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생각보다 잘 만들었잖아!!!
사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조금 겁을 내며 “어떤 물건이든 참을 수 있어”라고 중얼거리며 보러가서 그런지 놀랐다. 워낙 원작을 읽은지 오래되긴 했지만 화면을 보고 있노라니 인상 깊었던 문장이 새록새록 떠오를 정도. 장면을 상당히 충실하게 옮겨 놓았다.
그러니까, 적어도 “화면”으로는 꽤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보면 많이 밋밋하다. 분위기 자체는 선정적인 걸 더 강조한 듯 하고. 하지만 별 수 없었겠지. 그 섬찟한 내면 묘사를 이 이상으로 옮기도록 바라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아닐까. 예전에 읽었든 이제야 읽었든, 원작을 읽은 이들은 이미 워낙 강렬한 충격을 받았을 테니. -_-;;; 나만해도 그 나이에 눈 앞이 번쩍번쩍, 몸이 짜릿짜릿 하는 경험을 했는걸.
원작을 안 읽은 이들에게는 꽤 재미있고 섬짓한 영화를 봤다는 좋은 인상이 남을 듯. [마지막 살인에서 너무 질질 끌긴 했지만]
1. 하지만 처형장에서 힘을 다 써버리는 바람에 마지막 장면이 힘이 빠진 듯 하다. 그르누이의 감정 처리도 좀 이상해. 그의 심정은 그냥 ‘외로움’이 아닐텐데. 제작진은 결국 ‘사랑’으로 마무리 하기로 한 건가? 앨런 씨가 항복하는 모습이 훨씬 강렬해야 했어. 원래 그 사람이 무릎꿇는 부분이 절정이라고!
2. ….레이첼, 정말 예쁘게 자랐구나. 이 누님은 뿌듯하다. 그래그래, 피터 팬에서 너와 제레미를 봤을 때 제발 저 반짝이는 미모가 사라지질 않기를 기도했는데, 으흑, 정말 아름답구나아…ㅠ.ㅠ 잘 컸다, 응응, 정말 잘 컸어. ㅠ.ㅠ [그러고보니 제레미는 어케 자랐으려나] 아이고오 예쁜 것, 크흐흐흐흐흐흑. 삭발 당한 뒤에도 눈이 부시구나. 아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3. 그르누이 역의 배우는 스틸 컷에선 예뻤는데…-_-;;;
표정이 한 가지 밖에 없다는 게 심히 유감이다. 원래부터 그루누이 자신이 감정을 거의 표현하지 않긴 하지만. 게다가 영화는 그르누이가 아니라 여자들을 통해 그의 감정을 표현한다. 뭐, 다른 작품에서 더 확인할 수 있겠지.
4. 더스틴 씨 진짜 최고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난 영화를 보다가 나 자신도, 그리고 옆 사람도 아무도 예기치 못한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곤 한다. 물론 어느정도 그때 그때 내 심정과도 연관이 있겠지만 나 자신도 이유를 알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가끔은 스토리와 중요한 연관성을 지니는 부분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갈만한 장면이다.
오늘은 더스틴 씨가 그르누이에게 향수의 기본을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12개의 향수 재료들, 헤드, 하트, 베이스와 마지막 미지의 열세 번째 재료가 있다는 전설을 설명할 때, 손으로 향수병들을 어루만질 때, 아득한 눈빛으로 전설을 이야기할 때, 그 순간에 그르누이가 얼마나 가슴이 벅차 올랐을지 이해할 수 있었다. 눈물 나더라, 진짜. 그래서 이건, 더스틴 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기로 했다.
앨런 씨는 요즘 왜 이렇게 처량한 역할을 많이 맡는 거지. ㅠ.ㅠ
5. 독일 사람이 프랑스를 배경으로 쓴 소설을 영국인들이 스페인을 끌여들여 영화로 만든 모양이다. 놀라워라.
6. 집에 돌아와 정말 오랜만에 책을 펼쳐 보니 초판발행이다. -_-;;; [4,500원이로군] 하긴, 중학교 때 서점에 가서 무심코 신간 코너에서 집어 들었다가 완전히 맛이 간 케이스니까. 아직도 그 때 어쩌다가 이 책을 사게 되었는지, 밤중에 얼마나 정신없이 읽었는지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다시 읽어보니 역시 세세한 부분은 감정과 이미지로만 남아있군. 인간의 기억이란. ^^
7. 요즘엔 식비보다 영화비가 더 많이 나가는 거 같아…….
소설을 읽은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한 게, 오히려 다행이었어요 ^^;;
그르누이의 심리 묘사나 동인은 그리 잘 표현되지 않았지만(심리묘사가 쉽진 않으니)
‘후각’의 표현을 극대화하기 위해 ‘청각적 요소’에 꽤나 공을 들인 것 같아서
눈보다 귀가 더 즐거웠네요.
아니아니, 알란 릭맨씨는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딸의 미모는 역시 아버지에게서!!! +_+
에베드/ 음악도 좋았어요!! >.< 그런데 보니 감독이 음악도 작곡했더군요. 세상엔 참 무서운 인간들이 많아요…..ㅠ.ㅠ 릭먼 씨의 미모는 어떤 역에서나 빛나는 법이지요, 으하하핫.
1.주연 배우는 터미네이터3의 ‘닉 스탈’이 생각나게 하더군요. 제가 소설을 읽고 생각한 그르누이 의 이미지는 ‘이사쿠’였습니다.
2.처형장에서의 ‘그’장면과 마지막의 ‘그’장면이 소설과 같이 묘사 되나요?
5. 다국적 영화로군요 ^ㅅ^
저는 책을 먼저 봐야겠습니다^^; 고등학교 때 읽었는데 스토리가 기억이 안나요 ㅇ>-<
책으로 보고싶긴 한데 밀린 책이 너무 많아. ㅠ_ㅠ
책값에서 시간의 흐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