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1.
초등학교 저학년 때 “절대로 아빠한테는 말해선 안 돼”라고 몇 번이고 다짐하며 털어놓았던 비밀을 아빠가 퇴근하자마자 “일러바치는” 엄마의 모습을 목격한 후,
나는 인간에 대한 불신을 배웠다. -_-;;;;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의 행동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바이지만, 불행히도 그 사건은 현재 내 인간관을 이루는 토대가 되었다.
사건 2.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내가 의자 등받이에 걸려있던 고등학생 누이의 옷을 깔고 앉아 말다툼이 벌어졌을 때 집안에서 무시당하던 불쌍한 꼬마는 눈물을 그렁거리며 외쳤다. “언니는 나랑 옷이랑 어느 쪽이 더 소중해?”
가차 없는 대답. “당연히 옷이지.”
………………-_-;;;; 나는 그 때 혈육간의 애정이란 옷 한 벌 때문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예전에 문득 누이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만 웃으면서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대답하더라.
역시 지금 생각해보면 멋쟁이 고등학생이라면 홧김에 저렇게 말할 수도 있다고 피식 웃게 되지만, 옷 한 벌과의 저울질에서 진 어린 시절의 상처는 상당히 컸다.
나는 어린 아이들을 잘 다루지 못한다. 불행히도 섬세함과는 약간 거리가 멀어서, 우루시하라 교수의 말을 빌자면 “작은 것들은 무섭다.”
그래서 간혹 자신이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의 시선을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아이들은 “작은 어른”이 아니라는 걸 잊는다. 작고 사소한 말이 앞으로 그 아이의 인생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잊는다.
………..애를 낳아도 절대로 내게 맡기지는 않겠다는 친구들의 공언이 옳았음을 아무래도 인정해야겠다.
저는 제가 만화가 이미라에게 썼던 팬레터에게 자필로 왔던 답장을 어머니가 저보다 먼저 뜯어읽었던 그 때가 정말 충격이었어요. 받는사람에 내 이름이 당당하게 쓰여있는데 도대체 왜? 무슨 권리로? 정말 화가나서 팔짝팔짝 뛰었지요…
저는 초등학교때 어머니가 공부 안하니까 교과서 다 버릴 거라고 그러시자 다 버리라고 했다가 뺨을 얻어맞았을 때부터 성격이 소극적으로 변했습니다 -_-; 제가 잘못하긴 했지만 말이에요.
옛날에는 대가족이 함께 살면서 위에서, 옆에서, 아래에서 보고 겪는 일들로 자연히 부모로서의 역할과 책임과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익힐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지요. 아무리 사회생활을 잘 해도 좋은 선배, 좋은 후배, 좋은 친구가 될 수는 있어도 좋은 부모가 될 거라는 걸 보장해주지는 않으니까요.
저랑 매우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계셧군요…
으음..애들은 절 좋아하는데. 전 애들과 같이 있으면 지옥을 느끼는 사람이라 저도 무리일듯..
원래 상처를 받은 사람은 두고두고 기억하지만 상처를 준 사람은 아예 모르고 있기가 쉽죠;;;
끄응…난 없는 모양이니 다행이라고해야 하나? -ㅅ-;;;
그래도 애들은 의외로 강하던걸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픈데를 푸욱푸욱 찔러댈때는 그야마로 최강;;쿨럭;
저는 애들이 좋지만, 7살이 되면 미워져요…ㄱ-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나는 누나의 아이들을 잘 키울 거예요.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나의 미숙함이 아이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것 같더라구.
그때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부모도 인간이란 점을 이해하게 되면 그때부턴 별 문제가 없지. (동정받게 되는거지…-_-)
"작은 것들은 무섭다." 적절한 표현이네요. ^^; 저도 애가 앞에 있으면 멀뚱히 바라만 보게 되는 사람이라…(그냥 비실 웃는 게 최대한의 애정 표현;) 앞날이 좀 걱정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공평하고 자상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지만..과연 어찌될지
알 수 없지.
첫번째는 저도 같은 경험이 있네요. 지금은 어머니는 아버지랑 대화하고 싶어 안달이셨으니깐… 하고 이해가 가지만 그 이후로 절대로 어머니께 비밀얘긴 하지 않습니다. 제 비밀엄수보다 아버지와의 화제만발 쪽이 순위가 위라는 걸 알아 버렷는걸요.; 그런 걸 생각하면 스스로 부모가 되는 건 죽도록 무서워요. 애한테 아픈 상처만 줄 것 같아서…;
비밀글/ 그런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꽤 많았죠. 당시에는 핸드폰 같은 것도 없었고, 편지도 꽤아 중요한 수단이었는데…–;;;
일레갈/ …심하게 다투셨군요. 역시 공부란…
안드로이드/ 확실히 오랜 시간을 함께한다면 배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정말 어려워요, 어려워. 제가 어떻게 이렇게 컸는지 신기해요.
bail/ 사람 크는 건 대개 비슷한가 봅니다. ^^*
몬드/ 저도 애들은 절 좋아하는 편이지만…ㅠ.ㅠ 그게 더 무섭다니까요.
잠본이/ 맞습니다, 크흑! 문제는 저도 언제 남에게 그런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죠.
하늘이/ …다시 한번 생각해 봐. 나한테 나이와 성별을 무기로 다른 인간을 탄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게 바로 오라비거든???
사과주스/ 아……최강이죠. ㅠ.ㅠ 감히 대적할 수도 없고..ㅠ.ㅠ
Ryuciele/ 요즘엔 미운 다섯살입니다….으으.
이프/ 과아여언??
풀팅/ 그래서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말이 진리인게지.
곤도르의딸/ 그 말 정말 딱이죠. ㅠ.ㅠ 저도 껴안거나 따뜻한 말을 해주거나 그런 걸 잘 못하는 체질이라….
파벨/ 그 일이 직접 닥치기 전 까지는 말이지.
지그문트/ 역시, 다들 한번쯤은 부모님께 배신을 당했던 거군요.
부모가 된다는 건 정말 무서운 일입니다. ㅠ.ㅠ
작은 것이 무섭다…공감합니다.. 애들을 보면 너무너무너무 좋긴 좋은데, 어떻게 해줘야 할지를 모르겠어요…T.T 하지만, 결국 애도 어른도 사람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른도 뭐, 철없는 부분은 커서도 그대로인 경우 많잖아요.) 아주 어린아이보다 초등학생을 다루는데, 우선 얘기를 들어주고 내 생각을 얘기해 주면 어느 정도 생각도 할줄 알더라구요. 생각해보면 저도 어릴 때 생각할 건 다 했거든요.(사춘기 정도 되면 경험이 없고 절제를 못해서 그렇지 머리는 다 큰거잖아요.) 그리고 애들은 아무리 잘 해줘도 자기를 좋아해서 대해주는 걸 귀신같이 알더라구요. 저도 잘못을 많이 해서 미안하지만, 안되겠다 싶을 때는 꼭 사과합니다. 그렇게 해서 더 친해진 아이도 있구…
부모에게서 많은 상처란….T.T 어쩔 수 없는 경우 많죠…지금도 가끔은 욱 치밀어오르는 걸요. 지금은 그 인간적인 약점들이 보여서 화가 나면서도 마음이 아파요…나도 언젠가 그렇게 보일까 생각하면 무섭긴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