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케팅 담당자는 안티가 아닙니다. 환타지 영화란 “중천” 같은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다수 대중의 희생자이니 오히려 불쌍하게 여겨줘야죠. -_-;;;;
– 몇 줄 안되지만 심한 미리니름 주의 –
2. 워낙 경고를 많이 접한지라 각오를 단단히 해서인지 생각보다 잔인하지는 않았습니다. 아, 하지만 이 부분은 확실히 마케팅의 실수더군요. 초판에 등장한 내려찍기가 워낙 인상적이라서 바느질 때에는 오히려 덤덤해지던데요. 게다가 그런 이미지들이 충격적이지만 ‘너무나도 당연한 듯’ 펼쳐지니 더욱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그게 더 끔찍한 일이죠.
3. 델 토로 아저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잔인하시더군요. 마음속 한 구석에서는 오필리아가 그냥 행복한 빛 속에서 싱글거리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영화적으로는 만족스러웠지만 감정적으로는 얄미웠어요.
그래요, 새로운 세계로 가는 문은 언제나 피로써 열리죠. 그것도 바닥없는 호수처럼 끊임없이 들어 부어야 하는.
희망 따위는 없어요. 소녀는 공주님이 될 수 없고, 피는 계속해서 떨어질 테고, 게릴라는 승리하지 못하고, 혁명가들은 죽을 거예요. 아아 하지만 금기를 건드린 소녀가 지켜낸 아이는 자라 새 세상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4. 삼키면 삼킬수록, 먹으면 먹을수록 허전해지는 배. 만족할 수 없는 욕구. 부푸는 욕망.
그로 인한 자멸.
낼름거리는 혓바닥, 잡아찢는 입술, 칼침에 옆으로 째진 입.
5. 그는 의사에게 묻습니다. “날 배신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아.” 여자는 그에게 말합니다. “나를 인간으로 보지도 않았어.”
의사는 체념한 듯 등을 돌리고 쓰러지고, 그녀는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입에 칼을 쑤셔 박죠.
그 기묘한 계급적 비교와 대조.
6. 판의 그 그르릉 딱딱 소리가 좋아요. 에피소드 2에 나오는 그노시스 애들과 같은 곤충 소리말입니다. 묘하게 귀엽지 않습니까? >.< 실제로 곤충 날개 소리는 소름끼쳐서 싫어하는데, 영화 속의 파르르르는 소름이 끼쳐서 좋아한다니….
아, 그리고 주연 여자아이도. 그 눈빛이 진짜 마음에 들더군요. ㅠ.ㅠ 요즘엔 왜 이리 연기 잘하는 애들이 많아요?
7. 흥행이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역시 힘들까요. ㅠ.ㅠ
여하튼,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기쁩니다. 이렇게 예쁘고 서글프면서도 근원적인 공포감으로 후벼파고 인간의 열정과 이중적 면모를 아무렇지도 않게 폭로하는, 가시철사가 둘러진 구름 위를 맨발로 걷는 듯한 녀석을 명화극장에 내보내야 한다구요!
덧1. 도대체 저 뒤에 앉아있는 제게도 들릴만큼 굵직한 목소리로 두시간 내내 옆에 앉은 여자애와 수다를 떠는 – 그래도 여자애 목소리는 조금 작기라도 했지 – 그 대가리 같지도 않은 걸 달고다니는 자식의 상판때기는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보고 싶었는데 영화가 끝나자마자 쌩 하니 날아가버렸는지 다른 관객들에게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할만한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 인간, 바느질 신에서는 아예 극장 안의 사람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오우, 쉿”을 외쳤어요. 제발, 액션영화를 보면서 그러는 건 아무 말도 안 할테니 제발 이런 영화는 보러 오지 말아줘. 정 못참겠으면 비디오방에 가라고, 비디오방에!
그리고 뒤에 앉아 발로 탕탕 치다가 중간에는 아예 자신있게 전화를 받아들고 “아, 네 무슨 일이세요?”라고 뻔뻔스레 통화하다가 제가 째려보는 바람에 밖으로 잠시 도망가셨던 그 분은 지금도 얼굴이 기억나는군요.
제 옆에 앉아계셨던 남자분께는 조금 죄송. ㅠ.ㅠ 제 성질머리 보고 조금 황당하셨을 듯.
