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네임을 바꾸었다

별님사랑에 닉네임 변경신청을 했다.

이제까지 벌써 몇년 째인지도 까먹을 정도로 다년간 사용하고 있던 이름은 ‘푸른 포에닉스’ 시리즈 외전 가운데 하나 ‘에레보스 연가’의 주인공 카알 아트바크였다. 아트바크라는 이름은 ‘달의 신전’에서 다른 인물로 한번 등장한 바 있으며[그 때에는 냉혹한 타입의 아저씨였다], 독일 탱크 이름에서 딴 것이라는 말씀을 얼핏 들은 적이 있다. [정확한 철자를 알아내기 위해 열심히 뒤져봤으나 결국 그 이름의 모델은 찾지 못했다]

녀석은 [‘레모네이드 시리즈’에 나오는 진우와 비슷한 외모에] 천재적인 머리를 가지고 있으나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후[오오, 성스러운 유전자여] 자신만의 낙원을 꿈꾸는 ‘미친 과학자’이며,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이 그를 위해 인간들을 죽여 나가는 것을 알고 현실의 중요성을 깨달으나 결국은 영원한 ‘잠’에 빠지고 만다. [페릭스가 사람 여럿 잡았지]

별사에는 한 때 그의 아내인 크레오의 이름을 사용하는 캐릭터가 있었고, 현재에는 외전의 단 한 페이지에만 등장하는 그의 딸 엔젤 아트바크도 존재한다. 본편에는 등장하지도 않는, 외전에서 생을 마감해버린 인물치고는 상당한 인기인 셈이다.

이번에 새로 선택한 친구는 ‘푸른 포에닉스’에 얼굴을 비추었으며 외전 ‘레테’의 주인공이기도 한 마쯔다 훈이다. 이름은 아후라 마즈다와 훈 족에서 딴 것으로, 실력은 좋지만 성질머리는 거지같은 해병 대원이고[사실 실력이 좋은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으나 아틀란타 연대에서 하나의 팀을 이끈다는 것은 그만한 능력이 된다는 이야기겠지] 급하고, 무모하고, 깊은 생각을 하기보다는 직관적으로 느끼는 자이며, 위에서 선택되는 이가 아니라 아래에서 소모되는 군인이다[바탕이 페릭스와 비슷해 보이는데도 다른 이유는 바로 이런 까닭이다].

나는 레테의 마지막 장을 읽으며, 녀석이 분명 레테를 건넜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의 존재를 지우느니 차라리 죽여 달라’고 절규하던 녀석은 결코 소원을 성취하지 못했을 것이며, 온전히 자신으로서 죽지 못하고 망각의 강을 건너 숫자로만 존재하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반란군이자 혁명군이지만, ‘신념’을 갖추었다고는 말할 수 없는 ‘군인’인 그는 선택받은 자를 위해 실패하는 작전을 수행하고, 그렇게 사라져 다시는 등장하지 않거나 혹은 ‘적’의 일부가 되어버릴 것이다. [모든 기억을 없앤 뒤에도 인간의 뇌라는 무서운 능력에 힘입어 이리저리 방황발광하다가 자신을 찾는 그런 인물이 되어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도 내심 굴뚝같으나, 그럴 확률은 아주 ‘희박, 다시 말하지만 아주 희박’하다고 본다.] 그는 언제나 원하는 것을 놓치고 바닥으로 미끄러져 떨어질 것이고, 아무도 그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테고, 그 밑에서 이를 갈며 실패할 것이다.

또 다른 후보자였던 헥토르 웹스터나 유니아 파란[둘 다 이른바 훨씬 ‘간지’ 나는 인물들]을 먼저 선택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그가 그렇게 선택받지 못한 자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랑스럽지만, 선택받을 수 없는 인물. 그냥 그렇게 놓아주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만들기는 아깝지만 그렇다고 계속 데리고 있을 수도 없는 인물. 이른바 군상의 대표자, 바로 우리.[이 부분에서는 스타워즈의 웨지와 맞닿아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다른 세계나 작품의 경우, 동호회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으로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대개 나와 비슷하여 공감하거나 귀여워하거나,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거나 혹은 동경하는 인물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별님의 작품에서는 언제나 다독여주고픈 인물을 먼저 선택하게 된다. [참고로 카알 아트바크를 선택하기 전 후보자는 ‘밀라노 11월…’의 샌드로와, ‘1815…’의 알프레드 본 라인하르트였다]

이렇게 그대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픈 이들.
앞날이 결정된 자들.


덧. ……………..생각해보니 패턴을 벗어나지 않는군. 죽거나, 실종되거나 기억상실증에 걸리거나. -_-;;; 예측하기 쉬운 놈 같으니

덧 2. 한데, 생각해보니 12345님이 아틀란타로 개명하면, 나는 ‘대장님’ 휘하로 들어가는 것인가. -_-;;; 제길, 그러고 보니 이 녀석, 페릭스한테는 개겨도 아틀란타한테는 못 개길 타입이잖아. T.T

닉네임을 바꾸었다”에 대한 11개의 생각

  1. Deirdre

    …그럼 이제 <마쯔다 언니> 내지는 <훈이 언니>로 불러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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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lukesky

    하늘이/ 어감을 말하는 거야? 그럼 옛날게 나은게 당연하지. -_-;;; 게다가 오라비는 작품을 본 적이 없잖아.
    Deirdre/ ………’훈이’……..는 좀 그렇지 않소? 사실 마쯔다도 일본이름으로 들려서 왜 ‘마즈다’가 아닌 거야!!를 울부짖긴 했지만. -_-;;;
    마쯔다 ‘누님’은 어때? 으하하하하! [제길, 내가 말해놓고 세일러 교복입은 마쯔다의 모습이 상상되어 버렸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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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세류

    오호~ 지그군의 아빠가 될 생각도 예전에 있었던 건가?
    그런 삼남을 키우려면 밥값이 너무 많이 들어갈 것 같아 포기한 것은 아냐?

    어딘가…페릭스와 마쯔다가 ‘일본어’로 이야기한다면
    테메-! 와 키사마-! 가 난무할 것 같다 -_-a
    (꺄아~ 히랏상과 야마테라상 버전으로 멋대로 상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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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lukesky

    theadadv/ ………알 수 없는 일이야.
    totheend/ >.< 게다가 특히 아버님은 또 얼마나 멋지신지요! 어렸을 땐 사빈 때문에 펑펑 울었는데 크고 나니 아버님이 눈에 밟혀서 죽는 줄 알았어요!
    오우거/ 헉.
    세류/ 어, VT 시절 이야기죠. 지금보니 진짜 밥값 많이 들어갈 거 같아 포기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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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약토끼

    "안녕하세요오우…. 후니이 어빠에요오우.."(70년대 중후반 빵집 DJ오빠 버전)

    ..훈이 오빠로 낙찰♥>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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