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종일 뒹굴거리다 문득 TV를 틀었더니 상상플러스 올드 앤 뉴를 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TV를 잘 보지 않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상당히 즐기는 고로 정답이 궁금해서 계속 보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알았다.
“엄하다”라는 말에는 “엉뚱하다”라는 의미가 없구나. -_-;;;
자주 사용되는 “엄한 (소리/사람)”이라는 단어는 “애먼”이라고 써야 바른 표현이었다. 전혀 상상조차 해본적 없는 내용이다. 그러고보니 ‘애먼’ 이라는 말은 어른들한테 자주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_-;;; 난 그게 사투리인줄만 알았다.
“딱딱하다/가차없다/가혹하다”는 의미의 “엄하다”가 “엉뚱하다”의 의미로 바뀌게 된 것은 아마도 젊은이들의 반항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젊은이들이 나누는 개혁적이고 개방적인 내용의 대화에 어른들이 끼어들어 “엄하고 딱딱한” 말로 훈계를 늘어놓을 때, 젊은이들이 이를 “엄하다”고 표현하는 동시에 “(젊은이들의 대화 취지를 이해 못하는) 엉뚱하고 문맥에 맞지 않다”는 의미를 넣어 사용하게 되면서 이렇게 변한 건 아닐까? 그런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 혹은 말하는 사람을 가리켜 비아냥거리듯 “엄한 사람”이라고 불렀던 건 아닐까? 그리하여 그들이 나이를 먹고 중심 세대가 되고 윗세대와 아랫세대가 그 영향을 받게 된 건 아닐까? 즉 예전부터 존재하던 단어가 본래의 뜻과는 다른 유행어가 되었다가 유행어로서의 한계를 넘어 고정적인 의미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건데, [예를 들어 오늘날 사용하는 ‘엽기적’이라는 단어가 미래에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치게 될지도 모른다] 이건 ‘사투리’나 ‘방언’과는 다른 걸로 봐야하는 게 아닐까?
뭐, 위의 이야기는 내 상상력일 뿐이니 실제로 이러한 연구는 국어학자들의 몫이겠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단 말이지, 이런 꼬리에 꼬리 물기 상상. ^^*
여하튼, 앞으로는 의식적으로 ‘애먼’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결정적으로 ‘엄하다’의 ‘엄’은 한문이지만 이 놈은 순수우리말이라는게 참 마음에 든단 말이지. -_-;; 게다가 왠지 발음이 진지해. 으하하핫.
그게 아마 ‘애먼’의 어딘가의 사투리 발음 ‘어먼’을 젊은 애들이 ‘엄한’으로 잘못 알아들어서 그렇게 된 걸겁니다.
으음; 저같은 경우는 엄하다에 엉뚱하다는 의미를 담아 사용한 적이 없어서…;;딱딱하다는 의미로 사용한 적도 없지만;;orz 한자 합성어였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헉, 그랬군요!! 저도 전혀 몰랐어요. 어느날 갑자기 ‘엄한’이란 수식어가 유행하더니만;;; 뭐, 그래도 전 애먼 사람에 엄한 사람이네요…하하하.
엽기적인 그녀는 사실 상종하면 안되는 여인네를 말하는 거죠.
[엽기 살인] [엽기 행각] 등등에서 풍기는 엽기적인 분위기는 살풍경하죠.
‘엄한’이란 말이 원래는 그런 의미가 없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어감이 마음에 들어서 그냥 쓰고 있었지만;;;) ‘애먼’과 관계가 있었다는 건 처음 알았군요. 역시 신묘한 우리말 OTL
전 애먼대신 어먼이라고 사투리 발음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먼이란 말이 사투리같아 고민하다가 엄한을 많이들 쓰기에 그게 표준어인줄 알고 있었지요. 저 정보는 정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중학교 다닐때부터 "애먼"을 정확하게 알고 있던것은 어느 열혈 번역가의 덕이라고 밖에 설명되지 않는군요…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글을 번역하신 이세욱 님)
엄하다와 애먼은 관계가 없을텐데요..
유행하기 시작했을때부터 봐서……엉뚱한 단어라는것은 알고있었…… 그 엉뚱함이 맘에 들었죠 음흣흣.
天照帝 / 헤에, 그래요? 전 ‘어먼’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네요. 어디쪽 사투리일까요. 으음.
asura/ 엑, 정말입니까? "엄한 소리 하지 마라"는 말을 쓰지 않나요? 호오. 저 ‘엄’은 ‘엄동설한’ 할 때의 그 ‘엄’입니다.
이프/ 어느날 갑자기 유행했던 거였어? 난 기억도 안난다.
안드로이드/ 뭐 ‘엽기’같은 경우는 그 어감의 경계가 아직 분명치 않지만요.
잠본이/ 우리말은 너무 신묘해서 탈입니다. ㅠ.ㅠ
구루미/ 전 ‘애먼’쪽이 사투리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어먼’은 어디 쪽 사투리에요?
블루초코보/ 우하하하하!!
금숲/ 관계가 없다는 건 정확하게 무슨 뜻입니까요? 아니, 그러니까 위쪽은 제 상상인데요.
나도 그거 딱 사투린줄 알았지 뭐야. 그러고 보니, 엄한이란 말을 자주 쓰기 시작한 게 사실 나 대학 입학할 무렵이었던 것 같아. 난 일종의 속어스러운 표현으로 단어의 뜻이 확장된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발음이 유사해서 통합되어 버린 케이스인가봐.
전 애먼이 원래 맞는 말이라는 정보보다, 어쩐지 ‘발음이 진지해!’라는 루크님 말씀이 가장 가슴에 와닿네요^^;;(이상한 녀석orz)
푸르팅팅/ 그렇다고 하니 뭐. -_-;; 사실 정확한 이야기를 누가 알겠어.
세이/ 발음이 무지 진지하지 않아요? 애먼…….^^*
핑백: 잠보니스틱스
엄한 이란 말이 알고 계신 뜻으로 그렇게 쓰인지는 사실 별로 안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