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다보면, 그중에서도 특히 롤플레잉 게임을 하다보면 개인의 성격이나 특성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저는 누가 뭐래도 소심한 겁쟁이이기 때문에 ‘전사’는 아마 가장 최후에나 선택할 직업이며, 다른 모든 직업들이 지겨워지지 않는 한 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리 튼튼한 체격을 지니고 있고 죽을 위험이 없다고 해도 전 그저 맞는 것 자체가 싫어요. 웬만큼 약한 상대가 아닌 한 길을 가다 끈질기게 쫓아와 뒤통수를 갈겨대면 무섭고 짜증나서 결국 뒤를 돌아 상대의 끝을 보고야 말거든요. [필요하지 않으면 건드리지 않는다. 하지만 나를 건드렸으니 피를 보리라.] 더구나 앞장서 파티를 이끄는 건 최악입니다. [전 엄청난 길치거든요.] 몸을 방패삼아 상대를 두들겨 패는 것은 역시 웬만한 배짱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고야 힘들어요.
그와는 다른 의미로 ‘마법사’도 선호하지 않습니다. 제게 있어 마법사란 무척 강력하지만 오히려 심리적으로는 가장 불안정하고 연약하다는 인식을 깔고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저는 강인한 정신과 나약한 심리의 결합이야말로 최악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이 바로 마법사의 기본 성격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마법사는 뭐랄까, 멋있어 보이긴 한데 어떤 의미로는 무서워서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요.
꺼려하지는 않으나 사제를 선택하기를 망설이는 이유는 사제란 늘 누군가 옆에 있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봉사하는 직종이고 봉사를 하려면 그 대상이 있어야 하죠. 가만히 있으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듯 보여도, 실제로는 다른 이들의 ‘생명’을 쥐고 있는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고요. 아무리 게임이라도 저는 남들의 생명을 좌지우지하기엔 배짱이 너무 약합니다. 소심쟁이니까요.
그리하여 남는 것들은, 언제나 이도저도 아닌 몸이 가벼운 녀석들입니다. 일단 멀리서 선방을 날릴 수 있고, 공격과 수비를 어느 정도 함께 소화할 수 있으며, 혼자서도 이런저런그런 잡스런 것들을 거의 모두 대충 해결할 수 있지만 깊이 들어가면 늘 ‘웬만큼’에 불과한 애매한 직종들 말입니다. 와우에서 제일 먼저 선택한 직업은 사냥꾼이었고, 흑마법사였으며, 아마도 세 번째는 주술사나 드루이드가 될 겁니다.
그래서 게임을 하다보면 제가 얼마나 소심한지 깨닫는 거죠. 그리고 얼마나 강박적으로 공평함과 균형을 추구하는지도요. 어째서 저는 과감히 하나의 특성에 올인하지 못하고 세 개의 특성을 하나씩 찍어야 한다는 충동에 시달리는 걸까요.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제게 팔랑팔랑 사는 듯 보인다고 말한단 말이죠, 훗. -_-;;;;
사냥꾼과 흑마법사는 참 자유로운 직종이죠. 파티플레이를 할 때도 놀아가면서 할려면 한없이 놀 수 있지만 맘잡고 파티에 도움이 되어보겠다고 나서면 정말 끝도없이 할게 많거든요. 🙂
와, 첫번째 문장 통째로 동감입니다. 저는 와우를 하든, 어떤 MMORPG를 하든 결국에는 마법사를 키우게 되더군요. 거기에 대한 심층 분석은 차마 두려워(-_-;;) 하지 않았지만 루크스카이님 말대로 분명 저의 어떤 면을 반영한 것이겠지요.
결국 나는 아무리 숨기려 해도 어디에나 보인다는 그런 슬픈 결론이 나네… 요… (헉 이렇게 쉬운 인간이라니!)
……친구들이랑 D&D를 했을 때, 제가 고르는 캐릭은 대개 엘프 궁수였습니다(…)
저는 무조건 마법사로 플레이해요;
저는 보통 사제..
아셀/ 으핫, 역시 능력치가 애매한고로 파티에서 이것저것 시킬 수 있겠군요. ^^
kyle/ 직업을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플레이 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게임에서는 성격이 참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슈타인호프/ 궁수, 좋죠!
별빛수정/ 전사와 마법사는 양대 산맥아니겠습니까.
제드/ 사제도 참 특정적이죠. ^^
나는 항상 공격형… 곧죽어도 종격
마법사 -> 도적->사냥꾼->흑마법사….
사실 젤 안죽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성기사라고 해(오죽하면 바퀴벌레라 부를까…)
저도 잡캐로 가더군요……….
그러다보니 게임에 소질이 없는가 하는 OTL
아론/ 도적이 공격형인가? 난 그 직업도 꽤 애매하다고 생각하는데.
바퀴벌레! 성기사! 너무 잘어울리는군. -_-;;;
금숲/ 저도 겜에 정말 소질이 없답니다. 워낙 상황을 보는 능력이 부족한지라.
ㅎㅎ 냥꾼 좋아요!! 짱께씨들이 괜히 냥꾼이를 하는게 아님 어….??ㅇ>-< 음… 그래도 확실히 초심자들은 야수 특성 몰아서 찍는게 좋다고 공인 인증 됐어영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