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으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만을 암살해주는 “암살국”의 창시자이자 책임자 이반.
윤리적 문제를 들어 그 암살국을 해산시키기 위해 이반 자신에 대한 암살을 의뢰하는 윈터 홀.
그리고 자신이 만든 조직이 완벽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반과 그 뒤를 쫓는 암살국의 권한대행을 맡아 자신이 와해시키고자 하는 그 조직을 계속 운영해야하는 입장에 처한 홀.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어려운 이론과 단어들을 굳이 내세우지 않고도 윤리와 철학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하게 만드는 내용이라고나 할까요. 스릴러, 철학, 사회 소설 어느 쪽으로도 볼 수 있지만, 제게는 거의 블랙유머에 가깝더군요.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심각한 이야기지만 킬킬대지 않을 수 없었어요. 등장하는 모든 인간들이, 등장인물의 말을 빌자면 “도덕광”인데다가 저 자신도 그들의 이론에 어느 정도 동조하고 또 그 불합리한 원칙 때문에 자신이 찬동하지 않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홀의 입장도 백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언제든지 훌훌 털고 일어날만한 충분한 근거와 이유가 있음에도 그 “약속”과 “책임”을 벗겨내지 못하는 철학과 신념이라니! 아아, 하지만 어찌보면 저것이야 말로 정말 “단순명확”한 이론이지요. 두 세가지의 원칙 위에 단단하고 견고하게 세워진 신념, 그 이외에 다른 말이 또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실제로 책을 선택한 이유는 잭 런던이라는 이름 때문이었지만 실제로 런던이 책을 완성시킨 것은 3분의 2 정도입니다. 후반은 TV 시리즈’도망자'[예, 해리슨 포드가 리메이크 한 그 영화요]로 유명한 로버트 피시가 완성했다는군요. 저로서는 피시의 결말과 잭의 결말이 반반씩 결합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잭 런던은 묘하게 호감을 주는 작가입니다. 제가 그런 느낌을 받는 다른 작가는 제인 오스틴인데, 그녀와는 또 정반대되는 느낌이죠. [그러고보니 저도 런던만큼이나 모순된 존재로군요. 취향이 극과 극을 달리네요.] 이 책이 특히 쓴웃음을 자아냈던 것은 인물들이 처한 그 모순적 입장이 잭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잭 역시 윈터 홀처럼 백만장자 사회주의자 작가였지요. 그리고 그는 결국 이 책을 끝맺지 못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모순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떴고요.
으음, 글을 쓰고 있노라니 갑자기 마틴 에덴이 읽고 싶어지는군요. -_-;;; 누구 빌려주실 분 안 계십니까? 훌쩍.
murder inc. 라는 조직이 실제로 있었기 때문에 저 제목을 볼때마다 기분이 묘합니다…
이 책도 찰스 디킨스의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 등과 함께 결말을 다른 작가가 마무리 지은 유명한 책 중에 하나라고 하는데 어떤지 궁금하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rumic71/ …"살인 회사"인 겁니까. –;;;
석원군/ 길이도 짧으니까 금세 읽으실 수 있어요. ^^* 결말은 꽤나 깔끔하게 끝낸 것 같아요. 원작자가 저 위에서 화를 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