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을 먹다.
이오공감에서 보고, 미냐님 글에 트랙백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 주위에는 당근을 먹는 사람보다 못 먹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아니, 적어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지요. 그래서 미냐님 글을 읽고 조금 놀랐습니다.
대부분은 제가 “당근을 좋아해”라고 말하면 이상하게 쳐다보거든요. -_-;;;
물론, “날당근”에 국한된 이야기입니다만.
저는 어렸을 적부터 생당근과 생무를 우걱우걱 씹어 먹는 걸 좋아했습니다.
[미냐님이 말씀하시는 ‘야만인’ 수준으로 말이지요. ^^*]
이유는 물론, “맛있기” 때문이죠….[둘다 얼마나 달콤하다구요!] 입니다만,
사실 저희 어머니도 이 점을 상당히 신기하게, 혹은 놀랍게, 혹은 기특하고 대견하게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애가 다른 과일이나 야채보다 이런 걸 더 좋아한다고 말이죠. 솔직히 어린 아이들은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잖습니까. [특히 ‘무’는…..-_-;;] 그래서 김장을 담그거나 깍두기를 담글 때면 항상 저를 불러서 당근이나 커다란 무 조각을 깎아 주셨지요.
단, 익은 당근을 먹기 시작한 건 한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네요.
그냥 통당근을 날로 씹어먹는 건 좋아하지만,
갈아서 주스로 만든 녀석이라든가 [싱싱하고 멀쩡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닌 천연당근을 굳이 산산조각 갈아 자근자근 씹히는 액체를 만드는 이유는 뭐란 말이냐아!!!!!], 익힌 녀석은 질색이었거든요.
익은 당근을 먹을 수 있게 된 건 어학연수를 가서 조그마한 새끼당근을 먹기 시작하면서였습니다. 그 녀석 익힌 건 먹을만 하더라구요. 아니, 사실은 그 위에 버터를 바르고 소금과 후추를 잔뜩 뿌린 놈을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ㅠ.ㅠ
그리곤 깨달았지요. 제가 ‘익힌 당근’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덜 익힌 당근’을 싫어하는 거라는 사실을!!!!
푸욱 익혀서 말랑말랑한 녀석은 괜찮습니다만, 이빨을 박았는데 중간에 무언가 딱딱하게 방해하는 기운이 느껴지는 덜 익은 녀석이야말로, 제 적이었던 겁니다.
그리하야, 지금은 익힌 당근도 어쨌든 유유하게 패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날 것이 훨씬 좋습니다.
당근과 무를 놓고 보자면, 솔직히 무 쪽을 더 좋아합니다. 그 달착지근하면서도 화끈한 매운 맛이 사람을 자극한달까요. 어머니께서는 그렇게 매운 녀석을 어떻게 먹느냐고 하셨지만, 저한테 무는 ‘매운 놈’이 아니라 ‘단 것’이어서….게다가 간혹 계절을 잘못 타 바람 든 녀석이 아니면 정말 대부분 하얗고 통통하고 달고 즙이 많고, 맛나거든요.
겨울에 제일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가 깎은 생무이기도 했고….황순원의 ‘소나기’를 읽기 전까지 ‘무가 비리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아니, 이 점은 조금 변명을 해야하는 게, 저는 종로에 있는 직장에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이 생선굽는 냄새가 ‘비리다’고 계속해서 제게 주입시킬 때까지 그 냄새가 ‘비리다’라는 걸 자각하지 못했어요. 그냥 “생선굽는 냄새”에 불과했지, 그게 “비리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거든요. 청국장도 마찬가지. ‘정국장 냄새’라고만 생각했지 그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해봤었어요. 한데 주변 사람들과 책에서 하도 그런 이야기를 해 대서..결국은 저도 거기 물들어버렸다는 겁니다…라기 보다는 정상이 되었다??? 냄새가 끔찍하다고 느꼈던 건 홍어찜과 개소주 정도였는데….-_-;;]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를 날로 간식처럼 먹는다고 하니[가끔은 커다란 무의 절반 이상을 혼자서 사각사각 다 먹어치우는 일도 비일비재] 이상하게 보더라구요. -_-;;; 아니, 물론 어머니도 제가 그렇게 먹어대면 속쓰리다고 말리시지만서도.
여하튼, 아직까지도 겨울쯤 집에 내려가면 어머니가 제 무와 당근을 챙겨주십니다. 재미있는 건, 그쪽과 이쪽의 물건이 다른 건지, 아니면 어머니의 채소 고르는 솜씨를 제가 따라갈 수 없는 건지, 서울에서 먹는 무나 당근 맛이 집에 내려갔을 때와는 현저하게 다르다는 겁니다. 아니면….역시 ‘공간’이나 ‘손’을 타는 것일까요.
아악, 쓰다보니 먹고 싶어져버렸어요!!!! 시원하고 달달한, 신선한 채소가 필요합니다, 채소가!!!
덧. 그러고보니, 전 회식자리에서도 입이 심심하면 그냥 상추만 아삭아삭 씹어먹는데, 사람들이 그걸 보고도 황당하다는 듯 웃더군요. 아니, 상추를 먹고 싶어서 먹는 것 뿐인데, 어째서어? 착실하게 쌈장도 찍어먹는다고!
