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는 새우 파티 ^^*

고백 하나 해야겠습니다.
혹시나 지난번에 제가 집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것은 절대 하지 않겠다 다짐했던 것, 기억하십니까?
예, 우선 맹세를 깨뜨리게 되어 저 자신에게 심히 유감임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이번 한번만은 진짜 유혹에 넘어갈 수 밖에 없었어요!!!!

새우를 사왔거든요. -_-;;;;;

퇴근하는 길, 아파트 입구에서 이전에 한번 나타난 이후 줄곧 종적을 감췄던 새우 트럭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종이 판자에는 여전히 같은 글귀가 쓰여 있었지요. “30마리 만원.” 그리고 제 지갑 안에는 딱 만 삼천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안그래도 친구들과의 서해안 여행 계획이 무너진데다, 오늘 회사 동료가 주말에 조개구이를 먹으러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차라, 한 5초 정도 고민을 하다가 30마리를 사 왔습니다. ^^*
[하지만 아무래도 다 먹을 순 없을 것 같아 동거하는 사촌동생한테 – 요즘 미친듯이 야근을 하고 있는 – 빨리 들어오라고 연락해두었어요. 녀석이 늦게 들어오면…또 모르죠. -_-;;; 과연 녀석들이 남아있을지.]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설거지를 하고 본격적으로 조리에 착수! 새우가 상당히 커다란 편이라 소금구이를 하기로 했습니다….만은 집에 소금이……쿨럭. 에에, 굵은 소금이 없더군요. 그래도 맛소금이 아니라 고운 “구운소금”이 있길래 그 녀석을 사용하기로 했어요.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지요. “술이 필요해………-_-;;;” 지난번에 결심한 게 있어서 잠시 망설였습니다만, 이번 한번만큼은, 그냥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는 셈 치고 가게로 달려갔습니다. 산사춘이나 KGB에서 잠시 갈등했지만, 돈이 부족한 고로 그냥 맥주 한캔으로 만족하기로 했죠

그런데……한 손에 맥주를 들고, 추리닝을 입고, 슬리퍼를 끌며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제 모습이 참….뭐랄까….완전히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더이다. 거의 완벽하지 않습니까? [안그래도 요즘 친구들에게 “아줌마”도 아니고 “아저씨”소리를 듣고 있는데…..] 만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어쩌다 손에 들어온 술안주에 좋아 날뛰며 가게로 달려가 술을 조달해오는 배나온 중년아저씨 기분입니다.

여하튼, 이제 막 예쁘장한 귤색으로 변한 새우 열 다섯마리와 맥주 하나를 제 앞에 놓고 글을 쓰는 중입니다. 아주 옛날 옛적에 어머니가 가져다 주신, 바닥까지 탈탈 털어 마련한 초장 한 종지와 더불어 말이죠. 카메라가 있으면 정말 좋을텐데. ^^*

그럼, 잘 먹겠습니다. 꾸벅.

덧. 으아, 이 새우 진짜 탱탱하군요!!!

혼자 여는 새우 파티 ^^*”에 대한 26개의 생각

  1. misha

    새우새우새우새우새우ㅠ_ㅜ 루크 님 바로 옆집에 살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ㅠ_ㅜ (맥주도 조달해드렸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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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ludy

    새우에 맥주 맛있죠…;ㅅ;
    그래도 전 어제 기네스에 수제 소시지를 먹어서 염장이 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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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지그문트

    사진이 없어도 이렇게 염장에 후달릴 수 있다니, 글솜씨 좋으십니다. ㅠ.ㅜ
    맛있게 드세요~ 에구, 우리 동네에는 그런 트럭 안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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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HX1138

    저도 어제 올케언니가 전에 가지고 온 새우(라고 하기엔 겁나게 큰)를 먹었는데 맛있더군요 초고추장에 찍어먹었는데 맥주 생각 나던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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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하늘이

    쩝…나도 오늘 맥주를 마셨는데…그래도 넌 뿌듯하기라도 했겠다. 나머지 열다섯 마리는 냉동해놔라..겨울에 올라가서 먹을테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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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작은울림

    어허억!!! 왕새우~ 대하~….부럽습니다…
    어째 부산에서 수산물 장사하는 친구놈은 죄다 고등어, 꽁치만
    취급을 하니 집에서 요리해서 먹고 싶어도 쉽게 손이 가질 않더군요.ㅜ,ㅜ;;;;
    루크스카이님 글을 보고 저도 결심했습니다..
    이번 주말에 할인마트에 장보러 가서 큰맘먹고 새우를 지르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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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글곰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부럽습니다 정말. 저 새우 엄청나게 좋아하거든요.ㅠㅠ
    그런 멋진 안주가 있으면, 과감히 혼자라도 술잔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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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電腦人間

