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빈대떡

저는 미식가가 아닙니다. 되라고 해도 못될 겁니다.
저는 대개의 평범한 음식들을 맛나게 먹을 수 있고, 이왕이면 맛난게 좋긴 하지만 굳이 맛난 걸 찾아다니며 먹지도 않고[귀찮아하고 -_-;;] 친구들이 맛없다는 음식을 제가 맛나게 먹는 편이, 제가 불평을 하고 친구들이 잘먹는 경우보다 훨씬 많습니다. 물론, 정말 취향에 안맞는 녀석들은 불평하기도 하고, 깨작거리다 말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배를 채우고 보는 성격이죠.

오늘 광화문 뒷골목에 있는 “열차집”이라는 빈대떡 집에 다녀왔습니다. 비가 온다는 이유로[젠장!] 사장님이 빈대떡을 먹어야 한다며 사람들을 몰고 갔지요. 한 4~50년 된, 무척 유명한 집이라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너무나도 사람이 많아 [원래 목적지는 홍대 앞에 있는 종로빈대떡이었지만 거기도 자리가 없어 광화문까지 갔는데] 옆쪽에 있는 다른 집에 들어갔더랬습니다. 거기서 나온 빈대떡을 처음 봤을 때, 제 반응은, “감자전인가?” 였습니다. 제가 아는 빈대떡의 모습이 아니었거든요. 마치 인사동에서 파는 옥수수호떡을 크게 불려놓은 듯 생긴데다, 위에 돼지고기가 몇 점 올려져 있을 뿐, 야채도 뭣도 아무것도 없어서, 아무리 봐도 감자전으로박에 안보이더이다. 더욱 최악은 맛 역시 마찬가지였다는 겁니다. ….감자를 갈아 만든건지, 녹두를 갈아 만든건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건지…..-_-;;;;

그래서 결국, 사장님은 30분만에 다시 열차집에 가서 진짜 빈대떡을 먹자는 제안을 내놓으셨습니다. 귀찮긴 했지만, 기대를 안했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죠. 무지막지 유명하다는데, 궁금하잖아요? 비는 주륵주륵 내리지, 귀는 시끄럽지, 간신히 네 사람 자리에 여섯사람이 끼어 앉아, 빈대떡과 두부를 시켜놓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술잔을 기울였지요.

그런데…………
대망의 빈대떡이라고 나온 녀석이, 글쎄 아까 그 녀석과 똑같이 생겨먹은 겁니다!! -_-;;;;;;;
거기다 맛도 비슷했어요. 차이가 있다면 녹두 맛이 그나마 조금 진하다는 거? [확실히 질감도 조금 더 고슬고슬]
하지만 고기와 야채는????
……..이건 빈대떡이 아니에요……….ㅠ.ㅠ

빈대―떡[명사] : 녹두를 갈아 나물이나 고기 같은 것을 섞어서 전병처럼 부쳐 만든 음식. 녹두전병.
– 엠파스 국어사전

대체 이 집은 왜 유명한 겁니까? -_-;;; 혹시 오랫동안 장사를 하다가 중간에 주인이 바뀌었다든가? 아니면, 서울에서, 혹은 다른 지역에서는 저런 빈대떡을 먹나요? 아니면 광화문 근처에서만?
바글바글한 손님들한테 “이건 빈대떡이 아니야!!”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엄마가 부쳐주신 빈대떡을 먹고 싶어요.야채도 듬뿍, 고기도 듬뿍, 버섯도 듬뿍. 100퍼센트 녹두만 갈아서 만든 녀석을. 물론 밖에서 파는 게 집에서 먹는 녀석과는 똑같으리라 기대하지 않지만, 적어도 생긴건 좀 비슷해야 할거 아닙니까. 어째서 빈대떡이 “튀김”이 되어 있는거죠? ㅠ.ㅠ 끄응. 그래도 예전에 학교 앞 주점 빈대떡은 괜찮았던거 같은데[빈대떡 같았는데 -_-;;]. 역시 유명하다는 가게를 맹신하면 안 됩니다. -_-;;;

덧. 서울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가끔씩 음식점에 보이는 “녹두빈대떡”이라 쓰인 메뉴였습니다.
“빈대떡” 자체가 녹두로 만든 음식이거늘…..얼마나 진짜 녹두를 안 쓰면 저럴까나, 하고 말이죠. 어쩌면 앞으로는 “두부”를 “콩 두부”라고 쓰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덧 2. 결국 내일 출근 결정. 쳇. ㅠ.ㅠ

