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말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 중 하나는 아침 출근길이나 저녁 퇴근길에 누군가와 부딪쳐 동행하는 것이다.
날씨가 좋은 날은 더욱 그렇다.
기분이 좋은 날은 더더욱 그렇다.
사랑스런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룰루랄라 즐겁게 걷고 있는데 누군가가 등 뒤에서 어깨를 치며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거는 순간
내 세상은 무너진다.
나는 엄청난 사생활 침해의 순간을 경험하고 온 몸을 경직시킨다.
싱글거리는 얼굴의 그에게 잘못이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뱃속에서는 상큼한 하루의 아침이 날아갔다고 투덜거린다. 이 시간만큼은 혼자 좀 즐기게 내버려 두란 말이야! 라고 칭얼거린다.
이기적인 걸까? 너무나도 이기적인 걸까?
아니요;;;제기준에선 전혀…저도 가끔 그렇거든요. (먼산)
아, 저도 그래요. 특히 귀에 이어폰 꽂고 있을 때는 더. 전 그래서 멀찍이 아는 사람이 보이면 일부러 고개 숙이고 걷거나 다른 길로 간답니다.
이기적이지 않습니다.ㅠㅠ 저희 회사 옆은 안양천이고 뒤는 산이라서 아침이면 백로인이 왜가리인지가 날아다니고 다람쥐도 가끔 보이는데요. 산을 통과하는 초록빛 햇살도 죽입니다. >.< 그렇게 산에 취해 하늘로 하늘하늘 날아가는 벗꽃을 보고 헤벌레~하고 걷고 있었는데 저 앞에서 같이 가자며 손을 흔드는 회사동료…OTL….
집에 갈 때도 여유롭게 걸어 가려는데 어느새 하나 둘씩 같이 가자며 붙어서 걷는 동료들…(다들 버스 타더니만!)매우 슬픕니다.;ㅁ;
가끔은 저도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것이 아닐까, 고민합니다!(나만 그런게 아니었어!!ㅠ.ㅠ) 혼자 걷고 싶단 말이죠~~ 때로는 내가 먼저 발견했는데, 같은 길을 가고 있을 때, 좀 난감할 때도 있어요.
공감합니다. 점점 더 자기만의 세상, 색깔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죠.
이런 건 온라인만으로도 족한데.
아, 사실은 저도 그렇습니다. 직장/학교 사람이 태워다준다는 것도 사실 좀…ㄱ-
전 어느 정도 제가 별난 탓이라 체념하고 있었는데 좀 위안이 돼요. T_T;
저, 저 역시 아침에 누군가 마주치는 것과 거기다 아침에 인사하는 걸 무척 싫어해서
(근데 또 낮에는 인사 잘 한다는 것이 문제;)
고등학교 때 버스 타고 학교가면 버스에서 애들 많이 만나는데
인사는 커녕 본 체도 안하고 혼자 걸어간다고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지금도 혼자 다니는게 좋아요. 누구랑 같이가면 한 마디라도 해야할 것 같고…;
아는 사람을 발견했는데 인사만하고 따로 떨어져 간다는 것도 상당히 뻘줌한 일이지.
그 이전에 인사도 안한다는 것은 더욱 뻘줌하고, 일반적인 인식이 그렇다보니 다들
귀찮아도 인사를 하게 될 수 밖에 없군. 사실 귀찮아 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말이지.
그럴 수 있어.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한 사람에겐 더욱 더.
혼자 있는 걸 갑갑해 하는 나도 혼자 즐기고 싶은 시간은 있더라.
전 때로 아는 사람이 앞에 보이면 일부러 더 느릿느릿하게 걷습니다. 지각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래서 차 태워 주겠다는 것도 가끔 사양하곤 하지요. 상대방은 영문을 몰라하지만 -.-;
우연히 길가는 절 본 동료도, 싫으면서도 체면상 아는척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행복한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 이 무슨 비틀린 세상인지.
출퇴근때 이어폰 꽂고 다니는걸 좋아하는데… 가끔 퇴근길에 같이 가야 할 경우엔 난감하지……ㅡ.ㅡ
라피르/ 저 혼자만이 아닌거죠? ㅠ,ㅠ
PPANG/ 저도 간혹 그래요. 걸음이 빠른 편이라 일부러 걸음을 늦추기도 하고…
사과쨈/ 특히 날씨좋은 가을날에는 더욱 그렇죠!!! ㅠ.ㅠ 그건 그렇고 회사가는 길이 정말 예쁘게 들리네요. 왜가리인지 백로인지까지 날아다닌다니, 우웃!!!
jini/ 많이 난감하죠. 오, 의외로 이런 분들이 많군요!
루드라/ 사람들은 그게 친근감의 표시라고 생각하나봐요.
euphemia/ 그래서 항상 "왜 걸어가? 내가 태워다 준다니까" 가지고 한창 실강이를 해야하죠. 끄응.
세이/ 맞아요, 그 ‘한마디를 해야할 것 같은’이 무척 부담스럽지요.
파벨/ 그러니까 서로 뻘쭘해하며 발견 안한척, 못본척 하는 거겠지. ^^
고공강하/ 항상 주장하지만 인간은 혼자있는 시간이 없으면 미쳐버릴 거여요.
misha/ ……….저두요. ㅠ.ㅠ
지그문트/ 사실 그 때문에 이런 고백을 하기가 어려웠어요. ㅠ.ㅠ 나도 상대방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 같아서.
쥴라이/ 어, 정말로.
저는 중고등학생때부터 그랬습니다…;;;
저녁때는 그래도 참을만 한데, 아침시간에 아는 사람을 만나는건 싫더라구요…
그럴땐 인사만 하고 이어폰 꽂고 무시모드 ^ㅅ^
그래도 계속 엉겨 붙으면 선글라스도 쓰고 무시모드 ^ㅅ^
바로 그겁니다. 그것도 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다 만난다던지 하면 진짜 난감하고 괴롭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