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아버지의 책장에는 “탈무드”를 비롯해, “유대인처럼 자식 키우기”와 같은 교육서적까지, 몇 권의 유대인 관련 책들이 꽂혀 있었다. 탈무드는 상당히 재미난 책이었고, 여러가지 우화로 가득했으며, 그외 다른 책들은 유대인이 얼마나 독특하고 우월한 족속이며 또 얼마나 오랫동안 극심한 탄압을 받아왔는지 설명하고 있었다.
더불어 내가 접한 거의 모든 2차 세계대전 관련 영화들은 히틀러와 제 3 제국에 의해 처참하게 죽어나가는 유대인들을 그렸고, 그래서 난 고통받는 자로서의 그들이 옳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당시 중동에서 벌어지는 온갖 전쟁과 테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으며 모든 사건의 근원은 불쌍한 이스라엘을 두고 텃세 부리는 아랍국들이었다. 그리고 나이많은 오라비는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조금 머리가 굵어진 후에야, 그리고 조금 더 많은 관점의 지식과 정보를 접하고 난 후에야, 나는 이스라엘이 어떻게 탄생한 국가인지 이해했고, 이후 피해자들에 대한 인식은 가해자의 것으로 변모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들이 무슨 권리로 그토록 당당하게 그 땅을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하며 [그렇다면 몽고는 유럽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것이고, 우리는 만주를 먹을 수 있으며 남북 아메리카의 인디언들은 백인들을 구세계로 쫒아내야 할 것이다] 부당하고 잔인한 인종차별로 인해 고통을 겪었다 울부짖는 이들이 어떻게 그토록 참혹한 학살을 자행할 수 있는지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희생된 목숨들과 유럽국들의 죄책감을 볼모삼아 자신들의 도덕성이 우월함을 정당화하려 든다. 그러나 나는 거기서 어떠한 도덕성도 찾지 못한다.
CHECK POINT와 NABLUS의 김보현 작가는 <허브>에서 처음으로 접하고 상당히 호감을 느끼게 된 이름이다. 체크 포인트는 짧고 감동적이었으나 눈물을 흘리게 할 정도는 아니었고, 나블루스는 보다 강렬하고 긴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간혹 보이는 허술한 얼굴들을 제외하면 아직까지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아무래도 이러한 소재를 다룬 만화가 보기 드물 뿐더러, 그 안에 들어간 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본격적이고 극적인 이야기는 아마도 다음회나 그 다음회부터 시작되겠지만, 작가의 감성이 배신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는, 저런 그림체로 이런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
오랜만에 보는, 질질짜는 만화가 아니라 진지한 만화다. 또 한 명의 작가를 알게되어 기쁘다.
엇…저도 메모해뒀다가 꼭 봐야겠습니다. 기대되네요+_+//
간만에 만나는 ‘힘’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니 히틀러가 죽인 걸로는 모자라다는 소리까지 나왔더랬지요.
illkill/ 현재 허브에서 연재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보셔요. ^^*
misha/ 예. 단단하죠.
rumic71/ 그래선 안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동정할 수가 없더군요.
선명한 악은 픽션에서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도 감정도 너무 가짓수가 많고 복잡해요.
선과 악이란 것은 참 판단하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일방적으로 어떤 사람이나 민족이 무조건 옳다는 건 없겠죠…힘이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피해자가 힘을 가지면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세상사란…T.T 어릴 때는 참 세상을 단순하게 보았던 것 같아요. 특히나 위인 전기문 같은 거 읽으면서 한쪽으로 치우쳐 생각했던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건 쫌 위험한 것 같아요. 커서라도 시각에 균형이 잡히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못하면….ㅡㅡ;
탈무드라. 지금은 거의 기억이 안나는군요;
하지만 왠지 그 책에서 현명하지만 이기적인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전 가자 지구에서의 철수 및 이스라엘 정착민들 소개를 다룬 일요스페셜을 보았지. 무슨 권리로 그들은 그렇게 울어대며 저항하는지. 하나님이 일궈주신 터전이라는 둥 하는 그들의 입을 막아주고 싶었다.
다카드/ 머리아파요. -_-;;;
jini/ 빌어먹을 위인전! 어렸을 때 "계백장군이랑 김유신이랑 김춘추랑 다 착하고 훌륭한 사람이라는데, 근데 왜 서로 싸운거지?"라는 문제 때문에 골치아팠던 걸 생각하면!
일레갈/ 전 그래도 꽤나 재미나게 읽었더랬어요. 굴뚝청소부 소년 이야기가 생가가는군요.
비밀글/ 어.
돈이 많으니 저렇게도 나라를 세울 수 있구나.의 샘플이죠, 뭐…..
물론 억압, 착취당한 것, 그리고 종교적 문제로 배척당한 것도 알고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그럴거면 적어도 그 땅에서 공존공생할 방법을 찾았어야죠. 그래서 이번에 나블루스에서, 베니스의 상인 인용되는 부분이 쩡. 하더라고요.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주겠다는 심뽀들인지. 에이구. 아라파트님도 돌아가셨으니……
해명태자/ 그렇게 나라를 세울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어. 완전 팔레스타인 사람들만 바보 된거잖냐. 아아, 베니스의 상인 부분은 정말 찡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