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몇개
遊異님 블로그에서 트랙백합니다.
이오공감에서 ‘사투리’관련 글을 보고 생각난 것들을 몇개 적어 봅니다.
정확하게는 “사투리”라고 말하기 힘들군요. 그저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와 느꼈던 언어의 차이점이랄까요.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1. 당시 광주에서는 분명 “말을 씹다”는 “욕을 하다/ 험한 말을 하다”이고 “말을 먹다”는 “말을 무시하다”인데,
서울애들은 두 가지 경우를 모두 “말을 씹다”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처음에 무지 당황했었다.
애들이 하도 “말을 씹다”는 말을 자주 해대서, 마치 사방팔방에 시비를 걸고 다니는 것 같아서.
…..어떻게 저 두가지 경우를 한 가지 표현으로 통일할 수가 있지? 전혀 의미가 다르잖아.
2. 역시 여자애들이 입에 욕을 달고 다니는 것을 보고 당황했음.
비록 여중 여고를 나왔지만 저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다, 광주에서는 저런 말들이 왠지 욕이 아닌 것처럼 들렸던 반면, 서울애들의 험한 말은 진짜로 ‘욕설’을 하는 것 같았다.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게다가 사람의 외모를 가지고 놀려대는 게 너무 심해서 옆에 있는 내가 무안해질 정도. 그걸 받아들이는 애들이 오히려 무덤덤해서 다시 한번 충격.
그래서 생각했다.
대체 누구냐? 서울말이 사근사근하고 예쁘다고 거짓말 한 인간들은…. -_-;;;
3. 단발머리의 끝이 안쪽으로 예쁘게 모아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쪽으로 휘어져 보기 흉한 것을, 우리는 “머리가 까졌다”라고 불렀다.
대학 때 무심코 말했다가………..서울애들한테 비웃음당했다. -_-;;;;
여기서는 “머리가 뻗쳤다”고 한다나? 아니, 머리가 뻗친 건 공기 중에 직선으로 삐쭉삐쭉 올라간 거고, “까진” 건 반대쪽으로 둥그렇게 말려 올라간 거라니까아!!!!!
……………포기하고 적응했다. -_-;;;
4. “책가위를 싼다”고 했더니 못 알아듣더라. 그러더니 “책표지를 싼다”고 하는게 맞다는 거다.
……….너무 황당해서 진짜로 내가 잘못알고 있었나 나중에 국어사전까지 뒤져보고 “내가 표준어다, 이것들아!”라고 외쳤더니
“서울말이 표준어다”고 바득바득 우기더라.
……….차마 “교양있는 중산층” 이야기는 못 꺼냈다. 맘대로 살아라. -_-;;;
5. 무심코 “아따아~”하고 말하면 주변에서 와르르르~~ 웃어제꼈다. -_-;;;;
아마도, 평소에는 사투리 억양이 거의 없는데
[서울 와서 서울말을 배운거냐고 지레짐작하는 애들이 부지기수였는데, 다시 말하지만 전라도 사람들이 모조리 드라마에 나오는 사투리를 쓰는 건 아니다. 우리집 사람들은 사투리를 거의 안 쓴다. 아, 오라비는 제외. -_-;;; 그러고보니 어디서 배웠는지 오라비만 사투리 억양이 있다고 엄마가 투덜거리셨던 기억이 나는군]
갑자기 낯선 단어에 억양까지 전라도 식이니 당황했을 것 같긴 하지만서도. 저게 얼마나 편리한 말인데. 땡깡 부릴 때 최고다. -_-b
6. 애들이 일본어 쓰는 걸 듣고 질렸다. -_-;;;
이건 지방과 서울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집에서 일본어를 거의 안 써서인 것 같긴 하지만[아버지가 국어 선생님이셨던 이유가 클 듯].
새내기 시절 방송반에 들어가려고 필기 시험을 보는데 “일본어 표현을 올바른 우리말로 바꾸시오’ 부분에서 뒤로 넘어갔다. 도대체 저 일본어가 무슨 뜻인지 알아야지 우리말로 바꾸든 말든 할 게 아닌가. 나는 이제껏 보지도 듣지도 못한 이상한 말을 어떻게 고치라고. -_-;; 참고로 ‘후까시’도 서울 올라와서 처음 들었다. 우리는 ‘폼 잡는다’고 했지, ‘후까시 잡는다’고는 안 했으니까.
