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티움의 첩자

나는 소위 대체역사 소설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과거, 특히 역사와 관련해 미래를 만드는 것과는 관계없이 단지 과거를 곱씹어보기 위해 “IF”를 대입하는 행위가 하릴없이 느껴질뿐더러
[나 역시 신라가 아니라 고구려가 한반도를 통일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하지만 거기에 ‘미련’을 가지는 일부 인간들을 보면 참으로 어리석어 보이더라.]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IF를 대입해본다고 해도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계는 어차피 지금과 비슷할 것이라는 [어차피 선택으로 인해 평행세계가 갈라져 나간다 해도, 여전히 나는 여기, 그들은 거기 살고 있을 것이다]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 이게 가장 큰 이유일 듯 한데…..
내 비록 필립 K. 딕을 정말 좋아하긴 하나, 어린 시절 읽은 ‘높은 성의 사나이’는 재미가 없었다. -_-;;;

사실 역사 환타지를 상당히 좋아하는 나로서는 조금 특이한 반응이다. 어쩌면 작품 자체가 풍기는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다아시경은 좋아하지만, 황금가지판 ‘철학자의 돌’은 별로였으니까.
[다시 생각해보니 내 ‘정치적 성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비잔티움의 첩자”는 참으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책이었다.
첫째, 내가 좋아하는 단편[연작] 모음집이었고
둘째, 해설에서도 읽을 수 있듯, 이 작품은 스파이 소설 쪽에 가까운 플롯을 지니고 있으며
[예쁘고 똑똑하고, 주인공의 맞수로서 한점 손색없는 반대편 여성 스파이도 빠지지 않는다.]
셋째, 말 그대로 인류의 역사를 180도 뒤바꾼 ‘발명품’들이 하나씩 드러나는 과정을 정말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활자가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좌악 끼쳤다. 역사가 재미없단 학생들에게 이런 걸 읽히란 말이다, 젠장. 적어도 ‘흥미’ 만큼은 상상 이상으로 불러 일으킬 수 있을테니.

책속의 역사적 배경, 즉 현실과 다른 역사를 만든 계기가 ‘종교’이기에, 읽으면서 조금 껄끄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요즘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고] 대개 이런 거짓역사는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쪽’ 혹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건 그 어느 쪽도 아니기기에, 즉 ‘바람직하다’라고 말할만한 도덕적 요소의 냄새가 얼마 나지 않아 더욱 마음에 든다.

두번째 선택은 후회할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다.

비잔티움의 첩자”에 대한 13개의 생각

  1. 사과주스

    아, 이것 읽어보려고 벼르고 있지요. 저는 대안역사라는건 결과는 같아도 그 과정의 바뀜에 재미를 두고 보거든요. 어차피 사람사는건 다 똑같다는 생각인지라..;;

    응답
  2. 잠본이

    사실 다아시경 시리즈는 대체역사가 아니어도 별로 상관없거든요. 캐릭터 중점의 미스터리물이랄까…

    응답
  3. lukesky

    사과주스/ 어, 재미있어요. 그 과정도 꽤 흥미롭고요. 맞아요. 사람사는 건 다 비슷하죠. 그래서 양날의 칼이라는…
    잠본이/ 그렇죠. 으음, 그럼 역시 제 취향은 미스터리…인걸까요. –;; 이 녀석도 그렇고.

    응답
  4. 돌.균.

    기본 전제인 마호멧의 크리스트교로의 귀화는 어느정도 타당하기도하죠, 어짜피 쿠란에 보면 예수는 마호멧이전에 온 가장 위대한 선지자이자 예언자로 나오는데다가 쿠란 자체도 신약을 잃어버린 이후 마호멧이 신으로부터 받은 신약이후의 말씀이니까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재미있어요 ^ㅅ^[높은성의 사나이는 정말 -ㅅ-;;;]

    응답
  5. lukesky

    풀팅/ 음 -_-;;
    THX1138/ 예, 쥔공보다는 쥔공의 맞수인 누님이 더 매력적이지만요. 으핫.
    돌균/ 어. 결정적이지.

    응답
  6. 세류

    나는 요즘 책을 많이 읽지 못하고 있지만…(전공 및 관련학술서적 제외;)
    어딘지 이 카테고리명을 보노라면 ‘밑빠진 毒’으로 읽게 되는구려;
    하지만 책 중독은 좋은거야..^^..
    실마릴리온 빼서 읽다가 갑자기 글로르핀델에게 꽂혀 울고 있음;

    응답
  7. lukesky

    세류/ 책중독…어찌보면 안 좋아요…..ㅠ.ㅠ 아아 실마릴리온, 저도 다시 읽고 싶은데.
    잠본이/ 으흐, 역시 오묘한 우리말입니다요.

    응답
  8. 서재영

    죄송합니다. 님의 글을 도용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유는 님의 글이 짜임새있고 간결하면서도 감상평이 훌륭했기 떄문이었죠. 얄팍한 속내로 도용했습니다. 물론 삭제했고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응답
  9. 핑백: 루크스카이, SPACE..

  10. lukesky

    서재영/ 전혀 기대하지 않은 고백글이 있어 많이 놀랐습니다. 트랙백 걸어놓은 제 글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응답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