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댄싱” 보고 왔습니다.

드디어 드림시네마(구 화양극장)에서 “더티댄싱”을 보고 왔습니다.
우하하하하,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제가 “더티댄싱”을 알게 된 것은 아마 중학교 때일 겁니다.[정확한 연도는 기억 안나지만 정황상]
당시 “사랑과 영혼”을 단체관람으로 보고 온 뒤 학교에 한바탕 패트릭 스웨이지의 광풍이 불어닥쳤고
그 여파로 한두명씩 몰래 비디오방에서 나이를 속이고 “더티 댄싱”을 빌려 본 아이들이 소문을 퍼트린 덕분이죠.
쉬는 시간이면 마지막 댄스의 첫장면인 목에 휘어감은 팔을 따라 손가락으로 쓰윽 훑기에서부터 휘리릭 돌려 다시 휘리릭 품에 안기까지 동작을 파트너끼리 연습하던 아이들로 넘쳐났습니다.
이후 “댄싱 히어로”가 개봉한 뒤에는 복도와 교실 앞에서 “무릎 꿇고 미끄러지기” 연습의 유행으로 이어졌구요.

게다가 그 때 그만큼 괜찮은 “야한 영화”를 찾기도 힘들었죠. ^^ 저만해도 처음 문이 열리고 소위 “더티 댄싱”을 추는 한 무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꽤 충격을 받았으니까요. 완전 새로운 세상이잖습니까! 이거 뭐, 갖다 박지만 않았을 뿐이지 -_-;;; 아니, 사실 그렇기 때문에 더 분위기가 야릇한 거구요. [사춘기 여자아이들의 “야한” 영화란, 아시다시피 적나라한 포르노가 아니라 “미묘”한 구석이 있는 영화들입니다.]
그런데 그 춤은, 지금 이 나이에 다시 봐도 정말 야하더군요. >.< 아이고, 좋아라.

여하튼 이 “추억을 파는 영화관” 행사는 대충 이렇습니다.
서대문 역 5번출구로 나가니 추억의 간판이 맞아줍니다.[핸드폰 사진이니 양해를. ㅠ.ㅠ]



직접 그린 영화관 간판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
입구에도 이런 벽보들이

붙어있고요.
 
[#M_하지만 제일 감탄한 건 이거였어요.|닫아주세요|

진짜 옛날 영화표, 게다가 전 광주 출신이라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영화표에 좌석번호가 없었단 말이죠. 으하하하핫.

들어가니 내부에 옛 영화음악들이 [그것도 중간에 튀는 소리를 들어보니 LP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the Time of My Life”를 비롯하여 “Up Where We Belong” 이라든가, “Summer Night” 라든가, 모조리 익숙한 노래들이더군요.
아래는 에어컨에 붙어있던 문구입니다.


영화가격이 당시처럼 3,500원이에요.
그런데 이 가격은 꽤 오랫동안 유지되었나보네요. 영화가 87년작이던데, 저 중학교 때도 3,500원으로 기억하는데 말이죠. 아, 서울과 지방의 영화비가 달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만 해도 꽤 차이가 컸으니까요.

기분탓인지도 모르겠는데….팝콘이 맛있습니다. 전 항상 영화관에 갈 때마다 그 놈의 “코를 잡아 끄는 듯한 향기로운 팝콘 냄새”에 속곤 하는데, 너무너무 먹고 싶어서 막상 사놓고 나면 맛이 없어서 깨작깨작거리다가 버리기 일쑤였거든요. 그런데 여기 이 녀석은 정말 맛났어요!!! “옛날 그 먹거리”라고 선전하는 걸 보니, 아마도 한때 “팝콘 기름” 열풍이 일어나기 전 정말로 옛 방식대로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 걸개는 꽤 탐이 나더이다.