상추, 오이, 양파는 날로 잘 먹는데 당근은 익힌 당근만 먹어요;; 기름에 볶아서 눈에 좋은…(탕) 아니, 어차피 당근은 날로 먹는 것 보다 유지류와 먹는 쪽이 베타카로틴의 흡수율도 높고(중얼중얼)
저도 무 아작아작 씹어 먹는거 좋아하는데 한번 그러다가 속이 쓰려서 병원을 다닌적이 있어서 그 뒤로는 잘 못먹고 있어요 ;ㅅ;
저도 술자리에서 배추나 상추나 깻잎등을 아작거리면서 씹고 있으면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하더군요. 생 야채 맛있는데 -ㅁ-);; 물론 당근은 남겨요. ㅋ
불행하게도 저는, 여태껏 달콤한 당근을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단맛나는 무는 접해봤지만…
해명태자/ 난 먹을 때 몸에 뭐가 좋다는 생각 자체를 안해서…-_-;; 내가 좋으면 먹는 거지, 굳이 그런 걸 다 따질 필요 있나. 난 양파하고 마늘은 안 익은 거 못먹어. ㅠ.ㅠ
미냐/ 헉, 병원까지 다녀오셨다니, 그건 정말 많이 드신 듯.
그죠? 생야채 맛있는데, 어째서 그런 눈으로….쳐다보는 걸까요. 끄응. 전 당근까지 다 해치운답니다. ^^*
rumic71/ …….남쪽으로 오세요. -_-;;;
*루크님의 손을 잡고 빙글 빙글 돈다*
저도 야채 킬러입니다;;;
저는 치아가 안 좋아서 익은 당근이 더 낫더군요. 특히나 카레에 들어간 당근이…;)
답글 달려다가 트랙백합니다^^
당근 좋죠~ 특히 생당근을 와삭와삭 씹어먹으면~ ^ㅅ^
근데 전 집에서 아버지께서 무를 안드시다 보니 무는 잘 안먹어서 모르겠군요. 뭐 생무도 맛있게 먹을 수 있긴 하겠지만 안해보다 보니 ^ㅅ^
핑백: ☆달공주의 대장왕국★
전 상추에 쌈장도 안 찍고 씹어먹기도 하는걸요, 뭐. 그리고 날당근은 많이 먹는 건 싫어해도 조금씩 씹어먹으면 맛있고, 무는 맛있는데, 그거 싫어하는 사람 있다는 건 언니 포스트 보고 지금 알았어요.
상추 맛있잖아요-ㅂ-
무~를 주세요.
아아~ 생무를 먹어본지도 꽤나 오래 되었네요. 하나 사다 먹을까봐요.
당근은 역시 날로 먹는게 훨씬 맛있어요.
생무 맛있는 건 배보다 얼마나 달콤하고 시원한데요. 당근도 씹으면 씹을수록 달큰한 게 맛있는데(히잉).
Nariel/ 와아, 와아, 야채!!!
잠본이/ 확실히 치아가 약하다면 조금 부담스럽죠. 그러고보니 저희 어머니는 카레를 해주시질 않아서…그래서 익은 당근을 먹을 일이 없었어요.
루샤/ 옙!
돌균/ 생무 맛있어!!!! 김장할 때 옆에서 얻어먹어봐. 그 때가 제일 맛있을 때거던.
Deirdre/ 상추도 맛나는데 말이야. 끄응.
烏有/ 사실 좀 쓰긴 하죠. ^^ 전 그맛을 좋아하지만요.
안드로이드/ 문제는 당근과 무는 정말 어떤 놈을 고르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는 거죠. ㅠ,ㅠ
misha/ 크으, 맞습니다아!
저와 비슷한 취향이신데요?
저도 생당근 좋아합니다. 다만, 생당근을 녹즙기등에 짜서 먹는 당근쥬스도 좋아하지요..^^;; 익힌건 정말 싫어합니다. 그래서 카레에 있는 당근을 몽땅 다 먹어치우고 카레를 먹기 시작하는데, 남들은 좋아하는줄 알고 듬뿍 얹어줄때 슬픕니다..ㅜ.ㅡ
그리고…
겨울에 무를 간식삼아 아삭거리며 씹어먹는것… 그거…겨울철에만(?) 느낄수 있는 별미 아닙니까? 잘 익은 무는 정말 달고 즙도 시원하다구요..
저희집 식구들은 김장철때 그 묘미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인데..
(인스턴트 좋아하는 동생놈은 예욉니다.)
가끔 매운무가 있어서, 그리고 김장을 해야하니 무를 통째로 먹는 경우는 1~2개밖에 안됩니다만, 무 끝에 푸르스름한 부분은 정말 달고 시원하다구요.. 그거 잘라서 아삭거리며 먹는게 얼마나 맛난데요!! 사람들이 그 맛을 모르고서는!!!!!
먹을것 없으면 저도 상추 쌈장에 찍어 착실하게 아삭거리며 먹습니다. ( ..)
전혀 이상한게 아니어요오오오오~~~~
(마찬가지로 청국장 냄새도 구수하다구요~~~ 요즘들어 생선 굽는 냄새는 강하게 비린내로 인식되어 괴롭지만…)
해오녀/ 으하하핫, 뭘 좀 아시는군요!!! >.<
생무를 맛있게 먹는 장면이 황순원선생의 ‘소나기’에 나오죠.
요즘 사람들의 기준에서 보면 엄청 소박빈곤웰빙스런 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