광화문 빈대떡”에 대한 11개의 생각

  1. 하늘이

    1. 훗..요즘 유행하는 바로 그넘을 먹었구나. 넓이는 무지 넓고 두께 두꺼운 빈대떡 아니디? 색깔은 좀 붉은 기가 돌고…아마 부산쪽 어디서 시작된 걸로 아는데 서울도 그런 식 빈대떡 먹은지 꽤 됐을걸?
    2. 무늬만 주 5일 대략 좋지않다. -ㅅ-;;
    3.나도 주 5일 했으면…-_-;;
    4. 방학을 제대로 챙겨먹는 교사는 그리 많지 않단다…얘야…-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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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작은울림

    빈대떡이란게 돈 없는 일반 서민들이 먹던 음식 아니겠습니까…

    녹두 갈아서 돼지고기 몇조각 넣고 김치나 야채는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넣던가 말던가 해서 집에서 부쳐먹는것..
    특별한 기술이나 재료도 필요없고, 별난 맛을 기대할 필요도 없는
    서민들의 가정 음식 …그게 원조라고 하더군요.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이~ 라는 빈대떡 신사의
    가사가 그런 의미라고 봅니다.

    빈대떡이란 어르신들에게는 가난해도 행복했던 시절을 되새기는
    추억의 음식이요 , 우리 세대에는 막걸리랑 잘 어울리는 담백한
    안주랄까요…;;;

    비슷한 음식으로는 감자전, 옥수수떡, 장떡, 김치전, 파전이
    있고 모두 둘 이상의 재료는 안들어가는걸로 압니다.

    요즘 세상에야 그런 단순한 부치게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서
    만들어 팔지만…원래가 서민들의 음식이란걸 생각해보면
    세상이 참 좋아진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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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작은울림

    비오는 날에 빈대떡이란 말도 …
    옛날에는 비가 오면 일을 못 나갔으니 집에 모여 앉아
    간단한 빈대떡, 김치전을 부쳐먹는다는데서 유래한걸로 압니다.

    좋게 말해서 담백한 , 나쁘게 말해서 밍밍한 맛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맛은 아닐수도 있죠.

    부산은 동래 파전이 유명합니다.
    사실 경상도 부산쪽에서는 녹두로 만든 빈대떡은 잘 볼 수 없죠.
    부산 남포동에서 국제 시장쪽으로 가는 골목에 종로 빈대떡집이
    유명합니다만 그곳을 포함하더라도 빈대떡을 파는 집은 몇군데
    되질 않죠.

    ————————-

    그나저나 비 주룩 주룩 내리는 날…
    사장님의 말씀에 반강제(?)로 끌려가서 북적거리는 곳에서
    한참동안 기다린 끝에 나온 음식이 고정도라면 도저히
    맛나게 먹을 기분이 아니셨을겁니다.

    비오는 날에는 사람들 많이 몰려 있는 곳 보다는
    좀 조용한 곳에서 모여 앉아 있으면 뭘 먹어도 맛있었을텐데
    말입니다. ^^

    응답
  4. lukesky

    하늘이/ 아니, 크지는 않았는걸, 두껍기는 했지만, 붉은색도 아냐. 돼지고기 같은 경우는 갈지 않고 위에 그냥 덩어리 몇개를 얹어놓은게 신기했어. -_-;;
    그래도 방학이 있는게 어댜. 유급아냐, 유급?
    ㅁAㅁ/ 엥, 그래요??
    작은울림/ 아니, 서민의 음식이라는 건 이해하는데요. 아예 형태 자체가 다르니 적응이 안되더라는 겁니다. 전이 아니라 거의 튀김이었다니까요. -_-;;; 거기다 빈대떡에 녹두가 거의 안들어가다니 그건 빈대떡이 아니잖아요. ㅠ.ㅠ 감자전, 파전, 옥수수떡, 장떡 같은 건 생긴거랑 맛을 구분하는데 이녀석은 뭔가 익숙치 않았습니다, 여하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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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사과주스

    음..맛집!이라고 해서 기대하고 갔다가 피본 경우가 꽤 돼서 새로 개척하기가 참 어렵더라구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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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lukesky

    電腦人間 / 아아, 저도 배고픕니다.
    사과주스/ 역시 소문이란…ㅠ.ㅠ
    Mushroomy/ 흐으,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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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풀팅

    그냥 종로빈대떡에서 파는 게 젤 무난한것 같다. 할려니 뼛골 빠지더라…고사리, 돼지고기, 김치, 숙주를 듬뿍 넣고 샤샤삭~!!!!
    (희한하게 집마다 약간씩 또 조리법이 틀리데…)

    mushroom // 전 직접 봤습니다. 찹쌀 모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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