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빵 이야기

개인적으로 그다지 빵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서양식 음식을 꽤나 즐기는 편이지만, 역시 빵보다는 밥이 낫고, 빵보다는 차라리 떡이 낫죠. 그런데 사실은 추석에 집에 내려가서 어머니가 해 주신 밥을 내리 먹다가 무심코 “너무 밥만 먹어서인지 빵이 먹고 싶어”라고 말했다가 혼났습니다. 쿨럭.

생각보다 상당히 억울했나봐요. 어젯밤 내내 빵과 관련된 꿈을 꿨으니까요. 비록 엔딩은 안타까웠지만.

저는 친구 하나와 함께 고양이 족의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습니다. 회의 도중에 맛난 식사가 제공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저와 친구는 인간이고, 따라서 회의 참가 자격이 없기에 정체를 들키면 당장 쫒겨날 상황이었지요. 한참 회의가 진행되는 도중, 먼저 점심 식사가 제공되었습니다. 다섯 가지쯤 되는 메뉴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거였는데, 제가 뭘 골랐는지 아십니까? 팥죽 색깔의 “해물 자장밥”이었습니다. -_-;;; 아니, 전 자장면은 좋아하지만 자장밥은 싫어하거덜랑요. 그런데 왜 하필 그걸 골랐는지는 잠에서 깨고 한나절이 지난 지금도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거기다 왜 색깔은 팥죽 색????] 여하튼 팥죽색 소스 사이 삐져나온 오징어 다리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박혀있는 걸로 보아, 아마 “해물”이라는 소리에 넘어갔나 봅니다.

두시간쯤 후에, 간식으로 빵이 제공되었습니다. 그게 얼마나 맛나보였는지 모르실 겁니다. 빵은 두가지 종류로 하나는 소보루 안에 초컬릿 크림과 생크림이 번갈아가며 이중으로 덮여있는 녀석이었고, 다른 한 녀석은 초콜릿 빵에, 묘하게도 초혹색의 메론 크림과 생크림이 역시 번갈아가며 덮여있는 녀석이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빵은 달콤한 녀석보다는 담백한 녀석을, 크림이 들어있는 녀석보다는 치즈나, 과일, 차라리 아무것도 안박혀 있는 놈을 좋아합니다. 거기다 메론 빵은 일본 만화에서밖에 안 봤다고요……..인데, 군침이 질질 흐를 정도로 예쁘고 탐스러워 보이는 겁니다아. 왠지 모르지만, 이걸 여기서 먹으면 얄짤없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와 저는 정말로 조심스레, 냅킨을 꺼내 빵을 두개씩 싸기 시작했습니다.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빵 싸는 데만 한 시간쯤 걸린 것 같아요. 그리고 발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회의장을 빠져나온 저희들은 한쪽이 막힌 복도 구석, 쓰레기통 옆에[왜 하필????] 쪼그리고 앉아, 행복한 기분으로 가슴팍에 고이 간직해둔 빵을 꺼냈습니다. 어느 놈을 먼저 먹을까 다시 한시간쯤 고민했는데, 막 초컬릿 크림을 골라서 입 속에 넣으려는 순간!!!!

빌어먹을, 집 전화가 울린 겁니다. -_-;;;;;;; 네, 미친듯이 발광하다가 일어나서 받았습니다. ㅠ.ㅠ 받고 나서 후회했습니다. 하루종일 눈 앞에 그 맛난 빵이 어른 거려서…….-_-;;; 왜 그런 이른 시간에 집에 전화를 하는 거냐구요오. “집에 없으니 그럼 핸드폰으로 해보지요.”라니, 진작에 핸드폰으로 거셨으면 얼마나 좋습니까!! 제가 불쌍하지도 않나요!!! ㅠ.ㅠ

그래서 결국은 퇴근하는 길에 새로 생긴 파리 바게뜨에 들러 빵 세 개를 사왔습니다.
치즈 파니니 하나, 마늘 스틱 하나, 그리고 둥근 치즈야채빵. 크림빵을 사볼까도 생각했지만, 역시 꿈과 현실은 다른 거니까요.

