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음악극: 思悼 _ 사도세자 이야기

누이의 덕을 입어
국립중앙박물관의 극장 용에서 공연한 “思悼 _ 사도세자 이야기”를 보러갔습니다. 사실 전 이쪽은 전혀 모르는지라 출연진의 이름을 보고도 그게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지요.

이런 공연을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군요. 무용극? 춤음악극이라는 말을 사용하던데 그게 제일 그럴듯하기도 하고. 어쨌든 베이스로 라이브 음악이 깔리고 네 사람의 몸짓으로 극이 진행됩니다.

1. 음악: 피아노와 바이올린, 중간에 소리를 하시는 분의 목소리가 약간 가미되는데, 전체적으로 – 음조도 그렇고 리듬도 그렇고 – 불협화음의 느낌이 강합니다. 순수하게 서양음악이나 클래식이 아니라 한국적인 리듬이 섞여 있어 악기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더욱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 극의 전반적인 내용이 주로 ‘갈등’인 지라 의도한 바 그대로 일지도요.

………그런데, 소리 하시는 분이 처음부터 반주와 음이 안 맞아서……-_-;;;; 실수한 것 치고는 너무 계속 그러잖아! 게다가 높은 음이 안 올라가!!!!!!!! 그래도 마지막 곡은 조금 나아지데요. 가사는 없는 편이 나을 뻔 했습니다. 아예 소리가 앞과 끝에만 들어가도 상관 없었을 듯.

2. 인물:
사도 – 조재혁
혜경궁 홍씨 – 김주원
영조 – 황영근
정조 – 오영훈

안무: 국수호[전통무용 안무가랍니다. 팸플릿에는 ‘춤작가’라는 말을 사용하더군요]

…………저 이제부터 김주원 씨 팬 할래요. ㅠ.ㅠ 으아, 무슨 선이 그렇게 예쁩니까! 아니 발레를 하는 분이라는 건 알고 있는데, 세 남자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입니다. 몸짓이 정말 애절하고 부드러워요. 여성적이라는 건 바로 저런 거군요. ㅠ.ㅠ 역시 여성과 남성의 미가 아무리 종류가 다르다 한들, 여성의 미에 남자들은 도저히 못따라와요!

조재혁 씨는 한국무용을 한 사람으로 꽤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여하튼 전 이름도 어제 처음 들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키가 큽니다. 그런데 가늘고 나긋나긋한, 여성적인 부분이 있어요. [그렇다고 남성미가 떨어진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이 분도 “강렬함”보다는 “애절함”쪽이 본시 강한 춤꾼 같습니다. 앞모습보다는 뒷모습 쪽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 같더군요.

영조 역의 황영근 씨는 파워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 영조라면 사도세자보다 두 발짝쯤 위에 서 있어야 하는데 겨우 반 발짝, 혹은 아슬아슬한 분위기입니다. 해석의 문제이긴 하겠지만, 제 취향에는 조금 더 라이벌 의식이 팽배한, 강한 아버지 였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덕분에…….혜경궁 홍씨와 사도 세자 둘이 있으면 꽤나 애틋한 애정 라인인데, 거기 영조까지 세 사람이 되면 완벽한 삼각관계가 됩니다. 그것도 관계의 권력 구도라기보다 그저 “애정”과 “갈등”이 훨씬 돋보여요. 더욱 아쉬운 건 조재혁 씨의 페로몬이 좀 부족해서, 세 사람이 있으면 시아버지와의 관계가 더 의심스럽다는…….ㅠ.ㅠ 성적 페로몬을 조금만 더 풍겨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살짝 아쉽습니다. [그 분은 뭔가 ‘무성’에 가까운 분위기가 있는 듯. 아니, 그보다는 아직은 ‘남자’가 아닌 청년의 느낌? 왠지 아직 덜 자란 분위기였어요.]

정조 역의 오영훈씨, 정말 귀엽습니다. [저보다 어리겠죠….??] 지난 번 바람의 나라 때 호동왕자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 정조 치고는 반항기가 조금 부족하지만 아직은 어린애니까요.

무대 위에서 움직이는 춤꾼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는데, 인간의 몸은 정말 “무기”에요. 어째서 이런 공연을 보면서 “도구”라든가 “악기”라든가 부드러운 이미지가 아니라 하필 “무기”를 떠올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정말 훌륭한 무기에요. 판타지 소설 같은 곳에서 인간으로 변신하는 칼 따위가 나오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더라니까요. 저런 몸에 속도와 움직임을 실어 다른 사람들의 가슴에 그대로 쑤셔 박아도 하등 이상할 게 없을 겁니다. 손에 보이지 않는 칼을 쥐고 있는데, 그것을 들고 있는 자기 자신 또한 자체가 칼인 거예요. 끄응, 이거 제대로 설명한 거 맞나. 칼과 혼연일치가 되었네, 뭐 그런 것과는 좀 달라요.

몸을 다루는 법을 모르는 것은 물론이요, 팔다리 자체를 어색하게 느끼는 저 같은 인간에게는 참으로 부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죠.

3. 극
공연 시간은 약 80분 정도. 60분 정도로 줄이는 편이 낫지 않을까…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중간 중간 긴장을 풀었다가 다시 조이는 장치가 너무 많아요. 나중에 가면 무뎌지더라고요. 마지막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연출도 있고.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꽤 좋았습니다. 지루하지가 않아요.

하지만 공연은 오늘까지, 사흘 간 네 번의 공연이 다입니다. 더블 캐스팅이 두 쌍이라 크로스로 완벽하게 네 번을 하고 끝나는 것 같더군요. 어제 캐스팅은 주연들이 현대무용을 한 사람들이라 영조와 사도세자가 두 사람 다 강했다는데, 그 팀도 살짝 궁금해지는군요.

덧. 이런 종류의 공연을 볼 때면 로비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정말 쏠쏠합니다. 뮤지컬 때에도 그랬지만, 특히 무용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에는…..으허, 이 수많은 키 크고 늘씬하고 예쁜 아가씨들은 평소에 대체 어디 숨어있었던 걸까요!!! 보통 사람들과 몸매의 비율이 달라요! 게다가 다들 옷들도 멋들어지게 차려 입어서. >.<

관련 기사: [思悼-사도세자 이야기]

덧2. 부끄럽지만, 누이와 저의 삽질. “사정- 사도세자? 사정이 뭐야????? 어감이 왜 저래?”
ㅠ.ㅠ 그 놈의 마음심 변 때문에…..

춤음악극: 思悼 _ 사도세자 이야기”에 대한 4개의 생각

  1. 빨간그림자

    궁금했던 공연인데 단비같은 소식을 듣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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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tonevirus

    인간의 몸은 무기지요. 특히 무용하는 분들 동작 보면 쌈박질을 배운 제가 봐도 섬찟 섬찟한게 인간의 몸이야말로 진정한 범용 도구이자 범용무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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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lukesky

    rumic71/ 대단하신 분이가 보더군요.
    빨간그림자/ 정말 우연히 이런 기회를 잡게 되었어요. ^^
    stonevirus/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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