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식 자리에서 찝찝한 이야기를 들었다.
베스트셀러를 기획 출판해 엄청나게 돈을 번 출판사 A가 있었다.
이왕 돈을 번 A는 새로운 사옥을 사고 땅을 사고 이것저것 회사를 확장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베스트셀러를 기획한 핵심사원들에게 소정의 인텐시브가 배당되었으나
[자세한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어쩌다보니 그 단계에서 핵심사원들이 빠져나갔다.
아무리 한번 대박이 나도 계속해서 흐르지 않으면 무너지는 법.
그리하여 A는 이차저차 여기서 돈을 까먹고 저기서 돈을 까먹고 거래처와 프리랜서들에게 대금을 지불하지 못한 채 점점 시간을 끌게 되었다. “정 안되면 건물을 팔아서 줄게. 무슨 걱정이야!”
하지만 실제로 사주는 건물을 반년도 전에 팔아버린 상태였고
며칠 전 회사는 부도가 났으며,
사장은 잠적했고,
사원들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뒤통수를 맞았다.
물론 나도, 하루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불행하지만 흔하고, 흔하고 흔한 일이다.
단지, 그것이 출판사라는 게 슬플 따름이다.[그러고보니 얼마전 영진 일도 있었다.]
물론 출판사도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다.
무엇이든 머리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심지어 돈세탁을 목적으로 만든 출판사도 존재하니까.
하지만 그래도 역시 충격적일 수 밖에 없는 건
내 머릿속에 출판사란 교사와도 비슷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똑같은 인간, 똑같은 사업체 어쩌구 저쩌구라고 해도 최후의 보루.
최소한의 책임은 알고 있는 사람들.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시작한 사람들.
저렇게 속고 속이는 관계가 아닌.
인간의 속내는 물론, 다른 회사의 진짜 사정을 어떻게 알겠냐만은…..
역시 찝찝하다.
책임을 던지고 도망가도, 그들은 괜찮은 것일까.
얼굴을 날마다 마주보는 사람들을 그토록 오랫동안 속이면서도 어떻게 버틸 수 있는 것일까.
제가 몸담고 있는 IT쪽에서는 흔하디 흔한 일이고 저도 저 비슷한 경우를 당해봤기에
조금이나마 공감이 갑니다.
책임이라… 그런 사람들이 책임을 안다면 그렇게 하진 않을겁니다.
저런 사람들이 어느 세계에나 있더군요…
정말…씁쓸해지네요…
겉모습만 다를 뿐, 다들 똑같군요.[…]
무서운 일이지요.
저만의 선입견일지는 모르겠지만, 전 회사에서 만날 사람들이란 건 하하 호호 웃고 지내다가도 언제든 마주대고 총을 쏘거나 칼을 꽂아넣을 수 있는 그런, 서부 시대 건맨이나 전국시대 사무라이나 다름없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누구도 믿어선 안되는 그런 세상. 출판사도 예외는 아닐 거 같아요.
사실, 교사라도 예외는 아니겠지요.
그나마 다른 쪽보다 그나마 깨끗하다고 알고 있었던 출판계인데요;
자체검열도라든가-_-; (저만의 착각이었을까요?)
+영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으음..정말 일어나지말았으면 하는 일인데.
세상, 뭐 있나요. 진정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지요.
작은울림/ 그게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Ryuciele/ 그러게 말입니다. 어찌 된 세상인지..
Mushroomy/ 이래서 나이들면 안 된다는 건가 봅니다.
아셀/ 전 작은 회사에서만 일해서인지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좋은 사람들만 만나서 인생 참 편하게 살았다는 느낌도 들고.
그렇죠, 교사들도 물론 예외는 아니죠.
funnybunny/ 뭐,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출판계만큼 치사한 곳도 없다고들 합니다만…..-_-;;;; [워낙 다 서로 아는 처지인데다 영세한 곳이 많아서….]
영진은 지난번에 이사인지가 자본을 들고 튀어서 난리가 났더랬지요. 현재는 외국자본에 넘어갔다고합니다.
몬드/ 하지만 날마다 일어나는 일이죠.
안드로이드/ …씁쓸해요.
최근에 출판계 사람들을 몇 명 알게 되었는데, 나 역시도 그게 "사업"이라는 걸 자꾸 잊다 보니 그 쪽 행태에 종종 놀라곤 해. 역시 "문화 사업이며 돈보다는 책임" 이라고 생각하는 내 개념이 너무 순진한 거겠지.
아무리 책임보다 돈이 중요하다 해도 저 정도쯤 되면 이미 정상을 벗어난 거지요.
사실 출판이 아니라 다른 사업이라도 저래서는 안되는 건데…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