범인의 정체가 밝혀졌을 땐 살짝 실망했어요.
에베드/ 오, 읽으셨군요!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었어요. 저도 범인의 정체가 너무 허무해서 슬펐어요. ㅠ.ㅠ 하지만 실제로 텔레비전을 보면 옆에서 보는 범인들은 그렇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