…….서울 사투리…..는 자신이 ‘사투리’라는 걸 자각하지 못한다는 점이 무섭다. -_-;;;
마지막 말에 전적으로 동감 ^_^
사실 그렇게 말하자면, 경상도 쪽이 더 오래동안 수도였는걸요. 우후후후
후까시란 말을 저도 일본어 공부한 다음 한참 후에 알았습니다. 저런 뜻으로 쓰고 있었는지. 별로 폼 안나요 -_-;
아. 전 또 재미있는거. 서울억양으로 일본어 하는 거 들을 때요. 몸이 배배꼬여요. 흘흘
전 서울 토박이라 루크스카이님 글이 더 신기한데요^^;;; 참고로 저는 ‘말을 씹다’란 말 꽤 나이 들어서 들었답니다. 그게 제가 알기로는 아마 안 쓰던 말이었는데 어느 순간 유행어가 되어서 확 퍼지더군요. 전 그 말 참 싫었는데… 머리 까졌다는 말이나 책가위를 싼다는 말은 되게 낯서네요. 저도 머리 까졌다는 말은 대머리라고 알아듣고, 책가위 싼다는 말은 여기서 처음 들었어요.
‘후까시’는 일제시대부터 미용용어로 쓰였다고 하더군요. 그게 지금은 꽤 다른 뜻으로 변이하여…
마지막줄 강렬히 동감합니다. 젊은 연예인들 중에서 표준어 쓰는 사람 거의 못봤어요. 죄다 경기도 사투리… 억양만 표준어면 문장 내용까지 표준어인줄 안다니까요.
=ㅂ=);;;
책가위가 맞죠…. 책갈피도 책장이지 그 갈피에 꽂아놓는 게 아니고 등등…..
(모르면 배우라 하였는데 배우지도 않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연예인들은 인천부천수원출신이 꽤 많아서 인천사투리, 경기도 중에서도 서쪽 사투리가 많대요.
언니, 중요한건 "교양있는 사람들이 쓰는 현대 서울말" 이니
그애들이 쓰는건 현대 서울말이기는 해도 교양은 부족하다고 보시면 되는 거예요…(탕)
저도 서울 토박이라서 저 모든 현상에 고개가 끄덕여지는군요. 교양 없는 사람들이 쓰는 현대 서울 말은 명백하게 서울 사투리지요^^; 오히려 지방 분들중에 사투리 안쓰시는분들이 더 정확하게 표준어를 알고 계시더군요.
근데 그 교양이라는 건 누가 어떻게 주입해주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_@
11년 후배 여자애가 선배 앞에서 동기랑 놀면서 개.새.끼.라는 말을 입에 담는 걸 보고 "세상은 도대체 어디까지 변해갈까" 하고 잠시 고민에 휩싸였던 적이 있지요.
사투리 "억양" 이 있는거지 사투리는 많이 안쓰니 대략 무효…-ㅂ-)/
0.0….; 서울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자랐지만, 저도 생소하네요…잠시 경기도 살다가 전학와서 남자애들이 욕하는 것을 듣고 충격을 먹긴 했지만…. 저건 어느 세계?….’말을 씹다’라든가 일본어 같은 것은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라기보다 한순간 휘몰아친 유행어 바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대학와서 한참후에야 알았던 단어들….;
마지막 줄에 올인입니다. 언젠가 사무실에 물건 납품하러 온 서울 업체분이 피식 웃으면서 "부산 사투리를 잘 못 알아들어서 좀 힘드네요." 라길래(뉘앙스가 진짜 기분나빴어요;) "저도 서울 사투리 잘 못 알아들어서 좀 힘드네요."라고 해버렸던 적도. -_-a;
처음 뵙겠습니다. ^^ 링크 타고 들렀습니다 ^^
2번, 6번, 마지막 줄에 동감합니다. 전 부산에서 살아서 이외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부산에선 욕이 아니었던 말들이 서울말로는 욕설로 들려서 충격이었거든요. 게다가 후까시란 말도 책에서만 읽었었는데 실제로 쓴다는 건 서울 와서 알게 됐고요. 서울말=표준어가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많아서 깊이 공감이 가는군요
그래도 전 아직 뭐가 서울 사투리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ㅅ-;;;
그리고 서울애들이 어설프게 경상도 사투리 따라하는거나 경상도 애들이 어설프게 서울말 따라하는거 보면 우습긴 하더군요 ^ㅅ^
마지막줄이 명언이신데요?
첫번째 예로 들으신 말을 씹다와 먹다는 저도 잘 몰랐습니다. ^^;;;
제 친구들과는 그런 표현을 잘 하질 않아서… ‘내 말 잘라먹지마!!’ 정도나 썼을까요…
그 외에는 정말 동감이 가는 말들이로군요.
