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사용해서 다행이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렇겠지만,
특히 나는 넓고 얕은 지식체계를 갖추고 있다.

호기심이 풍부한 성격도 성격이려니와 무언가에 흥미를 지니면 일종의 완벽주의적인 성향으로 그와 관련된 자료들을 거미줄처럼 찾아 나서는 반면, 무언가의 일거수일투족을 깊이 있게 알기보다는 그저 ‘그 존재 자체’에 대해 안다는 것에 만족하는 성격이기에 너무 자세한 곳에 발을 들여놓기 전 금세 다른 방향으로 눈길을 돌린다. 그렇다. 나는 너무 아는 것을 두려워하는, 딱 “거기까지” 만 가는 족속이다.

어찌 보면 가볍고 피상적이지만[그러나 ‘말 그대로 지식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기에 ‘속물적’이라고는 부를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주 유용하고 가치 있는 특성이기도 하다.

적어도 내 직업상으로는 그렇다.

대학교 때 사진동아리에 잠시나마 발을 붙이지 않았더라면 지난번 디지털 카메라 기사를 엉터리로 넘겼을 것이고, 스타워즈 광이 아니었더라면 마케팅 책에 등장하는 “검은 헬멧과 삼각형의 우주선”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며, 아이포드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어떤 회사가 개발 중인 포드캐스트와 그 프로그램의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했을 테고, 영문학을 전공한 덕에 간간히 인용되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찾을 수 있고, 애니메이션으로 키운 약간의 일어 지식 덕분에 영문으로 표기된 일어단어를 대충이나마 짐작한다.

그런 점에서, 일을 하다보면 내가 블로그에서 얼마나 많은 지식들을 섭취하고 있는지 깨닫는다.

얼마 전 이웃분의 블로그에서 접한 PS3와 WII 관련 글이 아니었더라면 지난번 E3기사의 뉘앙스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전에 다른 분의 서평을 읽지 않았더라면 포지셔닝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한참의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 html이나 div를 조금이라도 사용해 본적이 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수식이 대체 뭔 소린가”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았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여기서 미친 듯이 지식을 흡수하고[비록 사전지식이 전무한 경우에는 거의 수박 겉핥기에 가깝지만] 그것을 응용해 다시 바깥세상으로 내보낸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끊임없이 맞물려서 돌아간다. 일상생활과 취미생활과 직장생활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인간관계와 인간관계가. 심지어, 때로는 선을 긋고 싶어질 정도로.

응, 하지만 그래도 정말 다행이야.
그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사실이.
그것이 “억지로”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여기 있어서, 다행이야.

블로그를 사용해서 다행이야.”에 대한 10개의 생각

  1. lukesky

    Nariel/ 헤헤, 저도 나리엘님을 알게되어 다행이어요. ^^
    금숲/ >.<
    사과주스/ 그쵸? 이 사람들이 다 어디있었나 할 정도로 말이죠.
    rumic71/ ^^
    푸르팅팅/ 만담이 제일 첫번째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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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참다랑

    저도 블로그를 통해서 굉장히 많이 알게 된 거 같아서 좋아요. 그게 지식이든 사람이든 만남이든^^ 루크님 너무 좋아요!!!!! [< 대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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