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책을 읽다가 “미래에는 알약 하나로 하루 세끼를 대신 할 수 있을 것” [아마도 “어린 왕자” 였던 듯?] 이라는 문장을 읽고 무지막지 좋아라했던 기억이 난다. 그 나이만 해도 미래는 늘 희망적이었고 첨단이란 모두 획기적이었으며, 간편함이야말로 궁극적인 목표였으니까. 알약 하나로 뚝딱, 나머지 시간엔 놀러 나갈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이란 말인가.
나이가 조금 들고 나서는 “알약” 이야기가 나오면 열심히 비웃었다. “먹는다”는 행위에 대한 사고가 단순히 “먹는다”를 넘어서 그 안에 담긴 사회적 의미와,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을 포함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먹는 행위가 사라진다면 얼마나 삭막해지겠는가. 인간관계는 건조해 질 것이고, 인간들의 성격은 까칠해 질 것이며, 인간이 삶에서 느끼는 행복 또한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지금?
현재도 그러하지만 앞으로는 “먹는다”는 행위가 사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일에 바빠 치일 때, 퇴근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냉장고가 텅 비어 있을 때, 나는 여전히 알약을 꿈꾼다. 세상이 허할 때, 기운이 어두울 때, 기분이 우울할 때면 씹는 행위에 매달린다. 언젠가 조금 시간이 지나면, 가난하고 바쁜 이들은 알약을 먹고 부유하고 느긋한 이들은 음식을 먹을지도 모르지.
하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한 때 “고기고기고기”를 부르짖었건만 그 시기가 지나고 나니
먹는 게 너무 귀찮아졌기 때문이다.
…….라기 보단 배가 고프지 않다. -_-;;;;;
물론 눈앞에 음식이 놓여있다면, 언제나 그렇듯, 주위 사람들의 타박을 들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홀로 앉아 접시까지 싹싹 긁어먹을 내 모습이 훤하지만
앞에 차려져 있지 않는 한 굳이 찾아먹을 이유가 없달까.
어쩐지 요 일주일 몸이 피곤한 게 마감 스트레스 때문인가 했더니만 생각해보니 점심 때 도시락 한 끼와 커피와 물로만 버티고 있더라. 나름 아침저녁 선선한 날씨 탓인지 그 전 며칠 동안에 워낙 잘 먹은 탓인지 모르겠다.
…………………..난 짐승인가. -_-;;;;;;;;;;;
덧. 제발, 누군가 내게 정상이라고 말해 주길. 이런 거, 다른 사람도 다 그러는 거겠지???
주기와 강도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어서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고 있다. 건강이 아니라 혹시 정신적인 건가?
얼마 전에 “하루 종일 갈비뼈 있는 데가 쑤시고 욱신거려서 답답해”라고 했더니 동료 한 사람이 “그거 체한 증세인데요.”라더라. 난 자그마치 30년 동안 그걸 몰랐다. -_-;;;;;;
장염 증세도 아주 약하긴 하지만 한 10년 전부터 수시로 찾아왔는데, 그게 뭔지 알게 된 지도 얼마 안 된다.
극단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비교치가 없으니 어떤 게 정상인지도 잘 모르겠다.
생존본능이 뛰어나 본능대로 사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무심한 건지 알 길이 없다, 젠장.
드래곤볼에서도 선단이니 캡슐이니 나오지만 역시나 먹는 즐거움을 뺄 수는 없겠죠 ㅋ
물론 눈앞에 음식이 놓여있다면, 언제나 그렇듯, 주위 사람들의 타박을 들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홀로 앉아 접시까지 싹싹 긁어먹을 내 모습이 훤하지만
앞에 차려져 있지 않는 한 굳이 찾아먹을 이유가 없달까 <- 저기, 저도 거의 언제나 그래요. 그런데 이거 유유상종인 건지 아니면 정상적인 건지는 잘 모르겠;;;;
비교치가 없으니까 ‘자기몸사용법’ 또는 ‘자기몸고장시원인과대처요령’ 을 깨닫는게 의외로 힘든것 같아요. 사람에 따라 체한 증세도 많이 틀리니깐요. 전 체하면 머리아프면서 눈이 잘 안보이고, 토한답니다. 25년 동안 그 증상이 체한거라는걸 몰랐어요.
아마 정신적인 피로덕에 신체적 이상 증상에 대해 느끼는 반응 자체가 느려지신게 아니실지… 근데 정말 퇴근하고선 밥하려니까 얼마나 귀찮은지…
잉.. 전 배고프면 승질내는 체질이라;;
끼니를 거르면 사회생활을 못해요. ^^;;;;
먹는 것도 좋아하고.
