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이틀 동안 네 번의 공연을 내리 봤더니 제정신이 아니군요. 아직도 꿈 속에 와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덕분에 이번달은 정말 파산입니다. ㅠ.ㅠ] 많은 분들이 너무나도 바람직한 리뷰를 써 주셨기에, 아무래도 저는 뭐라고 써야할지 감이 안 잡히네요.
전체적으로는 대개 비슷한 부분을 느끼고 계신 듯 합니다.
그런데 공연이란 이런 맛에 보는 거군요. 여러 번 보다보니 캐스팅에 따라 역의 해석이 다르고 배우들의 어울림이 다릅니다. 변화하고 진화하기 때문에 하나로 아울러 감상을 적기가 아주 힘들군요. 그래서 우선 배우 중심부터,
제가 본 공연의 캐스팅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불행히도, 아래 배우분들에 대해 아무런 사전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정말 순수하게 이 공연에서 제가 받은 인상을 말하는 겁니다.
16일(일) 3:00 : 김산호/ 김법래/ 이종한/ 배성일
16일(일) 7:30 : 고영빈/ 김법래/ 김백현/ 임춘길
17일(월) 3:00 : 고영빈/ 홍경수/ 김백현/ 임춘길
17일(월) 7:30 : 김산호/ 홍경수/ 김백현/ 임춘길
개인적으로 최상의 캐스팅 공연이라면 17일 3시 공연을 꼽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마로 역으로 이종한씨가 더 인상 깊었는데, 자꾸 보다보니 김백현씨가 성질 급한 마로의 이미지를 더 잘 소화해내고 계신 듯 하더군요. 게다가 죽음 장면에서는 정말 쿵! 하고 심장에 돌이 떨어지는 듯 하여 좋았습니다.
무휼 역의 더블 캐스팅은 고영빈씨와 김산호씨인데, 고영빈씨의 무휼은 강인한 무휼이라면 김산호씨는 훨씬 젊고, 부드럽습니다. 보는 제가 조금 안스러울 정도로요. 특히 16일 3시 공연을 봤을 때에는 사실 실망할 정도였어요. 목소리도 불안정하고, 팔다리도 뻣뻣했으며 동작도 느려 무휼의 존재감이 허했습니다. 그런데 방금 보고 돌아온 월요일 저녁 공연에서는 많이 강해지셨더군요. 대사를 치는 힘도 그렇고, 자신감이 조금 업 되어 있었습니다. 동작도 마찬가지. 힘이 있으면서도 매끄러워졌네요. 긴장감을 잃지만 않는다면 마지막 공연쯤 최상의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상당히 기대가 되는데요. 단, 김법래씨의 해명이 워낙 강하여 그 캐스팅 멤버 때에는 또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걸 넘어서신다면 더욱 좋겠지요.
반면 고영빈씨의 무휼은 무대에서 존재감 자체가 다릅니다. 동작은 물론 포스 자체가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극중에서 워낙 해명[김법래씨]이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결코 밀리지 않습니다. 특히 독무에서 사람 혼을 아주 빼놓습니다. 한데 김법래씨와 정말 노래 톤이 비슷하더군요. 두 분이 더블캐스팅으로 해도 괜찮으셨을 것 같습니다.
김법래씨의 해명은, 지인의 말을 들자면 ‘대마왕급’ 되겠습니다. 처음 새타니와의 대화에서는 너무나도 맑은 소리를 내어 조금 어색할 정도였는데, 노래 부분에서는 박력이 무대를 압도합니다. 그래서 카리스마 자체는 확실합니다만, 다른 배역들이 죽어버리는 감이 있습니다. 더구나 대사와 노래의 갭이 너무 커서 감정을 오고가기가 쉽지 않네요. [배우란 진정 무섭습니다.] 처음에는 그러한 힘에 감탄하였습니다만,
홍경수씨의 해명을 뵙고 나서는 이쪽을 좀 더 선호하게 되더군요. 부드럽습니다. 노래도 좀 더 맑은 편이고 기교가 더 들어가 있어요. 김법래씨의 해명이 야성적이고 무겁다면 이분은 계산되어 있고 절제되어 있습니다. 그래선지 실수도 적습니다. 김법래씨의 해명이 두 팔을 벌리고 소매를 펄럭거리며 무휼의 등을 밀고 있다면, 홍경수씨의 해명은 무휼의 팔을 슬쩍슬쩍 건드리며 알아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부추기고 있달까요.