아아, 치즈 파니니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녀석입니다. 치즈와 양파와 햄, 그리고 부드러운 반죽이라니, 훌륭합니다….만은, 치즈가 너무 적어요. 쳇. 양파맛은 좋은데 치즈 향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 녀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비싸다는 거지요. 크기에 비해, 무지막지. ㅠ.ㅠ

마늘 스틱 역시 평소에 애용하는 녀석입니다. 에전에는 마늘빵을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이상하게 마늘빵들이 다들 러스크처럼 딱딱하고 바삭바삭하게 나오더라구요. 부드러운[질긴? ^^*] 바게뜨의 맛을 살려달라구요. ㅠ.ㅠ 마늘 스틱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세 개쯤 먹다보면 혀가 헌다는 거지요……쿨럭.

마지막으로 둥그렇고 조그마한 치즈채빵은, 300원으로,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높습니다. 세 개 정도와 요구르트나 주스 하나를 사면 완벽한 식사 대용이 되거든요.

그건 그렇고, 꿈에 그리던 빵을 먹어서 좋긴 한데…..치즈 파니니 하나를 먹으니 벌써 배가 부릅니다. -_-;;;;
나머지 두 개도 오늘 밤안에 해치우지 않으면 영원히 먹지 않을 가능성이 크니, 어떻게든 배를 꺼뜨려야……
하긴, 빵을 먹을 때는 항상 이게 문제죠, 쳇.

……………..김치 먹고 싶어요. ㅠ.ㅠ

덧. 빌어먹을, 시험삼아 마늘 스틱을 깨물어봤는데, 이렇게 맛없는 마늘 스틱은 처음 먹어봅니다. 마늘 맛이 하나도 안나다니, 이게 뭐야!!!!!! 파리 바게뜨가 생기기 전 예전 “라이스 미”의 마늘 스틱을 돌려줘!!! 엉엉엉, 거기건 바게뜨도 부드럽고 마늘맛도 강력했건만, 대체 이 바늘버터와 바게뜨를 가장한 흉칙스런 물건은 뭐란 말이냐아!!!! ㅠ.ㅠ

빵빵빵 이야기”에 대한 22개의 생각

  1. Nariel

    오.. 저와 빵 취향이 같으시군요. ^^ 담백하고 덜 단것.
    근데 빠리 바게뜨의 빵은 별로 안 좋아해요. 빵은 역시 미고가..
    케익은 미고와 한스가;;

    응답
  2. 체셔

    저도 단건 싫어해요.최근 뚜레쥬르 빵들이 맛있던데(달거나 기름진 것 말구요)좀 비싸긴 해요.특히 요거트 소보루를 추천합니다! 냉장고에 잠시 뒀다 먹으면 최고!

    응답
  3. 작은울림

    저는 빵 중에 빵은 훈련소에서 먹던 건빵을 꼽고 싶습니다.
    이불 속에서 몰래 꺼내 한알 한알 음미하던 맛이 최고였습죠..^^

    응답
  4. 電腦人間

    우어어~ 맛있겠어요.

    전 요즘 야채샌드위치를 애용하고 있지요.
    보리빵-주인한테서 듣기 전에는 호밀인줄 알았어요-에 양상치에 토마토를 가득 넣고 한 입 베어 물면… ㅠ_ㅠ 배고파요~~~

    전 어릴 때부터 빵을 무척 좋아했지만 다이어트를 시작하고선 많이 줄였지요. 내일은 아침으로 간만에 베이글을 하나 먹어야겠습니다.

    응답
  5. 이프

    빵사는 꿈의 누나가 엄청 귀엽네요;
    조마조마 두근두근하는 게 참….허허허.
    집 근처에 맛있는 빵집이 하나도 없어서 빵에 대해선 상당히 아쉬워요.

