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를 치자!

포커와 관련된 책이 들어오면서 사장님이 어제 직원들 모두를 “소환”하셨습니다.
“오늘 6시부터 포커 판이다! 자고로 해봐야 이해를 하지!”

그리하여 책상을 모아 직사각형을 만들어 사장실에 있던 담요를 깔아놓고, 우리 아홉 명은 사장님을 딜러 삼아, 바둑알을 칩 삼아 기본자금 3만원[물론 회사 돈]의 1/2 홀뎀 게임[007 카지노 로얄에서 하던 바로 그 겁니다요]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물론 기본적인 규칙이야 여기저기서 보고 들어 알고 있었고 며칠 전 블라인드 베팅에 대한 설명도 듣긴 했지만, 전 어렸을 때부터 포커의 ‘돈 거는 규칙’만은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뭐 확실히 설명을 들은 적도 없거니와 도무지 뭔 소린지 알 수가 없어서….-_-;;; 다른 직원들도 여자들이 대부분이라 마찬가지였고요. 한데……..정말로 한 두세 판이 돌아가니 이해가 되더군요. -_-;;; 서너번째 판이 되니 다들 규칙 숙지, 처음에는 별로 진지하지 않고 와글와글 시끌시끌하던 판이 진짜 “콜”과 “레이즈” “체크” 소리만 들리더라니까요, 우와.

게다가………….재미있다!!!!!!! [물론 내 돈이 아니라서 그렇지만서도] 대학교 때 세 명만 모이면 카드게임을 하던 동아리 사람들이 “고스톱은 기껏해야 최대 10만원, 하지만 포커는 기본이 몇십 만원”이라고 하던 말이 정말 이해가 되더이다. 처음에는 1/2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2/4로 올렸는데 정말 순식간에 판이 정리. -_-;;; 이 정도면 하룻밤에 진짜 패가망신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던데요.

아, 그런데 저는 어떻게 됐냐고요? 한 푼도 남김없이 모조리 박아 넣은 세 명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 원래 도박 체질이 아닌 것도 있고[전 고스톱은 아예 해 본적도 없어요], 묘하게 최고의 패를 들고 아래 플랍이 거지같이 나와서 죽은 적이 많아 금세 자리에서 일어날 것 같았는데……칩이 없어서 올인한 마지막 판에서 제일 마지막 카드가[그게 “리버”라고 하나요?] 정말 기적같이 나와 주는 바람에 로열 스트레이트가 만들어졌답니다. ^^* 우와, 그거 기분 좋더군요. 하지만 눈앞에 돈이 많아지니 야금야금 놓다가[게다가 판돈이 두 배로 올라서] 결국은 제일 마지막 판에서 끝. ^^ 그래도 테이블에 끝까지 앉아 있었어요.
한편 남녀 두 사람이 십만원어치를 따서 최고 자리에 등극하셨습니다, 네. 역시 블러핑은 하고 봐야 하는 거더군요. 그래서 결국 자신이 가진 칩의 절반은 진짜로 사장님이 현금으로 주시고[흑흑 부러버라.] 나머지는 어젯밤 회식비! 그리고 오늘 점심은 딴 사람들한테 얻어먹기로 했습니다요.

그런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뭐랄까, 우리 회사사람들은 대부분 책상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이라 노는 것도 되게 조용하거든요. 이런 도박 같은 것에도 익숙치않고[하기야 남자분들은 확실히 다르더군요] 그런데 다들 게임을 한다는 소리를 듣자 내켜하지 않으면서도 약속 시간 30분 전부터 어딘지 모르게 다들 들떠서 “우와, 벌써 판을 깔아놨어요!”라고 구경 가고…아핫 ^^*

확률이란 정말 신기하더군요. 이래서 사람들이 도박에 빠지는구나…싶기도 하고 말이죠.
1. 저 같은 경우 A와 10을 들고 있었고 플랍에 Q와 K가 들어 있었는데, 제일 마지막 다섯 번째 카드에서 진짜로 J가 나와 주는 바람에 “난 여기서 끝이구나.”가 단번에 “허억! 설마하긴 했지만!”이 되어 버렸고

2. 제 옆에 있던 동료 역시 마지막 순간 스트레이트 플러시로 판 클리어. -_-;;; 클로버 5,6,7,8,9,였나?



3. 한 판은 플랍에 Q가 한장 깔려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남은 세 사람이 서로 이겼다고 의기양양해하면서 한 사람씩 차례로, Q한장과 함께 9페어와 10페어와 J페어를 내놓는 무슨 영화 같은 장면이. -_-;;;;

아무래도 올해 여름 회사 워크샵은 포커판으로 밤을 지새우지 않을까 싶습니다.

포커를 치자!”에 대한 11개의 생각

  1. stonevirus

    오오 재밌으셨겠습니다 ^ㅅ^
    그나저나 사장님 대단하신걸요. 해봐야 이해를 한다면서 바로 판을 벌이시다니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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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참달아

    재밌으셨겠어요^^ 저희도 가끔 집[..]에서 포커를 친 적이 있엇는데, 당시 초등3학년이던 막내가, 비기너즈 럭이라고 하지요? 판을 죄다 휩쓸었었던 그런 일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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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Zannah

    호오.. 저도 배워보려고 생각만 하던 참이었는데 ^^ 이 글을 보니 다시 열의가 치솟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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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하늘이

    원래 도박은 "처음" 칠 때 제일 "잘" 쳐지는 법이란다. (먼산)
    대학때 MT가서 고스톱을 쳤을 때 하룻밤 사이에 세 번이나 올인당한 기억이 떠오르는군.다행히 가난한 대학생들이라 판이 작았더랬지. ( ‘ ^’)
    처음엔 쓰리go를 넘자 "포go~~!go, go, go!"의 환상에 너무 기뻐서, 두번째엔 "설마 이번엔~"하고, 세번째엔 "삼세번인데 걸리겠어?" 결과는 세번 다 돗박에 걸려 올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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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lukesky

    rumic71/ 확실히 해보고 나니 재미있더군요.
    stonevirus/ 그 분이 워낙 이런 걸 좋아하셔리.
    참달아/ 으헉, 대단하신 가족들이십니다! 가족들끼리 하면 더 재미있겠군요. ^^
    Zannah/ 배워놓으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을 것 같더군요.
    DAIN/ ……."건전"한 "포커" 입니까. -_-;;;
    석원군/ 다 털렸다니까요. ㅠ.ㅠ
    비밀글/ 옙, 다행입니다. 주소와 전화번호는 지웠습니다. ^^
    이프/ 응, 화기애애한 분위기지.
    오우거/ 제가 아니라 다른 분이겠지요. 전 안합니다.
    하늘이/ ….그런데 난 첫 성적이 저 모양이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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