배극 역으로는 임춘길씨의 공연을 세번이나 본 관계로 완전히 여기 익숙해져 버렸네요. 배성일씨도 상당히 좋았습니다만 – 사실 그 공연 때 반응이 꽤 좋은 편이었지요 – 임춘길씨쪽이 더 임팩트가 셉니다. 구신들이 나오는 부분이 코믹적인 요소인지라 약간의 오버가 필요한데, 그 오버를 아주 적절하게 해 주셨어요.
혜압 역의 고미경씨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2001년 이지를 하셨던, 그 “죽어서 효도 한번 해라”의 주인공이시죠. 그 꺾이는 듯한 연기를 제가 무척 좋아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엄청난 양의 대사를 그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소화해주셨습니다. 목소리가 조금만 더 컸으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조금 남지만요. 그래도 여자 배역 중에서는 확실히 돋보이는 존재죠.
연 역의 유나영씨, 정말 귀여우시더군요. 비주얼 면에서는 정말 훌륭하십니다. 그런데 목소리가……..엄청나게 강인하십니다. 연기 자체도 엄청나게 세요. 물론 호동을 지키기 위해 칼을 드는 장면이긴 하지만, 그리하여 강인한 연이 버전이긴 하지만, 남자들의 박력에도 지지 않을 정도인데다 목소리가 좀 째지는 부분이 있어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한데, 노래가 계속 반주와 안 맞는 것 같은데 이건 제 착각입니까? 네번의 공연에서 다 안 맞을 수도 있는 건가요?
연의 파워 덕분에 이지야말로 진정 청순..은 아니지만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버렸더군요. 도정주씨가 맡으셨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연이 강인한 여성상 부분을 연기했다면 이지는 무휼에 대한 사랑으로 고뇌[…는 아니려나]하는 여성상이었거든요. 표정연기가 제일 좋았던 분으로 기억합니다.
호동 역의 조정석씨, 놀랐습니다. 전 사실 성인 남성이 호동의 역할을 어떻게 해 낼것인지 내심 두려워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무휼 역을 맡으신 분들이 다들 키가 있으신데다가 이 분의 몸짓 하나하나가 정말 귀여운 어린아이 같아서 무척 감탄했어요. 게다가 공연을 거듭할수록 가장 탄력을 받으신 분으로 조정석씨를 꼽고 싶습니다. 노래에 실리는 톤과 울먹이는 떨림의 강도가 점점 강해지더군요. 공연이 끝날 때쯤 되면 아버지 무휼을 넘어서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말이죠.
괴유 역의 김영철씨, 공연 기간 동안 여인네들 여럿 잡으셨습니다. 스토리상 괴유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엄청나게 화려합니다. 무술 신도 그렇고, 복장 및 외모도 그렇고 말 그대로 반짝반짝 하지요. 처음에는 마치 자객, 암살자, ‘해결사’ 처럼 보이는 모습에 아주 복잡다단한 감정[꺄아아아악! 너무 좋아!!! 으웃, 그런데 너무 약았어. 아우, 넘 귀여워!!!!]을 불러일으키시더니만 회가 거듭할 수록 점점 더 힘이 들어가셔서리, 점점 더 ‘강인해’ 지시더군요. 반면 체력이 마음을 못따라가시는 것 같아요. 공연 한번 하고 나면 거의 탈력으로 쓰러지시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김법래씨와의 공연에서는 목소리가 많이 죽어서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게 약간의 단점일까요.
가희역의 이재경씨, 처음 등장한 ‘케이크통'[죄송합니다]에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우스워보이지는 않았어요. [위험해보이지는 했지만] 처음 괴유와 대사를 치고받는 부분은 아직 독초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독기가 서려 있는 듯한 인상이었습니다만, 천상에서 내려다 보며 노래를 부르시는 모습은 최고였습니다.
