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먼저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영화였다는 점을 고백해야겠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저 화려한 의상과 배경으로 눈돌아가게 만드는 영화로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직장여성으로서의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과거, 나의 현재, 친구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남자친구녀석들의 고민들까지. 아마도 우리 나이대의 아이들은 이미 한 차례 폭풍같은 고비를 넘기고 지금 여기 서 있는 것이겠지만 또 어떤 이들은 뒤늦게나마 새로운 상황 속으로 발을 내딛기도 한다.
예전에 어떤 친구는 자고로 직업이란 하고 싶은 일 > 할 수 있는 일 > 해야하는 일과 같은 우선순위를 지니고 있다고 했고, 또 다른 친구는 직장이란 돈을 많이 주거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적어도 셋 중 한 조건을 갖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화려하고 폼나지만 힘들고 치사한 곳과 월급은 많지만 일이 지겨운 곳과, 하고 싶은 일이지만 보수가 적은 곳 사이에서 갈등하는 걸까. 그 중에서 결국 꿈을 찾아나서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앤디는 잠시 꿈을 꾸었던 것이다. 미란다의 말이 맞다. 두 사람은 비슷한 종류의 인간이었다. 앤디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고,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여기에는 가치판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신문사 사람들은 패션 잡지를 무시하고, 패션계 사람들은 문학이나 언론을 비웃는다. 나? 솔직히 말해 전자에 가깝겠지만, 인터넷 신문 기사를 읽기 시작한 뒤로는 어느 정도 태도가 바뀐 것 같다.
여하튼, 아주 훌륭한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기대 이상이었고, 결코 시간낭비는 아니었다고 주장하고프다. 특히 직장여성 동지들끼리는 나름대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듯.
덧. 우리 모두 메릴 마님을 경배합시다!!!!!! >.< 당신의 은발과 고상한 척 속삭이는 목소리는 정말 속물적이었어요!!!!
덧2. 앤 해서웨이는 생긴 것도 워낙 인형처럼 예쁘장하게 생겨서 보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지난번에는 줄리 앤드류스 님과, 이번에는 메릴 스트립 님과……아주 복이 넘치는 아가씨다! ㅠ.ㅠ [하긴, 그 두 노중년 여배우들이 사실은 한 ‘성깔’ 하는 탓에 어린 배우가 고생을 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 반대였을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그렇게 예쁜 얼굴을 그런 짙은 화장으로 떡칠하는 건 개인적으로 범죄라고 생각한다. -_-;;; 화장도 적당히 해야지, 원.
여기저기 블로그마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꽤 좋군요. 제목만 보고 B급으로 생각했었는데, 한번 보러 가봐야 겠습니다.
또 뵙게 될 기회가 생기면 원작소설을 빌려드릴게요~:-D
이거 딱 어제 봐서 느낌이 지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니까 글이 공감이 팍 갑니다. 저는 화려한 의상 말고도 생각나는 거 하나가 바로 ‘사회생활’이었는데요. 앤드리아가 직장에서 만나는 인간군상이 한번은 만나봤던 군상들이더라고요. 어쩌다가…–;;
나도 일반인이 본 영화평을 보고 망설였지만.. 어떤 면에서는 빡세고 돈안되고 성깔 더러운 사람들만 모여있는 패션계의 모습을 다시 봤다….(우리나라의 그 겉멋들어진 디자이너 드라마들 보다 훨씬 사실적이었거든) 책도 안 보고 영화를 봤지만… 괜찮았어… 그 메릴 마님의 날마다 던지는 코트와 가방이 어찌나 실감나던지…(잠시 옛날 생각)…
난 원래 옷이나 가방에 흥미가 없어서인지 아님 그런 것에 익숙해서인지 그것에 눈이 돌아가진 않더라…. 난… 개인적으로…미란다에 한표… 그러니 그렇게 살아남는 것이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재자가 안되면 안돼.
화장에 대한 의견의 동감백배. 참. 메릴 마님은 정말이지…..멋졌어요 +ㅁ+oo
다 보셨군요! 해색주도 보고! 아론 언니도 보고! 안 보고도 볼 예정도 불확실한 것은 정녕 저뿐입니까아 ㅠ_ㅠ
(아아….. 저의 여왕님 찬양 혼이 울고 있어요…)
책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혹평이 쏟아지던데, 영화는 상당한 작품인가보네요.
사실 전 예전에 ‘데블스 어드버킷’이라는 제목(그냥 ‘악마의 변호사’ 해도 됐을텐데 ㄱ-)으로 나온 알 파치노와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맡은 ‘변호사물을 빙자한 악마물’을 너무 감명깊게 봐서, 이 영화도 혹시 그런 계열 아닌가 했었다죠 ^^;
저도 패션잡지계의 암투라던가 화려한 패션 이런 부분은 워낙 무지한편이라 별 느낌이 없었는데, 신입사원의 고군분투기라는 측면에서는 인상깊었습니다. 메릴 스트립은 여우 주연상을 드려도 아깝지 않을…..그런데 포스터는 정말 안습이던데요. 왜 그런 포스터를 갔다 썼는지;;;;;
덩어리뱀/ 저는 책을 읽어본적이 없어서….하지만 영화는 재미있었어요.
클라삥/ 우웃, 감사합니다!!! >.<
eponine77/ …….전 정말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군요….
아론/ 네가 옷이나 가방에 관심이 없다니, 말이 되냐 -_-;;;;; 뭐 여기선 누구한테 표를 주고 말고가 없는걸. 여하튼 그 ‘만약 미란다가 여자였다면..’은 대공감이야.
해색주/ 응응. 그리고 앤은 정말 피부가 대박인데…왜 그런 화장을 하는겨. -_-;; 그것만은 절대 이해 불가.
청룡하안사녀/ 당장 달려가도록!!
아셀/ 재미있어요. 제 친구네 회사 동료는 책이 훨 낫다고 했다는데, 이글루 주변에서는 책은 거의 쓰레기고 영화가 훨 낫다고 하니. 이건 성향 문제일까요.
석원군/ 저도 나오는 브랜드 중 모르는 게 수두룩해서. -_-;;;
내 눈에는 다 코트고 다 핸드백이야…그게 그거 같아보여….
내 눈을 잡아끈 의상은 역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뿐?
아직.. 그렇게까지 눈을 잡아끄는 의상이 나오던 영화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생각해보니….진짜 없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