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 보고 돌아왔습니다.

생각보다 상당히 크게 만족했습니다. 이 영화는 “어린 시절”에 책을 읽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입니다. 따라서 책을 나중에 읽은 성인들이나, 어린아이들에게는 조금 지루하거나 밋밋한 느낌을 줄 수도 있겠더군요. 아마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평이 갈리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저처럼 나니아 연대기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에 들어하는 수준”인 사람들에게는 거의 완벽하던걸요.

군더더기가 거의 없고, 연출이 깔끔합니다. 딱 알맞을 정도로 축약했다고 생각해요. 특히 앞 부분의 전쟁 장면으로 형제들에 대한 복선을 깔아두는 것도 좋았구요. 아이들의 연기는, 블루스크린[아니 그린…-_-;;]을 고려했을 때 아주 훌륭한 편에 속합니다. [해리와 그 친구들에 비하면….ㅠ.ㅠ] 컴퓨터 그래픽이 심히 눈에 거슬린다는 점이 단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만, 소위 “환타지 대작”이 어쩌고 저쩌고하는 생각만 머릿속에서 지우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데 “엄청난 돈이 들어간”이 어째서 영화의 장점이 될 수 있는지 이해를 못하는 성격이라서요. 그건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잖습니까.]

이 정도면 두 번 이상 보러가도 좋을 것 같더군요. [문제는 다른 영화들도 너무 많아요..크흑.]

1. 루시 역의 배우는 정말 깨물어주고 싶던걸요. 물론 가장 중심인물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소녀가 너무 튀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다른 형제들이 많이 죽어버렸습니다. 특히 피터는 상당히 아쉬워요. 사실 에드먼드도 루시만큼이나 중요한 인물인데, 여왕, 아니지, 참, 마녀님의 마법에 빠지는 부분에서 아이의 심정을 조금만 더 상세히 표현해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하고 입맛을 다시게 되는군요.

2. 여왕님!!!!!!!

아니 마녀님. 그냥 영원히 나니아를 지배하십시오!!!! ㅠ.ㅠ 으흑,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정말 숨이 막히는 줄 알았습니다. 그 절도있는 움직임, 인형처럼 오만한 표정, “나아-니아’의 우아한 어조, 꼿꼿이 치켜든 머리와 하이얀 팔!!!! 으아, 졸리 누님에 이어 정말 그 흰 피부 밑에서 엷은 근육이 스르륵 하고 움직이는데 기절하시겠습니다. ㅠ.ㅠ 제단 위에서는 또 어떻구요! [전 이왕이면 아슬란의 심장을 꺼내 하늘 높이 쳐들어 주시길 바라….퍽!!!!] 고개를 돌리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벅차오르는 감동을 견디다 못해 파르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스르르 감고는 권력의 정점을 음미하는데, 정말 최고였어요! 아흑, 아흑, 아흑!!!! 틸다 누님같은 분이라면 끝까지 붙어 있을래요, 엉엉엉

3. 톰누스, 대체 루시와 무슨 관계랍니까?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이 범상치 않아요. -_-;;; 하기야, 루시는 자기 큰 오빠도 손에 쥐고 이리저리 흔들던걸요.

4. 수잔, 네가 최고다…..ㅠ.ㅠ 그 시니컬하고 현실적이고[논리적이고] 빠릿빠릿한 말투라니, 대체 저 아이의 어디가 “gentle’??? 아슬란, 이름 붙이는 거 실수한 거 아닙니까. 수잔이야말로 앞으로 진정 훌륭한 여왕님 감이었어요. 으윽, 하지만 활을 쏘는 장면이 단 한 부분!!!! 실망이야, 쳇.

5. 피터와 에드먼드 예쁘더군요. ^^* [감상 끝 -_-;;] 하지만 성인들 버전은…쿨럭.

6. 예고편 때도 그랬지만, 아슬란의 목소리는 사실 약간 실망이었습니다. 저로서는 훨씬 더 절도있고, 육중하고 권위있는 목소리를 기대했거든요. 리암씨, 차라리 인터뷰 때 내는 목소리 쪽이 어울렸을 텐데. –;;; 이건 딱 배트맨 비긴즈 때 버전이더군요. [당신 할 수 있는 말이 “I know” 뿐이란 말인가. 하기야, 얼굴도 위엄있다기보다는 귀엽다..는 느낌이어서 그게 감독의 의도일 지도 모릅니다만. 갈기에만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아부었는지 원. 대신 꼬리가 형편없었어요. –;;

7. 웨타는…….역시 너무 편애가 심합니다. 정성을 들이는 생물들이 정해져 있어요. 정말 너무하는 거 아냐? ㅠ.ㅠ 하지만 나니아에 첫 발을 들여놓은 루시와 톰누스의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훌륭했어요.

