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솔직하게 말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 중 하나는 아침 출근길이나 저녁 퇴근길에 누군가와 부딪쳐 동행하는 것이다.
날씨가 좋은 날은 더욱 그렇다.
기분이 좋은 날은 더더욱 그렇다.
사랑스런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룰루랄라 즐겁게 걷고 있는데 누군가가 등 뒤에서 어깨를 치며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거는 순간
내 세상은 무너진다.
나는 엄청난 사생활 침해의 순간을 경험하고 온 몸을 경직시킨다.
싱글거리는 얼굴의 그에게 잘못이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뱃속에서는 상큼한 하루의 아침이 날아갔다고 투덜거린다. 이 시간만큼은 혼자 좀 즐기게 내버려 두란 말이야! 라고 칭얼거린다.

이기적인 걸까? 너무나도 이기적인 걸까?

아침”에 대한 16개의 생각

  1. PPANG

    아, 저도 그래요. 특히 귀에 이어폰 꽂고 있을 때는 더. 전 그래서 멀찍이 아는 사람이 보이면 일부러 고개 숙이고 걷거나 다른 길로 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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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과쨈

    이기적이지 않습니다.ㅠㅠ 저희 회사 옆은 안양천이고 뒤는 산이라서 아침이면 백로인이 왜가리인지가 날아다니고 다람쥐도 가끔 보이는데요. 산을 통과하는 초록빛 햇살도 죽입니다. >.< 그렇게 산에 취해 하늘로 하늘하늘 날아가는 벗꽃을 보고 헤벌레~하고 걷고 있었는데 저 앞에서 같이 가자며 손을 흔드는 회사동료…OTL….
    집에 갈 때도 여유롭게 걸어 가려는데 어느새 하나 둘씩 같이 가자며 붙어서 걷는 동료들…(다들 버스 타더니만!)매우 슬픕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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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jini

    가끔은 저도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것이 아닐까, 고민합니다!(나만 그런게 아니었어!!ㅠ.ㅠ) 혼자 걷고 싶단 말이죠~~ 때로는 내가 먼저 발견했는데, 같은 길을 가고 있을 때, 좀 난감할 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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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루드라

    공감합니다. 점점 더 자기만의 세상, 색깔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죠.
    이런 건 온라인만으로도 족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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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euphemia

    아, 사실은 저도 그렇습니다. 직장/학교 사람이 태워다준다는 것도 사실 좀…ㄱ-
    전 어느 정도 제가 별난 탓이라 체념하고 있었는데 좀 위안이 돼요.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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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세이

    저, 저 역시 아침에 누군가 마주치는 것과 거기다 아침에 인사하는 걸 무척 싫어해서
    (근데 또 낮에는 인사 잘 한다는 것이 문제;)
    고등학교 때 버스 타고 학교가면 버스에서 애들 많이 만나는데
    인사는 커녕 본 체도 안하고 혼자 걸어간다고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지금도 혼자 다니는게 좋아요. 누구랑 같이가면 한 마디라도 해야할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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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파벨

    아는 사람을 발견했는데 인사만하고 따로 떨어져 간다는 것도 상당히 뻘줌한 일이지.
    그 이전에 인사도 안한다는 것은 더욱 뻘줌하고, 일반적인 인식이 그렇다보니 다들
    귀찮아도 인사를 하게 될 수 밖에 없군. 사실 귀찮아 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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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고공강하

    그럴 수 있어.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한 사람에겐 더욱 더.
    혼자 있는 걸 갑갑해 하는 나도 혼자 즐기고 싶은 시간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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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misha

    전 때로 아는 사람이 앞에 보이면 일부러 더 느릿느릿하게 걷습니다. 지각하는 한이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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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지그문트

    그래서 차 태워 주겠다는 것도 가끔 사양하곤 하지요. 상대방은 영문을 몰라하지만 -.-;
    우연히 길가는 절 본 동료도, 싫으면서도 체면상 아는척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행복한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 이 무슨 비틀린 세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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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쥴라이

    출퇴근때 이어폰 꽂고 다니는걸 좋아하는데… 가끔 퇴근길에 같이 가야 할 경우엔 난감하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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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lukesky

    라피르/ 저 혼자만이 아닌거죠? ㅠ,ㅠ
    PPANG/ 저도 간혹 그래요. 걸음이 빠른 편이라 일부러 걸음을 늦추기도 하고…
    사과쨈/ 특히 날씨좋은 가을날에는 더욱 그렇죠!!! ㅠ.ㅠ 그건 그렇고 회사가는 길이 정말 예쁘게 들리네요. 왜가리인지 백로인지까지 날아다닌다니, 우웃!!!
    jini/ 많이 난감하죠. 오, 의외로 이런 분들이 많군요!
    루드라/ 사람들은 그게 친근감의 표시라고 생각하나봐요.
    euphemia/ 그래서 항상 "왜 걸어가? 내가 태워다 준다니까" 가지고 한창 실강이를 해야하죠. 끄응.
    세이/ 맞아요, 그 ‘한마디를 해야할 것 같은’이 무척 부담스럽지요.
    파벨/ 그러니까 서로 뻘쭘해하며 발견 안한척, 못본척 하는 거겠지. ^^
    고공강하/ 항상 주장하지만 인간은 혼자있는 시간이 없으면 미쳐버릴 거여요.
    misha/ ……….저두요. ㅠ.ㅠ
    지그문트/ 사실 그 때문에 이런 고백을 하기가 어려웠어요. ㅠ.ㅠ 나도 상대방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 같아서.
    쥴라이/ 어,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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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해오녀

    저는 중고등학생때부터 그랬습니다…;;;
    저녁때는 그래도 참을만 한데, 아침시간에 아는 사람을 만나는건 싫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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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돌.균.

    그럴땐 인사만 하고 이어폰 꽂고 무시모드 ^ㅅ^
    그래도 계속 엉겨 붙으면 선글라스도 쓰고 무시모드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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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약토끼

    바로 그겁니다. 그것도 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다 만난다던지 하면 진짜 난감하고 괴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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