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어쨌든 저는, 맛에 그다지 까다롭지 않고 대충 가리는 것 없이 이것저것 잘 먹는 축에 속합니다.
고향인 전라도 광주에서 고등학교 시절까지 보내고
처음 서울에 올라와 대학교 앞 분식집에서 김밥을 먹으며 처음 문화충격을 경험한 이후
[…..양이 적어. 어째서 우리나라 분식집에 일본식 된장국이 나오는 거야? 양이 적어. 김밥이 얇아. 들어갈 건 대충 다 들어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부실하고 얇은 거지? 배고파. 제길 한줄 더 시켜야 하잖아….ㅠ.ㅠ]

10년 이상 서울 생활을 하면서 입맛도 대충 무난하게 변했다고나 할까요.
단지 유명한 맛집에 가서도 “아악!! 맛있어어~~~”의 비명 속에서
“응응, 끄덕끄덕. 맛있어.”를 유지하고
“으헉, 이렇게 맛없는 건 정말 처음이야” 속에서도
“엉? 그럭저럭 먹을만 한데?” 를 주장하는
‘너무나도’ 무난하게 변했지만 말입니다.

소위 사람들이 “전라도 음식은 맛있어!”
라고 말할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응? 그런가? 아니 물론 우리 엄마 음식은 맛있지만 우리 엄마 솜씨가 워낙 수준급이라 그런거고, 사실 따져보면 서울이 훨씬 사람들도 많고 각종 요리 잘한다는 사람들은 서울에 올라와서 최고의 재료를 사용해 많은 사람들한테 ‘맛있다’는 칭찬을 받는 음식을 만드니 서울 음식도 상당한 수준급에 속하는 거 아냐? 난 잘 모르겠는데. 에, 게다가 경상도 음식도 다들 괜찮던데?”
라고 말한단 말이죠.

한데…정말 가끔씩, 아주 드물게 집에 내려가서
[최근에는 거의 1년에 평균 두세번 정도밖에 집에 내려가지 않으니까요]
엄마의 꽃게탕이라든가, 성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르는 담양의 음식점이라든가….
등등을 먹다보면………

크흑, 눈물이 날 정도로 맛있어요오오………..ㅠ.ㅠ
아니, 그게 결정적으로 ‘밑반찬’에서 승부가 갈린다니까요….흑흑흑.
서울 음식은 끝맛이 없는데 반해서 전라도 음식은 끝이 뭔가 깔끔하게 끝나면서도 그 맛이 계속 맴돌아서,
어쩌면 사먹는 음식에 익숙해져 있다가 ‘집’에서 만든 음식을 먹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어쨌든!!!!!

생전 처음으로 메기를 먹어보았습니다.
메기찜을 먹었습니다.



………………………..맛있었습니다…………………..ㅠ.ㅠ

같이 나온 김치도 맛있었습니다. 같이 나온 장아찌도 맛있었습니다. 같이 나온 채지가 끝장으로 맛있었습니다.
메기의 살은 정말 야들야들 부들부들하더군요. ㅠ.ㅠ

흑흑흑흑,
제기랄, 게다가 집에 내려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엄마의 손맛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되겠어요…….ㅠ.ㅠ
저 맛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건 범죄라구요, 엉엉엉.

덧. 담양 근처 사시는 분들께는
“쌍교메기집” – 담양 쌍교 송강점 옆 – 을 추천해드립니다. ^^*
메기탕, 추어탕, 청국장 전문이더군요. ^^*

입맛”에 대한 10개의 생각

  1. 이프

    오오옷! 기억해둬야겠군요. 올해 안에 광주 갈 일은 없지만;; 엄청 맛나 보여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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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PANG

    😀 저도 광주. 무등산 기슭 광주호가 훤히 보이는 음식점 메기탕도 무지 맛있어요. 회사 동기들이랑 먹는데 여자인 저 혼자 밥 세그릇 막 먹고 참 골난한 모습을 보였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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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headadv

    개인적으로는 김밥은 초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함. 와사비와 간장은 필요없다고 생각하지만…
    어쨌거나 말이김밥은 일본쪽에서 왔을거야. 충무김밥 같은 것은 우리나라라고 생각하지만.

    애초에 명화당등에서 김밥등을 할 때는 각각 고유의 장국을 주었지만, 된장국을 주는 곳은 아직 본적이 없는데, 이상한데를 갔나보군.

    애초에 서울 김밥집은 80년대 중반이후 부터 명동의 명화당이 가장 잘나갔었는데, 기타 분식집이 프랜차이즈에 성공하고 명화당은 실패하면서 명암이 갈렸다고 할까. 사실 충무김밥은 그렇다 치고 종로니 뭐니 그저 그냥 밥에 김말아놓았을 뿐이었지. 굳이 자기네들은 그래서 일본의 김초밥에서 안왔다고 주장하긴 한다만…

    명화당 이야기는 꺼내고 싶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김초밥의 한국식 김밥은 오히려 이쪽이라고 보아.

    어쨌거나 그건 그 식당이 이상한 것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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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eponine77

    메기찜은 안먹어봤는데… 그래서인지 맛 자체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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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하늘이

    제발 배워라. 나나 네 언니는 이미 배우긴 글렀고, 네 새언니도 손맛은별로여서 말이지… (‘ ^’) 내 손가락, 결국 기브스 했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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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lukesky

    이프/ 그런데 찾기 힘들겨…–;; 차가 있는 사람만 갈 수 있는 곳이라.
    렉스/ 아, 진짜. 나이가 들고나니 입맛이 많이 바뀌더라구요. ㅠ.ㅠ 호기심도 늘고
    PPANG/ 우웃, 메기탕도 먹어보고 싶어요!!!!
    theadadv/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몰겄어…ㅠ.ㅠ
    아니, 자세히 말하자면 그 곳이 이상한게 아니라 내가 서울식이 아니었던 거야. 당시만 해도 광주 김밥집에서는 말 그대로 한식집 식탁에 올라올만한 시래기 된장국을 줬거덜랑. 그런데 여기오니 이상하게 말갛잖아. -_-;;; 그리고, 김밥은 원래 일본식 김초밥이 변형된 것 아니었어? 뭐, 그래봤자 이젠 우리나라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eponine77/ 특이하지는 않아요. 그냥 생선조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늘이/ 음, 한데 엄마는 항상 ‘그거 조금, 이거 조금, 그리고 저거 적당히’ 라고 말씀하시니, 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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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돌.균.

    메기~!!!!
    지방 음식들이 반찬의 신선함과 맛에서 서울 음식을 월등히 능가하지요.
    수도권도 농가근처로 가면 맛이 확! 상승하기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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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지그문트

    혹시 음식을 만드는 ‘물 차이’가 아닌가 하는,
    서울인들이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요인을 망상하고 혼자 좌절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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