    새벽에, 친구와 둘이서 먹었던 대합탕.
    너무 맛있어서 술은 거들떠도 안보고 한 냄비 뚝딱 먹어치워 버렸죠.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어. "그래도 안주 하나에 소주 한 병은 비워야지"라며 예의상 마셔주는 소주. =_=
    너무나 아쉬워 한 냄비 더 시켰는데, 주방 아줌마가 맛있다는 칭찬에 긴장을 했을까요. 아니면, 딱 그 한 냄비가 우연히도 마치맞게 그런 맛이 났을까요.
    처음의 맛이 아니더라구요. 아쉬워.
    단돈 만원에 두 명이서 잠시 잠깐 천국의 기분을 만끽했습니다.
    그래서 염장에 당하지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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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eljin

    새, 새, 새우.. ㅜ_ㅜ….. 먹고 싶어요오오오오우오오.
    (전 술은 잘 못 마셔서 그냥 먹겠지만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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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lukesky

    비밀글/ 댓글 남겼습니다!! 자리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11월, 대망의 그날 뵙겠습니다. ^^*
    우유차/ ….볼살이면 그래도 낫지. -_-;;;
    냉혈한/ 으으, 아침에 일어나니 입안이 온통 짭짤해요….ㅠ.ㅠ
    misha/ 크흑, 서울로 올라오세요!! 미샤님이 옆집 사시면 평소에 맛난 것도 많이 얻어먹을 수 있을텐데…..-_-a
    ludy/ 허억, 수제소시지….ㅠ.ㅠ 끄으, 요즘 계속 동물성이 끌리는군요.
    zelu/ 사촌이 와서 두 개를 더 먹었어요. 밤 12시에. -_-;;; 그리고 냉장고에는 아직 다섯마리가 남아있습니다. ^^*
    지그문트/ 사실 저런 트럭에서 해물 종류를 사본건 처음이라 조금 불안하기도 했습니다만…^^
    ㅁAㅁ/ …수제 햄??? 혹시 직접 만드신 건 아니겠죠?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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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lukesky

    THX1138/ 그게 바로 제가 슬리퍼 끌고 맥주를 사러나간 이유라지요.
    우유커피/ 헤헷 ^^*
    하늘이/ 미안, 오늘 나머지를 다 먹어치울 작정인걸. -_-;;
    작은울림/ 그럴 때 정말 아쉽죠. >.< 주말에 꼭 지르시고 맛있게 드셔요.
    글곰/ 그렇죠? 역시 좋은 안주가 생기면 술이 고픈 법이라….ㅠ.ㅠ [그건 그렇고 오늘은 밥을 해야할텐데….]
    電腦人間 / 으아, 저도 대합탕 무지 좋아합니다!!! 그러고보니 홍합탕도 먹고싶군요…오랜만에 요리나 해볼까요, 으흑.
    eljin/ 그런데 새우가 있으니 맥주도 술술 넘어가더라구요. 술이 부족할 지경이었어요.
    rumic71/ 요즘 철이잖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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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하늘이

    lukesky // 수제 햄은 아마 목우촌서 나온 그물에 담긴 햄을 말할걸. 6500원이던가…그게 국산 햄중에선 제일 맛있지. 썰어서 그냥 먹어도 되고 구워먹어도 되고, 샌드위치 해먹어도 되는…고기가 그대로 씹히는 그 맛이란…+_+ 나도 냉장고 속에 하나 넣어놓고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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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Deirdre

    1.원래 맹세는 깨라고 있는 거고 약속은 어기라고 있는 것이며, 계약은 파기하라고 있는 것……. 아니던가요?
    2. 귀찮게 소금구이 하지 말고 그냥 아무 양념 하지 말고 전자레인지에 한 2,3분 돌려도 똑같은 맛이 나면서 설겆이는 더 쉬워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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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풀팅

    소금구이와 맥주라면 그건 아저씨가 아니라 럭셔리라고 본다.
    그리고 요즘 아저씨라 불리고 있다는 거야?;; 미소년에서 추락한것이냐-_- 그래도 나만은 꿋꿋이 너를 미소년으로 믿어주마. 감사해다오.

    응답
  15. lukesky

    하늘이/ 좋겠군. 쳇
    電腦人間 / 아, 아니 대합탕을 해먹겠다는 건 아닙니다. 제가 할수 있는 건 기껏해야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인데요. ㅠ.ㅠ
    석원군/ 헉, 다음번에 그것도 시도해봐야…[퍽!]
    eponine77/ .>.< 옙
    Deirdre/ 하지만 너무 자주 깨먹으면 스스로 좌절하게 된다고.
    아, 전자렌지가 있었군. 그러고보니 전자렌지가 집에 들어온지 얼마 안되서, 잘 써먹지도 않는데…..알려주어 고맙소.
    풀팅/ 럭셔리지만 아저씨 맞지. 그리고 부탁인데, 미소년 이야기는 그만하지 않으련?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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