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걸음걸이가 상당히 빠른 편이다.
아마도 하나를 생각하고 있을 때는 시야가 완전히 블랙아웃 되어 주변의 다른 신호를 못받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하튼, 그런 까닭에 생각없이 걷고 있다보면 저 앞에 가고 있던 사람들이 어느새 내 뒤로 쳐져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물론, 거리를 걸어다니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에도 걸음걸이가 빠른 인간들이 있는데, 내 속도와는 참으로 미묘한 수준으로 차이가 나는지라 걸으면 걸을수록 조금씩 조금씩 거리가 좁혀져 결국은 내가 추월을 하게 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완전히 뒤쳐지지는 않는 사람들이다.
재미있는 건,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 비해 걸음걸이가 빠른 사람들은 내가 추월을 하여 자신이 약간 밀려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걸음의 속도를 순간적으로 높혀서[남성들의 경우] 혹은 종종걸음으로 뛰다시피하여[여성들의 경우] 다시 나를 앞지른다는 점이다. -_-;;;; 하지만 결국 내 앞에서 한 세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다시 예전의 속도로 돌아가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나는 다시 그 사람의 앞으로 나가게 된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던 예전에야, 이 짓을 한 세번쯤 되풀이했지만[나 역시 묘한 오기가 생겨서], 요즘에는 그냥 포기하고 그 사람들이 앞으로 치고나오면 되려 속도를 줄여버린다. 그래야 이 기묘한 경쟁의식을 아예 떨쳐버릴 수 있고, 아무 생각 없이 걸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도대체 어느 부분이 경쟁의식을 일으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오늘 아침에는 여성이었지만, 열에 아홉은 보통 남성들이다. [음, 확실히 여자 치고는 걸음걸이가 빠른 편이라. -_-;;] 나라면 모르는 사람이 내 뒤에서 비슷한 속도로 걷고 있다면 차라리 내가 속도를 줄이고 그 사람을 앞으로 보내는 쪽을 선호하겠는데 말이다[등뒤에 서지 마!!]. 게다가, 뛰어서까지 내 앞을 걷고 싶었다면 적어도 그 상황을 유지할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왜 내 앞에 나서고 나면 다시 예전 속도로 돌아가는 거지? 아까도 한참 뒤에 있는 내가 따라잡았는데, 그 정도라면 당연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_-;;; 단지 “앞장”을 서고 싶었던 걸까나. 그러니까, 왜????
여하튼, 내가 스치고 지나간 다음, 잠시 후 구둣발을 콩콩거리며 뛰어와 노골적으로 내 앞에 정면으로 떡 하니 걸어가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참으로 묘한 기분을 느낀다. 이런 것에서까지 앞서면 기분이 좋은 걸까나, 하고. 아마 지하철에서 정류장이 가까워질 때마다 문 앞에 서서 누가 먼저 내리는가 하는, 아침마다 목격하는 묘한 신경전도 이런 심리에서 기인한 걸지도 모른다. 하아, 정말이지,…..똑같구나.
남자의 생존본능입니다(….)
레이싱과 비슷한 것이죠;
어쩐지 길가던사람1과 길가던사람2가 무지하게 귀엽게 느껴집니다. 와하하.
저는 그냥 앞으로 보내는 편이예요.(애초에 신경도 잘 쓰지 않지만;)
생존본능이랄까, 남자들 차 모는 것 보면… 그렇죠. ^^
저도 느리게 걷는 편은 아닌데. 여자들은 추월해도 그렇게 악착같이 안 따라오는데
남자들은 이상하게 기를 쓰고 따라오고 그러더라고요;;;;
차타고 가다보며는, 좀 급해서 이리저리 추월해서 가다보면 꼭 기를써서 뒤따라와서 앞장서는 운전자들이 있더라구요.
인간이란 건 참 이상해요.
난 모르는 사람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데…나도 걸음이 빠른 편이라…
그런데, 친구들과 같이 가다 종종 뒤에서 부르는 소리를 듣지 않던?
"언니! 그 길이 아니예요!";;;;;(우리 언젠가 경험하지 않았던가?;;)
많은 사람들이 바로 자기 앞에서 무언가 기회가 사라져 버리는 경험을 하게 되죠.