덧2. …..돈 처발라서 제발 중천 같은 영화 좀 그만 만들어요. -_-;;; 대체 저 국적불명의 이상한 화면은 뭡니까? 하늘 날아다니는 무협이면 무조건 환타지 소리 붙일 수 있답니까. 은행잎 깔아놓고 영웅 패러디 찍어요? 돈들어 이미지만 짜기우면 만사장땡이에요? 아, 진짜…ㅠ.ㅠ 아주 그냥 보러온 영화 시작도 하기 전에 예고편으로 좌절감을 살짝 즈려밟고 가라고 사뿐이 뿌려주시데요?
저도 판의 미로 보기 전에 중천 예고편을 봤는데… 영화가 온몸으로 망하겠다는 결의를 외치는 것 같았습니다. 제발 설정 좀… 엉엉엉 T-T 남의돈인데도 백억이 아까워서 미치겠어요. (딴소리만 잔뜩 했네요;) 판의 미로 참 강렬하고 아름다운 영화죠. 영상미가 훌륭했는데도 묘하게 배우들의 눈빛이 기억에 더 남았어요.
보셨군요! 후반부부터는 울먹거리며 봤어요. 혹시 같은 감독의 작품인 ‘악마의 등뼈’는 보셨나요? 최근에 간신히 구해서 봤는데, 그것도 정말 훌륭했어요!
Needle/ 저는 그 영화가 스페인어라는 데 대해 감사의 기도를 올려가며 봤답니다. 영어였더라면 느낌이 정말 많이 달라졌을 거예요. 중천 예고편은…정말 무슨 생각으로 그런 영화를 만드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울양/ 저도 끝에 울었어요, 으흑. ㅠ.ㅠ 악, 저도 그 영화 보고 싶어요! 이건 진짜 제목부터 취향이네요.
저도 마지막 부분에 울었어요.
핑백: ▶렉시즘(rexISM)..
탓신다/ ㅠ.ㅠ 어찌보면 정말 현실에 ‘정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지 않았나요?
그 입 꿰매는 장면이 생각만큼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은건 캐릭터덕도 있다고 봐요 -ㅂ-
비달대위같은 사람에게 누가 진지하게 감정이입을 하겠어요;
따지고보면 이 사람은 영화속에서 자기가 휘두르는 폭력만큼이나 본인도 세게 당하는데, 이렇게까지 안 불쌍할 수 있기도 힘들지 않을까 해요 -ㅂ-…
‘악마의 등뼈’ 강추합니다.
감독 자신이 ‘판의 미로와 악마의 등뼈는 쌍둥이같은 영화’라고 말 한바도 있고요. ‘ㅂ’
우와…제목만 보고 주말에 막내랑 보러가야했는데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네요-_-;; 그렇지만 루크님 포스팅이나 주변 평들 보면 혼자서라도 볼 만하겠어요:) [사실 조금 취향인 것도 있고^^;)
PLUTO/ 하긴, 것도 그렇군요. -_-;;; 게다가 누구보다 ‘괴물’처럼 보이는 순간이니까요. 아아, 악마의 등뼈 보고 싶은데, DVD로 나와 있을…리가 없겠죠, 털썩. ㅠ.ㅠ
참달아/ 막내분과 보시기에는 조금 위험할 것 같은데요. ^^ [그 놈의 마케팅] 하지만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보러가면 나와서 할말이 무지 많을 것 같아요. 전 혼자보러가서리….ㅠ.ㅠ
핑백: El gran Indigo
이 영화 볼까 말까 생각 중 인데… 더 끌면 못 볼지도…–;; 어쨌거나 중천은 아예 기대가 안 되던 걸요? 저런 스타일의 영화에 한두번 속아봤어야지요.
저도 보고 와서 잔인하니 조심하라는 소릴 꽤나 늘어놓았습니다만, 기실 벌어지는 장면들의 잔혹함보다도 그런 일들이 아주 무덤덤하게 일어나는 정서랄까 상황이랄까 하는 것들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전 좀 엉뚱하지만 입 꿰매는 장면까진 그냥그냥 으웃 하면서 보다가 입 꿰매고 나서 술 들이키자 붕대에 핏물 배어 나오는 데서 끼약 소리가 나오더군요;;;(너무 리얼했어요 으으으)
핑백: EST's n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