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걸린 사랑

약간 기대한 바에 못미치긴 하지만 그래도 즐겁게 보고 돌아왔습니다. 뭐랄까, 어라, 생각보다 진지하잖아? 라고 생각해서 거기에 맞춰가다가 다시 엥? 다시 이런 전개? 로 돌아오곤 해서 조금 왔다리갔다리 하느라고요. ^^*

디즈니 만화영화를 본 지가 하도 오래되어 처음엔 그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힘좀 들여야 했습니다. 언제 들어도 귀에 익숙한 귀여운 숲속 동물들의 목소리는 도저히 비웃을 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대충 그 세계에 익숙해지려는 찰나, 세상은 갑자기 휘향찬란한 뉴욕으로 바뀝니다. 그 다음부터야 뭐, 다 아시다시피 황당한 로맨틱 코미디지요.

지젤 역의 에이미 애덤스는 정말 훌륭합니다. 이거 뭐 천성이 공주님. -_-;;; 첨에 만났을 때 패트릭 아저씨 심정이 이해가 된다니까요. 하지만 확실히, 생머리보단 곱슬이 훨씬 더 예쁘고 잘 어울리더군요. [어른스러운 것보다 공주님 차림이 더 잘 어울려요. ㅠ.ㅠ]

그리고 제임스 씨, 살좀 찌우세요. ㅠ.ㅠ 왕자님이 왜 숲속 아가씨보다 더 빈티가 나는 겝니까.
아니, 뭐, 분명 겉모습만 봐서는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아메리칸 히어로의 얼굴인데 역할들을 보면 맨날 애인 빼앗겨, 여자들한테 이용당해, 신체적으로 고생해…등등을 하는 걸 보니 이젠 그냥 그게 천성이 아닐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역시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란 무시할만한 게 못된다는 겁니다.]
여하튼,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덜덜덜 흔들리는 지저분한 여관방에서 화려한 복장을 하고 궁상 떠는 바보 왕자님” 으로서는….최고예요. 바보인데 착하기까지 해요. 으학. 슈렉의 자아도취증 차밍 왕자님과 디즈니의 에드워드 왕자님의 차이는 이런 거겠지요.

요즘 많은 중견 여배우들이 악역으로 등장하는군요. 메릴 씨, 미셸 씨, 이제 수잔 새런든까지. 조금은 씁쓸한 맛이 있습니다. 강한 여성의 ‘카리스마’가 “나이를 먹으면” 이런 식으로 변질되나 싶어서요. 할머니 분장은 완벽했습니다. 확실히 그림에 눈에 띄는 특징이 있으면 – 나다니엘 아저씨든 할머니든 여왕님이든 – 포인트만 잡아서 현실화하기가 쉽군요.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만] 반면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은 오히려 너무 무난해서 밋밋하죠. [마치 프린세스 메이커에서 제일 별볼일 없는 놈이 왕자님이듯이 말입니다.]

컴퓨터 그래픽이 너무 티가 나긴 하지만 칩의 재롱도 귀엽습니다. 전 사실 그런 류의 동물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데, 삽질하는 왕자와 열심히 뛰어다니는 핍이 대조가 되서인지 정말 …푸하하핫. 나다니엘 아저씨의 변신 솜씨도 감탄스럽더군요. 그리고 줄리 님의 목소리라니, 다들 너무 노리는 거 아닙니까. -_-;;;;

마음을 비우고 아이러니에 낄낄거리며 볼 수 있습니다. 바퀴벌레와 시궁창 쥐들을 볼 때는 그리 기쁘게 웃을 수는 없지만, 저처럼 배배 꼬인 인간이라면 현실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보며 “과연?”이라고 중얼거리고 자본주의에 물든 순진한 숲속 아가씨를 어디까지 봐줘야 할지 궁금해하겠지만 말이지요. 그래도 검은 머리 공주님은 행복하겠지요?

덧. 결국 “아메리칸 갱스터”도 처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덧2. 요즘 당첨운이 제대로 물이 오른 모양인지 아트레온 초대권에도 당첨되었는데, 아니 이 인간들 평일 초대권인 주제에 개봉한지 일주일이 넘은 것만 볼 수 있다니,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요오! 쳇.
덧3. “미스트”는 봐야할지 말아야할지 아직 고민중입니다. 평은 괜찮은 것 같던데….

마법에 걸린 사랑”에 대한 5개의 생각

  1. kyle

    미스트는 책으로 읽었을 때, 그 먹먹함이 참 좋았어요. 소재는 어찌 보면 흔하(?)다고도 생각되었는데 그 끝없는 안개 같은 먹먹함이… 영화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재현했을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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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클라삥

    그러고보니 저번에 미스트를 수입배급한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었습니다. 연립주택을 사무실로 쓰고 있어서 찾는데 무지 힘들었지요…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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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lukesky

    kyle/ 그러고보니 소설 결말이 어떻게 끝났는지 잘 기억이 안나는군요. 정말 흔하다면 흔한 소재인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지요. 막 눈에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라.
    클라삥/ 오오오오오오오! 전 가정집을 개조해 쓰는 회사들이 참 부럽더라고요. 왠지 운치가 있어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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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약토끼

    뻘소리인데.. 가정집을 개조한 회사는 합정동에 많죠… 가정집일때는 참 예쁜 정원이 있었는데 회사가 되더니 나무가 죽더군요;;;;;;; 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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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enigma

    친구들은 유치하다고 웃어댔지만. 친구랑 둘이가서 정말 오래간만에 웃고 왔지요.
    마법에 걸린사랑은 역시 코미디 물인겁니다. 노래도 너무 좋았지요. 하하 **벌레가
    만든 *은 사고 싶지 않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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