선착순 입장, 뛰어갔지만 바로 앞에서 문이 닫혀 버리는 지하철, 다 앉았는데 나 홀로 서서 가게 되는 암울한 경험… 그러한 경험들이 "단 한 명"의 경쟁자를 뿌리치려는 본능을 불러 일으키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저도 걸음은 빠른 편인데…길을 몰라요. on_
전 무조건 느리게 걸어요. (지하철이 가득 찬다면 아예 먼저 보내버리고 맨 앞에서 기다리는 편을..)
일레갈, 렉스/ 뭐, 뭔가…두 분은 저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계신 것 같군요! 생존본능…입니까? ㅠ.ㅠ
yu_k/ 저도 대개는 그냥 보냅니다만, 가끔씩 화르륵 불타오르는 사람들을 보면 제 삐딱한 성격이 발동되어버려서…..-_-;;
해명태자/ 거 참 묘하지? -_-;;;;; 어쩌면 내가 여자라서 더 그런 걸지도.
ㅁAㅁ/ 헉, 그건 좀 위험해 보이는데요. 앞차를 기쓰고 따라가려는 차라니….으음, 참 사소한 것에 흥분한다니가요.
세류/ 전 그래도 옆사람이 같이 느리면 맞춰주는 스타일인데요. 간혹 아침에 지하철역에서부터 내내 뒤에서 절 따라온 회사 동료가 "언니의 뒷모습이 걸어도 걸어도 멀어져만 가는 신기루같았어요."라고 하기는 했습니다만.
電腦人間 / 음, 저야 이런 데서마저 경쟁의식이라니, 참 세상 힘들게 사네…..라는 심정입니다만. 뭐, 그럴 수도 있겠군요.
zelu/ 훗, 전 중학교 때 학원 건물 안에서 길을 잃어버렸다지요. 아직까지 전설로 남아있습니다. ㅠ.ㅠ
금숲/ 저도 그런 지하철은 일부러 보냅니다. ^^*
저는 웬만해서는 느긋하게 걷습니다만 ,
오르는 계단만 보면 두세개씩 성큼 성큼 올라가야 직성이 풀리더랍니다요…;;;
저도 걸음이 빠른 편이에요. 보폭도 넓고. 둔해서인지, 경쟁심을 갖고 우다다다 달려오는 남자분들은 보지 못 했지만=_=; 열심히 쫓아오는 강아지 한 마리는 있었습니다. 그 개는… 뭐였을까요 ㅜ.ㅜ
저는 걸음이 느립니다. 남들 속도 따라 가라면 금방 ‘헥헥’거리지요. (딱 한번 저보다 걸음 느린 사람을 만나봤어요.) 실은 행동 자체가 선천적으로 느려터져서 손해 보고 살 때가 많습니다.
아마 생존본능 + 사회적인 교육[빨리 빨리 무조건 이겨라!!!] + 승자의 자만이 한데 섞인게 아닐까요.
사람이 걷는 속도란게 다 다른게 분명한데 자기보다 빠른 사람이 있는건 당연한건데 그걸 인정 못하는 불쌍한 족속들이죠.
전 걸음은 느려도 보폭이 긴데다 생긴것 덕분에 사람들이 알아서 비켜나는지라 -ㅅ-;;;
작은울림/ 헉, 저는 계단을 보면 우선 숨을 고르고 일부러 천천히 올라가는데요. ^^* 튼튼하시군요.
kyle/ 그 강아지는 카일님을 숭배하는…..[퍽!!!!]
eponine77/ 걸음이 느리던 제 후배 하나는 시간이 좀 지나니 그나마 속도가 조금 빨라지더군요. ^^*
돌균/ …….거, 참………신기하다니까.
우하하하하, 맞아, 자네는 정말 육중하게 움직이니까!
내 앞으로 가는건 절대 볼수 없다는 그런거겠죠
예전에 환승구간의 계단 내려갈때, 뛰어가듯내려가는데, 앞쪽에서 그러면, 몇초안되서 지하철도 안오는데, 뒤에사람들도 뛰기 시작한다더라는;;
대게 저는 누나처럼 추월하는 쪽입니다만, 누구도 역추월은 못 하더군요. 아니, 누가 했더라도 제가 신경을 안 쓰고 있어서 못 알아차린 것이겠지요. ^^;;; 조금 신경 써서 다녀보면 재미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하하.
