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말씀은 고맙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독립을 하고 싶어.

물론 회사란 여러모로 편리하지.
뛰어다닐 필요가 없으니까.
언젠가 나의 의지와는 달리 신체상의 문제로 이 일을 하지 못할 가능성도 충분하고,
그 때가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몰라.
그러니 안전그물이 있으면 좋을지도.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혼자서 뒹굴고 싶어.
내가 대상을 결정하고 시간을 결정하고 순서를 결정하고
“어쩔 수 없어”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으면 좋겠어.

세상을 마냥 고고하게 살 수는 없는 법이라 더러운 꼴도 봐야할테지만,
이왕 보고, 또 봐야 하는 거라면
여러 사람이 아니라 온전히 나 자신만의 책임을 지고 싶어.

내 그릇은 작거든.
남의 책임을 떠맡고 그 때문에 밤잠 설치기를 감당할만큼 대범하지 못하니까.
신경이 강박증을 견뎌내지를 못하니까.

성장하려면, 역시 혼자가 되어야 해.

아아, 하지만 제길,
이 몸은 왜이리도 소심한 걸까나. ㅜ.ㅜ
이 말을 앞에서 직접 했어야 하는 건데,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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