세류역의 신영숙씨, 세류의 역할이 축소된게 정말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복장도 조금 불만이지만요. 여하튼, 목소리도 연기도 좋았어요. 두 번 정도는 노래가 약간 떨리기도 했지요. 불행히도 극중에서 세류의 여성적인 부분이 너무 많이 감춰져서 말 그대로 무휼을 ‘수호하는 역’으로만 부각되었지만, 당신이 창을 휘두르실 때마다 전 죽어요.
새타니 역의 김은혜씨,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에 남는 곡이자 극의 제일 첫부분 등장하는 해명과의 듀엣곡을 부르셨습니다. 확실히 혜얍님일 때와는 해명과의 파워에서 밀립니다만, 그래도 확실하게 인상을 심어주고 들어가셨지요.
캐스팅 이야기만 계속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이런 식이 말을 풀어나가기가 쉬울 것 같아서 말이지요. 발광을 해도 괜찮을까………….하는 생각이 드는데, 다음 포스팅에서 뮤지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저절로 발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마지막으로 보고 온 17일 저녁 공연은 유난히 실수도 많고, 사고도 잦았던 공연이었습니다. 사실 관객들도 제일 많았고 카메라도 제일 많았던 공연이었던 것 같은데, 그 때문에 긴장을 한 것일까요. 보는 제가 다 아슬아슬 조마조마하여 가슴이 아프더군요. 자그마한 실수 정도야 처음 공연을 보러오신 분들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누구의 눈도 속일 수 없는 대형 사고가 좀 많이 나서요. 이 기억을 없애버리기 위해서라도 회사를 휴가라도 내고 다시 보러가고 싶은데…..
………….휴가는 낼 수 있어도, 자금 사정이…………..ㅠ.ㅠ
현실이란 잔인한 겝니다.
크흑.
핑백: 하마드리스 가 약초원
주말까지 연장공연 안하나…안하나…어어어어엉..ㅠ.ㅜ..하루만 더…하루만..ㅠ.ㅜ..
저두 하루만 더 있으면 하루만 더 있으면…한 번 더 보고 싶은데요…ㅠ_ㅠ
저는 자금은 되는데, 휴가가아아아아아아아OTL
세류/ 마감이고 월급이고 포기하고 그냥 질러버릴까요!
카에루레아/ 으흑, 공연에 미친사람들 심정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요. ㅠ.ㅠ
misha/ ……제가 대신 봐드릴게요!!![말해놓고 보니 잔인하군요. ㅠ.ㅠ]
핑백: Red Shadow
지..지..지..지방공연!!! OTL
지방공연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뮤지컬 감상 게시판에 도배하고픈 심정입니다.
감상을 적고싶긴 한데, 머리속에서 정리가 되질 않아요…..ㅠ.ㅠ
17일 저녁 공연은 웬지 관객의 무대를 향한 아우라가 좀 약한 느낌이 드는 날이었어요. ‘이벤트 티켓으로 왔어요’ 분위기의 관객도 더러 있었구요. 그래서 살짝 집중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김산호무휼은 애잔하더군요. 1막볼때만해도 고영빈쪽이 완전 맘에 들어였는데 2막을 보고 있자니 또 다른 애처로움이 보이면서 ‘당신도 좋아’로 바뀌었지요. 공연을 볼떄마다 점점 눈이 머는거 같에요. 전 금요일날 반차내고 진종일 보기로 했습니다.(아하핫) 마지막공연에선 정말 주루룩 눈물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걸 다시 못보다니요.
풍요로운 이틀을 보냈군요! [한참을 굶어야 한다는 건 일단 잊자]
해오녀/ 지방사시는 분들은 정말 안타까울 것 같아요. 저 역시 감상을 적고 싶은데 온통 물들어버려서 잘 안되네요.
데굴/ 아무래도 그 날은 원작을 접하지 못한 분들이 많은 듯 했습니다. 그리고 무대도 3시 공연에 비해 뭔가가 빠진 느낌이었구요. 정말 아쉬웠어요. 전 사실 처음으로 김산호씨 무대를 볼 때 조금 불만이 있었는데, 두번째를 보고는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저도 금요일에 보러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전 아예 하루종일 월차를…쿨럭. 까짓것, 그냥 굶죠, 뭐. 설마 죽겠습니까. >.< 어쩌면 뵐 수도 있겠네요.
고공강하/ 정말 풍요로웠어요. 지갑은 반비례했지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