    응답
  6. 핑백: 잠보니스틱스

  7. lukesky

    Nariel/ 저는 입맛이 그다지 까다로운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반면 한번 호오가 갈리면 오래가거든요. 파리바게뜨는 무난하다고 생각했는데, "마늘 스틱"은 진짜 최악이어요. 어쩌면 지점마다 맛이 다른지도…–;; 미고 빵 맛나죠 ^^*
    rumic71/ 아앗, 중화꽃빵 좋아합니다…ㅠ.ㅠ 아무것도 없는 밀가루 반죽! 거기에 간장이나 만두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
    체셔/ 뚜레주르 샌드위치 좋아요! >.< 요거트 소보루라, 오오, 시도해봐야겠군요. 저희 집 근처에는 뭔가 맛난 가게가 없어서 참 슬픕니다.
    작은울림/ 그렇군요! 건빵도 빵에 들어가는군요!!! [이제까지 "과자"나 "비스켓"이라고 생각했던 인간]
    THX1138/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건, 조금만 먹어도 배부른 주제에 조금 있으면 배가 꺼져버려서인거 같아요. ㅠ.ㅠ
    Gerda/ 그러고보니 리치몬드에는 선뜻 들어가기가 힘들다는….–;; 치즈바게뜨 먹고 싶군요.
    電腦人間 / 샌드위치는 무겁지 않은 건 다 좋아해요. ^^ 특히, 치즈와 양상치가 듬뿍 들어간 녀석은! [아이고, 배가 꼬르륵 거리네.ㅠ.ㅠ]
    이프/ 하지만 정말 먹고 싶었다고. 뭐랄까, 이 꿈은 꿈 자체를 무지 "공들여서" 꾼 것 같더라니까.

    응답
  8. 풀팅

    근데 메론 빵은 어떤 맛일까? 그리고 그렇게 자주 나오는 카레 빵은 무슨 맛일까…아아아 궁금하여라

    응답
  9. lukesky

    잠본이/ 사진으로 염장을 지르시다니, 정말 너무하십니다. ㅠ.ㅠ
    아아, 그 고양이족은 말이죠, 다들 "고양이의 보은"에 나오는 바론 남작님 같은 우아한 몸매에 고풍스런 옷차림을 하고 있었답니다!! 다들 맛난 점심과 빵을 먹으며 앞발을 핥아댔지요. >.<
    풀팅/ 메론크림 들어간 게 아닐까? 던킨 도너츠처럼. 카레빵이야 카레 고로케 같은 맛일거 같은데.

    응답
  10. 루드라(형광등)

    그렇잖아도 이따 먹으려고 콩다방의 치즈케익을 사놨는데.^^*
    제가 추천하는 건 못 먹은 지 한 8년정도 됐는데, ‘짜만터우’라고 만터우(꽃빵종류에요)를 갈색으로 살짝 튀겨서 연유에 찍어먹는 게 있거든요. 그거 정말 맛있답니다.♥ 겉은 바삭, 속은 흰빵이 말랑말랑, 향긋한 연유에 찍어먹으면………… 살은 무진장 찝니다만.;;;
    우리나라에도 파는데가 있으면 좋으련만.

    응답
  11. 루드라(형광등)

    원래는 그렇게 달지 않은데요. 요새 사람들이 너무 달게 먹는 경향이 있어서 그 입맛에 맞췄나봐요.-_-a

    응답
  12. 세류

    파리바께뜨의 호두치즈크림빵 강추. 근데 크기에 비해 좀 비싸다.
    내가 처음으로 만든 치즈케익 먹다보니 김치생각이 간절해진다;;;
    (지금 먹고있음.)
    근데…꿈에서 뭐 먹으면 병에 걸린다던데;;안 먹길 잘 한 것 아냐?(퍽!)

    응답
  13. lukesky

    오우거/ 아니, 바게뜨란 "광고용"이 아니었나요? ^^*
    세류/ 으음, 호두치즈크림빵이라…..호두 알갱이가 박혀있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아, 꿈속에서 먹는 건, 그런 겁니까?

    응답
  14. 잠본이

    염장지를 의도는 아니었는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3
    다음에 빵번개라도 하게 되면 제일 먼저 알려드리겠습니…(퍽)

    응답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