‘책가위’ 라는 말을 모르다니, 그건 정말 충격입니다. -_-
학기초면 언제나 ‘책가위’를 쌌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전라도 사람 같지 않게 사투리가 없으시네요. 서울분인줄 알았어요…’ 라는 말…
제 친척분들 태반이 광주에 사시고, 그분들의 억양은 옛날분들이라 특유의 억양이 많이 묻어나긴 합니다만, 제 부모님만 하더라도 사투리 억양의 거의!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전혀라고 해도좋을정도로 없으시다고요…
지방 사람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투리를 쓴다는 그 생각을 좀 버렸으면 싶습니다.
텔레비전이 여러 사람 망친다니까요….
-그러니 지방에선 공공연히 ‘서울 촌놈’ 이라고 비웃지…;;;; –
제 부모님이 광주분들이라 그쪽 사투리는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게 많군요.;; 말을 씹다에 험한 말을 하다란 뜻이 있는 것도 몰랐고, 말을 먹다와 차이가 있다는 것도 몰랐어요. 책가위도 그렇고;; 역시 부모님을 통해 들은 것 만으로는 한계가…(쿨럭)
머리 뻗쳤다, 는 저도 서울와서 배웠답니다. 제가 살던 곳에서는 머리 뒤집어졌다…=_=;; 정말 새삼스레 사투리의 다양함에 놀라게 되는군요.
그나저나 마지막 말은 완전 대박! 가끔 서울사투리가 표준어라고 착각하는 애들이 있어서 당혹스러워요;;
모노/ 서울 억양으로 일본어라니…커헉, 상상이 안 가요. ㅠ.ㅠ
루샤/ 하기야 제가 서울에 막 올라왔을 때 유행하기 시작했는지도 몰라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럽게 아이들 말투도 변하더라구요.
헉, 책가위가 표준어여요…ㅠ.ㅠ
rumic71/ 생각보다 전통(?)이 깊은 말이었군요.
지그문트/ 전 사실 ‘경기도 사투리’는 어떤 건지 서울 사투리하고 잘 구분이 안 갑니다. 아, 연예인들이 쓰는 건 ‘연예인들 억양’인 줄만 알았는데…-_-;;;
해명태자/ 그러고보니 책갈피도 그렇구나. 그 생각은 못해봤다.
…그래뵈도 다들 똑똑한 애들이었는데 말야. 흐윽. ㅠ.ㅠ
아셀/ 사실 그 ‘교양’의 정의 자체가 무지 애매하지 않나요? 끄응.
안드로이드/ 남자아이들이고 여자아이들이고 가면 갈 수록 말이 험해지는 것 같습니다. 말은 사람의 얼굴인데, 왜 그렇게 욕을 섞어 쓰는지 모르겠어요.
하늘이/….뭐라는 거야. -_-;;;
jini/ 일본어는…..유행이라고 하기는 좀 아닌 것 같은데… 어쩌면 대학가에서만 통용되는 말인지도 모릅니다.
misha/ 뭐든지 뉘앙스가 중요한 법이죠. 뉘앙스가. -_-;;;;
Narah/ 안녕하세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욕설이라는 게 사람마다 느껴지는 게 다르다는 것이 신기한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어떤 선배는 무섭게 생긴데다 험한 욕을 입에 달고다니는데 진짜로 그게 욕처럼 안들리거든요. 반면 어떤 아이들은 그 반대이기도 하고. 어딘가 말 속에 날카로운 가시가 느껴진달까요.
돌균/ 나는 1주일간 경기도로 농활갔다 왔더니 입에 경상도 말투랑 전라도 말투가 뒤섞여서 한동안 고생했어. ㅠ.ㅠ
해오녀/ 어쨌든 ‘말을 먹"잖습니까? ^^* 아우, 서울의 제 친구들은 책가위라는 말을 아예 못 알아들었어요. 그게 뭐냐고 묻더라구요.
저도 "전라도 사람 같지 않게~"를 무척 싫어합니다. 쳇. 서울 빼고는 다 ‘시골’이라고 부르는 것도 아주 짜증나요. 왜 ‘고향 내려간다’고 말하면 꼭 ‘시골 가?’로 바꿔 말하냐구요.
遊異 / 아직도 집에 내려가면 간혹 어머니가 낯선 단어를 사용하실 때가 있어요. 뭐랄까, 단어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하다는 느낌이랄까요. 오오, ‘뒤집어졌다’도 참신하군요.
‘씹다’는 비속어인 ‘씹’과 ‘씹어먹다’양쪽의 표현아닐까요? (추측일 뿐입니다.)
핑백: The Tales of..
지방으로 가면 서울말도 사투리나 마찬가지인데 말이죠.
비밀글/ 흐음,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Mushroomy/ 그것보다 방송상에서 서울 사투리를 표준어인양 가장하는 게 더 위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