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지는 오래되었는데 이제야 손을 뗐습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단편집 세 개
1.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2.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3. “골프 코스의 인어들”
입니다.
[“패트리샤””에 익숙해져 있는 제게는 참으로 낯선 이름이군요. 꼭 이래야 했을까요. “나탈리”도 “내털리”라고 표기하는 게 묘하게 거슬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음, 제가 접한 작가의 작품이라야 이 세 개의 단편집 뿐이지만,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라는 선전 문구가 매우 거슬립니다. 저로서는 대체 어디가 닮았다는 건지 알 수가 없거든요. 퍼트리샤는 에드가와는 너무 달라요. 작가치고 이렇게 선과 악의 경계선이 뚜렷하게 살아있는 작가도 참 드문 것 같습니다. 어느 한쪽 편을 든다거나 설득하려 든다는 게 아니에요. 작가 본인의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명쾌하게 서 있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포를 구분한다면 “옳고 그름”이 아니라 “좋고 나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 쪽에 세우겠습니다.] 심지어 셋중 가장 후기에 속하는 “골프 코스의 인어들”에서조차요. 하이스미스는 내면적으로 매우 확고하며 굳건합니다. 주인공들 역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이해하고 있고요. 저로서는 충격적이긴 해도 공포스럽다고는 부를 수 없군요.
“동물 애호가들을 위한 잔혹한 책”은 상당히 경쾌하기조차 합니다. 애정이 뚝뚝 묻어나온달까요. ^^* 개인적으로는 “심판의 날”과 “흰 족제비 해리” 그리고 “송로가 한창인 철에”가 제일 마음에 듭니다.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는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세 권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들어요. “골프 코스의 인어들”도 작품들로 보면 참 좋은데 조금 으음…뭐라고 해야 하나, 지나치게 매끄럽고 다듬은 느낌이 납니다. 제 취향이 묘하게 약간 거친 걸 선호하는 편이라 말입니다. 하지만 두고두고 손이 가는 책이라면 오히려 “골프 코스~”쪽일 거예요. “당신은~”은 정신적으로 무지 긁어대거든요.
“당신은~”에서는 책의 제목과 같은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가 제일 취향이고 “검은 집”과 “에마 C호의 꿈”, “연”과 같은 환상과 연계된 작품들이 좋습니다. “골프 코스~”에서는 “단추”와 “가장 잔인한 달”이 가장 인상적이었고요.
네번째 책인 “여성 혐오에 관한 짦은 이야기”는 출판사가 결국 포기를 한 걸까요. ^^* 벌써 2년이 훌쩍 지났으니. 이왕이면 세트로 완성해주지 말입니다. ㅠ.ㅠ
한동안 저 아주머니랑 PD제임스를 헛갈렸던 적이 있었죠. 별 공통점도 없는데 왜 그랬는지.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사놓고 아직 못 잡았는데 기대되는군요. 설 연휴 때 읽어야겠습니다. 정신적으로 좀 덜 긁힐 때, 흐흐.
rumic71/ 제임스 작품은 이번에 나온 하나 밖에 안 읽어봐서 모르겠군요.
곤도르의딸/ 으헉, 설 연휴때 읽으시면 더 치명상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