8. 음, 어떤 분의 포스트인지는 기억 안나는데 [죄송합니다, 영화를 보기 전이라 일부러 대충 훑어보기만 했기에] 늑대와 호랑이[특히 백호]가 악역이라는 데 약간 불만을 토로하셨던 것이 생각나는군요. 그건 아마 사자가 여름의 동물인 반면 호랑이와 늑대가 겨울의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9. 같이 영화본 분들과 하던 이야기. 적당히 섞어서 각색한 겁니다만.
“교수님은 요다야.”
“맞아요, 맞아. 그리고 아슬란은 콰이곤이고. 아니, 오비완이라고 해야 하나?”
“루시가 루크야?”
“뭐 자세히 보면 오히려 피터 하는 짓이 에피 4 때의 루크랑 똑같은데.”
“수잔은 파드메 아님 레이아고!”
“피터가 루크고 루시가 레이아다!!!”
“콰이곤 씨가 드디어 제자들을 제대로 키워내서 기뻐. ㅠ.ㅠ 한 놈은 우주대마왕이 되어버리지, 한 놈은 기껏 키워놨더니 배신 때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버리지. 이번에는 한 명 실패하긴 했지만 그래도 셋이나 건졌으니 이정도면 진짜 성공한 거지.”
“이번에는 ‘난 다 알아’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가 알아서 인신공양[?]해서 그렇게 된 거예요. 자고로 주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지.”
“그렇게 보면 오비완인가…..스스로 죽었다가 애들 각성시키고 다시 부활해 더욱 큰 힘을 갖게 되니.”
“마녀님은 황제님이고.”
“상체가 바닥과 직각을 이루는 게 에피 3에서 황제님이 뛰어갈 때랑 똑같아. ㅠ.ㅠ”

……….모든 것은 스타워즈로 귀결됩니다.

10.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교훈: 자고로 전쟁 때는 본진을 비우면 안 된다.

나니아 연대기 보고 돌아왔습니다.”에 대한 11개의 생각

  1. 몬드

    으윽. 아직 보진 못해서 루크님의 감상을 쭈우욱 내리고는 선리플후감상..(퍽)
    자고로 전쟁 때는 본진을 비우면 안 된다.<-이건 진리죠: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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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Deirdre

    좋으셨겠어요. 릭스 오라버니에 세류 누님, 민주 언니를 양쪽에 두고 보셨겠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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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Deirdre

    그리고 오늘 못 가뵈서 죄송… 참, 제 이글루 다시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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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금숲

    ㅎㅎㅎ 가만히 생각하니 다시보고 싶은 영화예요. (역시 문제는 다른 볼 게 너무 많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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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당근

    "자고로 전쟁 때는 본진을 비우면 안 된다."<- 공감 만땅입니다. 확실히 그 성에 정말 아무도 없었지요.;;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아즐란쪽은 이미 꿍수 짜 두고 있었고, 여왕님께서야말로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걸었던 것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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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셀

    전 계속 아슬란님 말씀하시는데 그 얼굴에 오비완에게 쫑알대는 마스터 콰이곤이 생각나서 피식피식;

    아 근데 정말 아슬란님은 기대 이하였어요. ‘길들인 사자’가 아니라면서 이건 너무 동물원 사자같잖아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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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Nariel

    역시 디지털로 보기를 잘 했습니다. 근데 저는 아슬란님이 너무 좋았어요 >.<
    같이 본 분과 함께 훌쩍거리며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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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lukesky

    몬드/ 잘 보고 돌아오셨나요! >.<
    해명태자/ 음, 모든 건 역시 스타워즈야, –;;
    Deirdre/ 아니, 민주 대신 토깽이 한마리를……쿨럭. 아, 아냐.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오. 몸이 안좋았다는데 어찌하겠어. ^^*
    금숲/ 으으, 왜들 다 비슷한 때에 개봉을 하는 건지 말이죠. 훌쩍.
    현린/ 진짜로 얼음마녀 같으십니다!!!!! 분장이 꽤 마음에 들었어요. ^^*
    당근/ 진짜 반지 때도 그렇고 다들 예비병력을 안 남겨놓고 올인하는 바람에 그렇게 어이없게 진거잖아요. 크흑.
    아셀/ 으하하하하, 사실 전 아슬란이 눈을 꿈벅일 때마다 너무 졸려보여서…ㅠ.ㅠ
    Nariel/ 나니아 장면은 진짜 눈물나더군요. ㅠ.ㅠ
    사과주스/ 그게 다 위대한 스승님의 운명 아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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