이거 영화보다 다른 이야기가 많군요.
여하튼 십 몇년이 지나 보니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풋루즈”야 어른이 된 뒤로도 몇 번을 다시 보곤 했는데, “더티 댄싱”은 고등학교 이후로는 한 번도 다시 본 적이 없었거든요. 사실 전혀 즐거운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라 꽤 사회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한참 다시 돌려볼 때에도 갈등이 고조되는 대목은 의도적으로 빨리감기를 활용했었지요.

그래서인지 새로운 깨달음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몇몇 젊은 얼굴이라든가,
어라, 이거 알고보니 진짜로 전격 계층갈등영화??
게다가 성장물????이라든가,
배경이 60년대였었어????
라든가 말이지요.

정말 슬픈 건 말이지요, 영화를 같이 본 우리 30대들이 나와서 다들 똑같은 한탄을 늘어놓았다는 겁니다.
“제길, 이젠 더 이상 사랑에 빠진 여자애가 아니라 아빠의 심정으로 영화를 보고 있어!”
“나이도 어린 것이 발랑 까져서 아빠의 가슴에 대못을 박다니! 너무해!!”

……….네, 그런 나이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ㅠ.ㅠ
물론 패트릭의 몸매에 침을 흘리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별 다를 바가 없습니다만. -_-;;;

음악의 영향력을 예나 지금이나 강력합니다.
귀에 익은 음악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고[오랜만에 듣는 패트릭의 “She’s like the Wind”라니, 으하하핫.]
둘이서 립싱크 하는 장면은[꺄악!! >.< 진짜 귀여워요! 그 땐 정말 로망이었죠! >.<] 뮤직비디오에 가깝다고 해야할 정도죠. 제길, 이런 걸 보고 있으면 정말 나올만한 대중음악은 이미 다 나와버린 생각이 들어요. 지금보다 한박자 느린 템포지만, 훨씬 호소력이 강하고, 멜로디도 복잡하지 않아 머리에 착착 달라붙죠.

생각보다 사람이 적어서 놀랐어요. 전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이 보러올 줄 알았는데. 홍보가 제대로 안 된 탓도 크리라 봅니다. 시간표 알아내기가 힘들더군요. [참고로 옛날 방식 그대로, 11시, 1시, 3시, 5시입니다. ^^*] 제 앞에는 나이지긋한 어르신분들이 보러 오셨더군요.

이번에 스펀지 하우스에서 “화양연화”와 “중경삼림” 개봉한다던데
어디서 “아라비아의 로렌스” 좀 개봉 안 해주려나요. ㅠ.ㅠ 전 80mm 영화관이 사라지면서 그거 마지막으로 개봉해 줬을 때 못 본게 한이거든요.

덧. 다시 보니 제니퍼 빌즈, 참 안생겼어요. ^^* 그래서 진짜 어린애같아 보이는 거겠지만.
진짜로 스컬리가 되었더라도 나름 나쁘지 않았을 텐데….그 놈의 성형수술이 뭔지, 에휴.

_M#]

“더티 댄싱” 보고 왔습니다.”에 대한 9개의 생각

  1. teajelly

    음 저는 정황상 국민학생때 ‘존재만’ 알게 된 영화같아요. 친구네 집에 놀러갔더니 비디오테이프가 있었는데 친구랑 제가 봐도 되냐고 했더니 친구 부모님이 극구 말리셨던 기억이….^^; 그 뒤로도 계속 이름을 들어왔고 궁금해 했던 작품이라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되다니 너무 기쁘네요.

    응답
  2. lukesky

    teajelly/ 으하하핫, 그 부모님 심정을 이해할 것 같아요. 실제로는 미성년자 관람줄가인걸요.
    theadadv/ 그건 못봤는걸…..
    우유차/ 오, 그래? 하긴 이름만 알고 처음 가 본 데라, 내가 몰랐나보다.

    응답
  3. theadadv

    음… 패트릭 스웨이지가 양키판 이소룡영화를 찍었다고 생각하면 되삼… 지금와선 보면 안되는 영화지. 암. 그렇고 말고. 무려 더티댄싱 2년후에 저런 반쯤 막장영화라니… T_T; 뭐 그때보면 재밌었지만.

    응답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