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비앙 로즈(La Mome) – 미리니름 주의

모르겠어요. 아름다움? 감동? 전 결국 “연민”이라는 감정에 젖어버리고 맙니다.

제게 있어 에디뜨 삐아프에 관한 최초의 기억은 아마도 “보물섬”에 연재되었던 [차성진 씨인지 아니면 홈즈 이야기를 그린 다른 작가분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만화입니다. 어린시절부터 시작해 성공한 후의 연애담에 이르기까지 온갖 불행한 경험이란 경험을 모두 거치며 그 속에서 “혼신을 다한” 노래를 부르던 대략의 스토리가 기억나는군요. 그런 아련한 이미지를 갖고 있던 차에 막상 처음으로 삐아프의 노래를 들었을 때는 의외로 힘찬 허스키 보이스에 깜짝 놀랐더랬지요.

영화는 친절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종횡무진 내달리는 뒤죽박죽 시간선상에서도 굵은 줄기를 찾아내고 따라가기는 별로 어렵지 않아요. 화면속의 에디뜨는 항상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고, 결코 만족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사랑 이야기를 조금만 더 넣어주었더라면 후반부의 인터뷰가 더욱 실감나게 다가왔을텐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시다시피 이 가수는 부족함을 느끼는만큼 수많은 연인들에게 사랑을 퍼부었으니까요.

젊은 에디뜨는 강렬했습니다. 순진하고 거의 멍청하다시피 한 그 철모르는 아가씨는 가끔 사랑스럽기까지합니다. 하지만 역시 전 뜨개질을 하는 에디뜨 쪽이 더 좋군요. 배우 분의 훌륭한 연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제가 가장 격렬하게 반응한 장면은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사춘기 소녀들은 알 겁니다. 제일 친한 친구와 헤어진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특히 그런 상황에서는] 연인의 죽음 앞에서 절규하던 모습이 곧장 무대로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참으로 감탄했어요. 감정이 정면으로 파고들더군요. 그녀의 삶에서 무척 중요한 영향을 끼친 사건이 임종 부분에서야 밝혀지는 것도 의도적이지 않은 곳에서 마지막 무게를 실어준다는 점에서 괜찮았어요. 어쨌든 전에 그 중간단계를 지나치게 뛰어넘은 건 사실이니까요.

두시간 내내 흐르는 음악들이, 설사 가사나 제목은 전혀 모른다 하더라도 모두 귀에 익은 탓에 감동이 배가 됩니다. 중간의 한 곡은 실제로 삐아프가 부른 노래를 삽입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데, 제가 워낙 아무것도 모르는지라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대한극장에서 봤습니다만, 중간에 자막 시간이 맞지 않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한 10분 남짓 그런 상황이 지속되자 관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누군가가 항의를 한 건지 아니면 알아서 고친건지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가더군요. 엄청 짜증났어요. 그나마 감상에 커다란 영향을 주지 않는 대목이라 다행이었지만요. 오늘의 해프닝으로 끝나야 할 텐데,

등장하는 남자배우들이 다들 미남이에요. 심지어 에디뜨의 아버지까지도. ㅠ.ㅠ [전 개인적으로 프랑스 남자들은 유럽남자들중에서도 참 못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제라르 씨는 꼭 로버트 드니로 씨처럼 나이가 들었더군요. 반가웠습니다. 레이몽으로 나온 분은 리암 니슨 씨를 연상시키는 용모였고요. 혹시 중간에 등장하는 마를렌은 마를렌 디트리히인가요? 제가 마를렌이라는 이름을 연관시킬 수 있는 사람은 그녀뿐이라서요.

덧. 생각해보면 그녀는 예술가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소리꾼’이었던 것 같습니다.

라 비앙 로즈(La Mome) – 미리니름 주의”에 대한 5개의 생각

  1. 아울양

    저도 그 만화 봤는데, 저는 차성진 씨로 기억하고 있어요. 아마도 맞을 겁니다….(그 만화 덕에 저는 에띠뜨 피아프가 정말로 금발 꽃미녀인 줄 알았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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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금숲

    음 여배우들 연기가 좋았어요. 노래도 캡 잘 하더라고용.

    전 재현과 원곡이 확 구별이 가던데.. 어릴때 집에 테이프들이 있었글랑요.
    오히려 근데 그게 방해가!! ㅠㅠ (이느낌이 아냐! 라는 식의.. 그 둥둥뜨는 기분..)

    애인들이 더 안나와서 확실히 좀 아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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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doo

    전 시네큐브에서 봤는데, 중간에 자막 안맞았어요. 항의한사람은 없었고 조금있다 다시 제대로 맞던걸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다 그런거 같으네요. 중간에 나온 여인네는 마를렌 디트리히가 맞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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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lukesky

    rumic71/ 그렇군요. 항상 그분 이름을 기억못해서. 묘하게 ‘김훈’이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아울양/ 차성진 씨가 워낙 그런 ‘전기’만화를 많이 그리셨으니 저도 차성진 씨일 것 같긴 했어요. 으하하하, 맞아요, 맞아.
    금숲/ 노래는 정말….ㅠ.ㅠ 아, 그럼 혹시 중간중간에 소리가 약간 뜬 노래들이 원곡인 가요?
    doo/ 이런, 프린트 자체의 문제인 것 같군요. 대사 몇 개도 아니고 수분 동안 그랬으니 영화감상에 상당히 지장이 클 텐데, 경고문구 하나 세우지 않았단 말입니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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