* 저는 걸음이 다소 빠른 대신 엥간해선 뛰지 않지요.;;
저는 밤중에만 앞에 걷는 여자분들을 앞지르려고 애쓰는데, 뒤에서 다가오는 발소리가 은근히 무섭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 무서운 사람으로 여겨지는 건 싫거든요.
저도 걸음이 꽤 잰 편이에요. 그런데 저랑 비슷한 속도의 분이 제 쪼금 앞을 걷다 보면..
그 분이 계속 시야에 찹니다. 꼭 눈 옆에 밥풀 묻은 것 같이요.(비유가 좀…;) 그게 성가십니다!
그래서 저도 시야에서 떨궈내려고 속도를 높이곤 하지요. 그리고 상대방은 일정거리 뒤에서 같은 발소리가 계속 들려오는 게 성가셔서 또한 같은 행동을 취하는 게 아닐까요…
엄청나게 공감하는 글입니다. 특히 저는-키도 작은게 종종걸음으로 빠르기 때문에..남자들이 기를 쓰고 역전시켜요. 좀 심하다 싶을 때가 많습니다..(거의 매일 아침 겪는) 실제로 아는 오빠 한분이, "네가 두다다다 가는 거 보고 내가 빨리 걸어서 휙 먼저 갔지. 내가 도서관에서 유유히 나오니까 네가 헉헉대며 도착하는 걸 보고 어쩐지 통쾌하더라."라고 하시더라구요.-3- 조그만 여자애가 자기 앞에 가는 걸 두고 못 보는 사람-실제로 남자들-이 꽤 많아요. 덕분에 피곤합니다; 왜 이상한 데 승부욕을-_-
어어, 저도 사실 걸음이 꽤 빠른 편인데 여태까진 전혀 의식 못했어요. 분명 몇번정도는 있었을 법한 일인데. 이제 이 글을 보고 말았으니 은근히 신경쓰게 되겠는데요! 🙂
앞서려고 한다기보다 ‘뒤처지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런 문제는 남자 쪽이 좀 더 민감하죠.
THX1138/ 강박관념이에요, 강박관념. ㅠ.ㅠ
해색주/ 아, 그건 혹시 빨간불인데도 횡단보도를 걷기 시작하면 다들 따라오는거랑 비슷한 거 아냐?
이프/ 음, 그대도 빠르긴 해, 확실히. -_-;;
세이트/ 저도 그런 경우에는 일부러 걸음을 늦춰서 뒷사람이 먼저 지나가게 합니다. 세이트 님 멋지시군요. ^^*
지그문트/ 눈옆에 밥풀!!!! 아니, 그런 탁월한 비유가…ㅠ.ㅠ 하기야, 발소리가 계속 따라오면 정말 신경이 쓰여요. 뭐랄까, 왠지 그 박자에 맞춰 걸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AMAGIN/ 아니, 그런 황당한 선배라니!!!! 너무하는걸요. –;;;;; 저 같은 경우는 작은 편이긴 한데, 주변의 남자아이들은 대개 감탄했던거 같아요. 걸을 때 자기들이 신경써줄 필요 없어서 편하다고. -_-;;;
willowtea/ 아니, 굳이 신경 안쓰셔도….됩니다만.
rumic71/ 하지만 나란히 걸을 수는 없…[퍽!]
저도 빠른 편인데 요즘은 느릿 느릿~
본인은 원래 당신과 함께 걷다 지쳐 나가떨어지는 종류의 인간이오만…
지금은 뚱땡이가 되어 더더욱 느려지니 아마 같이 걸을수조차 없을게요.
Nariel/ 저도 시간이 남아돌때는 천천히 ^^*
풀팅/ 어, 그래서 사람들이 불평도 많이 했지. –;;
핑백: 잠보니스틱스
전 느리게 걷는게 너무 좋은데…
참, 잠본이님의 블로그를 통해 들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