저는 요즘 자꾸 과식해서 큰일이에요. ㅠㅠ
아, 저도요. 한창 많이 먹을 때는 맛집 골라짚어 다니며 먹기 바쁜데 하루에 네끼 다섯끼도 먹을 수 있는데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그냥 생각이 없어요. 한 두세 달에 한번 정도는 그런 것 같아요. 일요일 같으면 그냥 저녁 한끼만 먹을 때도 있고. 그냥 그 시기엔 배도 안 고프고, 먹고 싶다는 생각도 없고, 먹어도 맛있다는 걸 잘 못 느끼게 되더라고요(저도 그럴 때가 있다고 하면 듣는 사람들은 다들 화들짝 놀라긴 합니다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
근데 포만감과 목넘김을 포기하기가 힘들어서 전 알약나와도 밥먹을 것 같습니다. 통증은, 한국인은 다들 어느정도 둔감한 듯…
안녕하세요, 루크님. 아울입니다~ -ㅁ-;;
다름이 아니오라, 지난번 대무신왕기에 관련한 포스팅이요….. 그걸 우연찮게 읽게 되어서 리플을 (비밀리에) 답니다. 바람의 나라도 보고 대무신왕기도 본 독자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대무신왕기는 작가분이 바람의 나라를 읽었다는 전제하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소설이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은 사람이 또다른 로마이야기를 새로운 해석 없이 비슷한 구성으로 쓸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요. (창작자라면 그 위험부담이 어느 정도인 지 누구나 알고 있을 테니깐요.) 아마도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같은 인물을 주연으로 내세우다 보니 그런 효과가;; 벌어진 듯 합니다. 제가 읽은 바로는, 소설 내에서서는 의도적으로 따라간 흔적도 의도적으로 비껴간 흔적도 없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쓰는 작가 본위로 캐릭터나 사건이 창조되어 있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대무신왕기의 혐의는 그 점에 있어서는 굉장히 결백다하는 것입니다. 제가 보장할 수 있어요.
이 소설의 진짜 죄악은 표절여부가 아니라 끝장나게 형편없다는 겁니다. 스테레오타입이라는 말조차 과분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캐릭터에, 플롯은 흐리멍덩 중구난방으로 막 샙니다. 마지막 반전은 황당할 지경이죠. 소설의 결론을 보면 ‘뭐야, 처음엔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잖아!’ 라는 말이 나와요. 물론 이틀만에 다 보긴 했습니다. 정신없이 봤죠. 왜나고요? 오늘 다 못보면 내일도 봐야 할 테니까요;;
p.s. 물론 작가분과는 아는 사이입니다. ㄱ-; 그러니 이렇게 비밀글로 달죠;; 지금의 저는 임금님 궁뎅이 짝궁댕이! 하고 대숲에서 외치는 기분입니다
….저는 늘상… 과자부스러기 씹는걸 무진장 싫어하면서도 퇴근길에 너무 배가고파서 그 과자부스러기 몇개 씹으면서 집에 와서는 허기가 가신 바람에 밤새 놀다가.. 새벽이면 배가 고파져서 밥을 하고 있습니다… -_-;;;
그 짧은 30분의 공복감을 참지 못해 과자나 씹다가 새벽에 밥을 하는 저야말로 진짜 짐승…-_);;;;;;;;;
햏리포타/ 안녕하세요. 으음, 처음이니 인사라도 해 주셨으면 좋았을텐데요.
그렇지요. 역시 먹는 즐거움은 무엇에도 비길 수 없는 것입니다. 단, 귀찮지 않을 때요. -_-;;
Deirdre/ 그게 제일 문제야! 비교 집단!!! ㅠ.ㅠ
teajelly/ 체하시면 눈이 안보이시다니…아니, 그건 정말 모를만도 한데요. 정말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군요. 누군가가 딱 짚어서 말해주면 좋겠어요.
stonevirus/ 음, 하지만 항상 피로 때문은 아닌걸.
나마리에/ 맞아맞아, 지난번에 배고프면 화내신댔죠. ^^* 전 오히려 배가 고픈 건 잘 실감하지 못해서. 배가 부른 것도 거의 터지기 직전이 되서야 깨달아요. ㅠ.ㅠ
misha/ 나도 첨엔 그러려니..했는데, 이거 점점 심해지니, 원.
오우거/ 한국인은 둔감한 겁니까. -_-;;
비밀글/ 옙, 비밀글님 댁에 댓글 달았습니다. ^^* 으흐흐흐흐,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저도 그냥 기억속에서 지워버린지라. ㅜ.ㅜ
약토끼/ …..그래, 가끔 새벽에 라면을 끓여먹지, 난. -_-;;;
오우거/
미식가 중에는 ‘맛’만 느끼려고 먹은다음에 다 토하는 사람도 있다더군요.
오프라 윈프리 쇼를 보다가 위절제술을 받고 날씬해졌지만 알콜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나오더군요. 공감했던게. 먹는다는 것 자체의 과정에서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였어요.
알약을 먹게된다면.. 허무해져서 더욱더 필요이상으로 다른것을 먹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