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신부

점심시간, 회사 사람들과 즉석에서 모임을 조직하여 회사가 끝나자마자 보러갔습니다.
역시 팀 아저씨는 “동화”가 잘 어울리는 인간입니다.

뭐, 다들 알다시피 캐스팅은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들 뿐입니다. 거의 팀 버튼 군단 최정예 모임이라고 할 수 있겠더군요.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크리스마스 악몽 때에 비해 좀 더 부드럽고 우아….하다는 말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런 느낌입니다. 하지만 역시, 분위기도 그렇고 스토리도 그렇고 크리스마스 악몽의 아류작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시작은 유쾌했지만, 마무리는 조금 어정쩡합니다. 이왕이면 악역을 좀 더 잘 그려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주인공인 빅터는……슬리피 할로우 버전의 뎁씨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_-;;;; 그 커다란 눈을 꿈벅일 때마다 어린아이 뒤에 숨는 뎁씨가 생각나서 웃음을 멈출 수가 없더군요. [에밀리 왓슨 씨의 “저희 어머니는 음악은 처녀들에게 너무 열정적이라고 생각하세요.” 에서는 역시 일련의 연상과정을 거쳐 “전망좋은 방”이 생각나던걸요..쿨럭.]

이 영화가 “공포 영화”가 될 수 있다면[그렇게 느끼는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단순히 크리스토퍼 리 씨 때문입니다. 그분이 말씀하실 때면 등 뒤에서 붉은 용암이 솟구치고 귓전에는 “바닥없는 불구덩이에서 영원히 영혼을 불태우리니!”라는 대사가 아른거려요. 맙소사, 크리스토퍼 씨가 기독교 전도사였다면 세상 사람 모두 그 분이 말씀하시는 지옥이 두려워 말씀을 듣자마자 꽁지가 빠지도록 교회로 달려갔을 겁니다. 심지어 극장도 요동칩니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처음 양가의 부부가 부르는 결혼식 송, 정말 귀엽더군요. 과장이 심해서인지 그 네 명이 모여있으면 유쾌해져서 살아있는 사람들의 “회색” 세상도 어느정도 생기가 넘칩니다. 영화에서 진짜 [그리고 가장] 시체처럼 보이는 건 역시 빅터죠. 빅토리아는 오히려 용감한 여성으로, 꽤나 단단하고 강단있는 성격입니다. 뭐랄까, 이 두 사람은 말로는 “사랑”이라고 하지만, 제가 보기엔 “안정” 혹은 “도피처”를 찾고 싶어하는 완벽한 파트너던걸요. 암울한 현실과 어수선한 환상 사이에 존재하는 안정된 현실. 부부라기보다는 ‘남매’의 느낌.

그리고 묘하게도, 전 거미들의 바느질 장면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기저기 해지고 찢어진 옷을 꿰매고 고치는 과정이 정말로 이상하게도…좋았어요. 아주 흔한 컨셉에 그리 중요한 부분도 아닌데도.

덧. 나니아 연대기 예고편을 틀어주더군요.
이렇게 마음에 드는 예고편을 만난게 이얼마만입니까!!!! 가슴이 벅차서 말도 안나오더이다. 아이고오, 아슬란, 왜 이리 멋지대요!!!!! ㅠ.ㅠ 전쟁 장면, 너무나도 기대됩니다. 으아으아으아, 진짜 최고에요.

유령 신부”에 대한 7개의 생각

  1. 마스터

    문득 본문을 보다가 리 영감님 주연으로 사보나롤라가 영화화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카톨릭 공식 세뇌영화로 전세계에 보급될지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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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willowtea

    아아니, 나니아를 틀어줬군요! 어느 영화관에서 보셨나요? 전 5분 늦는 바람에 예고편을 놓쳤거든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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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lukesky

    zelu/ 팀 아저씨가 리 씨를 놓아줄 생각을 안하는군요. ^^*
    작은울림/ 으으, 목소리가 정말 ……훌륭해요!!!! ㅜ.ㅜ
    마스터/ 사보나롤라가 누군지 몰라 찾아봤습니다. 으하하하하! 충분히 세뇌됩니다. ㅠ.ㅠ
    willowtea/ 신촌 아트레온에서 봤습니다. 으아, 정말 기대감을 1000퍼센트 충족시키는 예고편이던데요.
    天照帝 / 헉, 신주쿠! 혹시 일본도 저희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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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天照帝

    12월 언제쯤인가 개봉한다던 것 같습니다. 마침 연인들 두번째 보러 갔더니 조이시네마에서 예고편을 틀어 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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