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놀러갈 때….

….덥습니다. 인간적으로 산채로 삶아지는 느낌입니다. -_-;

제가 다니는 회사는 무지막지 빈곤한 주제에 무지막지 기분파 사장님이 운영하고 계십니다.
며칠 전 옆 사무실에 에어컨이 한대 더 들어오면서 그 놈의 두꺼비집이 하루에 서너번 이상 내려가는 현상을 겪은 후,
사장님께서 오후 회의 도중 갑자기 “바다로 떠나자!”라고 선언하시더군요.
결국 일사천리로 날짜를 정하고[사람 수가 몇 명 안되는 데도 이 과정이 가장 길었죠], 가격을 정하고 장소를 정해서
결국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모든 회사 일을 정지시키고 떠나기로 했습니다.
[마감을 늦추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군요. –;;;;]

여기까지는 뭐, 나쁘지 않습니다만, 저 개인적으로 문제가 조금 생겼습니다.
바로 여성의 생리현상이라는 것이죠.

우선 여기서 얼굴 찌푸리는 분들이 계실지도 몰라 말해둡니다만,
저는 ‘칼바니아 이야기’에 나오는 에큐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입니다.
“여자가 생리 이야기를 안하면 누가 할 건데? 남자가 할 거야?”
조금 민감한 십대 소녀들이라면 부끄러워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서도[저도 그랬으니]
“부끄러워 할” 부분은 아니죠.
[남자분들 역시 몽정을 했다고 부끄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건 불가항력적인 일이니까요.]

어쨌든, 학생 때건 사회인 때건 단체로 물가에 놀러가면 의레 행사처럼 벌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물에 안 들어가는 사람 물 속에 던지기죠. -_-;;;
제가 보기에 그건 억지로 술을 먹이는 것보다도 더 나쁜 행위입니다.
하는 사람들은 즐거울지 몰라도[대체 어디가 즐거운지 모르겠지만]
당하는 사람들은 난감합니다.

즐거움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몸을 통제할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나 있는 겁니까.
특히 당하는 사람이 여성인 경우[대개가 그렇지만] 그 사람에게 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번쯤 해 주면 좋겠습니다.

제 문제는 회사의 몇몇 남자분들이 술을 강권하는 만큼이나 물을 광권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정 안되면 그분들께 여성의 사정이라는 것에 대해 설명해드릴까 합니다.
이상하게도, 어떤 표정들을 하실지 묘하게 기대가 되는군요. ^^*
솔직히 회사가 좀 작은 편이고 스스럼이 거의 없는 편이긴 하지만
다들 저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분들이라, 제 말에 뭐라고 반응들을 하실지 좀 궁금하달까요. ^^*
제가 아는 한, 일부 남성분들은 여자가 이런 이야기를 대놓고 하면
뒤에서 그 여성을 소위 ‘아줌마’ 취급 하더군요. [걘 부끄러운 줄 모르나봐, 우와~~~~]

네, 물론 사생활이란 숨겨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필요에 의해 상대방에게 미리 숙지시키는 편이 낫습니다.
두통 때문에 조퇴하는 것과 생리통 때문에 조퇴하는 것이 뭐가 다르단 말입니까.
그러나, 아직도
저라면 물에 흠뻑 젖어 뒷수습하며 짜증내기 전에 미리 남자분들에게 말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그걸 입밖에 말하느니 오히려 젖는 편을 택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발, [여성분들이 많이 오시는 이 블로그에서 말해봤자 별로 효과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내숭떤다면서 다른 사람을 물 속에 집어넣기 전에
한번만 더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남자든 여자든, 그 분은 물 속에서 놀기보다는 돗자리를 펴놓고 책 읽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제발, 다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해 줍시다.

덧. 으으, 그러니까 왜 하필이면 이 날짜냐구요오…ㅠ.ㅠ

물가에 놀러갈 때….”에 대한 19개의 생각

  1. 작은울림

    같이 어울려 놀자고 권할수는 있지만 억지로 끌고가면 재미없죠.
    강주 보다 권주가 좋듯이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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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클라삥

    저도 수학여행때 친구들이 저를 억지로 바다에 던지려는걸 버럭 화를 내면서 거부했어요~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애들이 젖은 옷때문에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승리감에 심취해있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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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rucien

    매우 동의합니다. 강권과 ‘광권’에서 풉-하고 웃었어요. 으으! 다른 사람의 의사를 존중하는 건 어디에서나 기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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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모노

    끄덕끄덕끄덕끄덕
    정말 그러합지요.
    저도 몇일 후에 여행가는데.. 첨에 계획 잡을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게 그거더군요. (여자3명에 ‘강권’이라는 단어를 전혀 모르는 일행입니다만;;) 여자3이니까 더더욱.. 여름이라 더더욱 ;ㅁ; <- 덥잖아요;;;
    그리고 왁자지껄도 좋지만, 느긋한 휴가를 즐기고 싶은 사람도 있지요. 10인10색 100인 100색..
    강제로 술 권하는 사람도 참 싫어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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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일레갈

    OT가서
    과선배&동기들 : "물에 들어가라!"
    저 : 으오오오오오(모두 뿌리치고 도주)
    유도를 해서 그런지 이런건 잘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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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곰부릭

    흐흠..저는 어쩌다 한 남자분-_-이라기 보다 후배를 물에 밀어넣은 적이 있었는데 물론 그녀석이 생-_-리를 할리야 없지만 휴대폰이 같이 물에 빠지는 통에 난감했던적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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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qwan

    억지로 강권하는 것은 정말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MT갈 때 억지로 게임을 시키거나 노래시키는 것도 짜증인데, 물에 갑자기 집어 넣다니..; 생리는 그렇다 치지만 심장이 약한 사람은 충격이라도 받으면 곤란하잖아요? 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데 말이에요. 사람들이 너무 배려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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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돌.균.

    역시 누님 ^ㅅ^
    확실히 어느자리에서나 같이 즐거운 것도 좋지만 그안에 배려가 없다면 강권일 뿐이겠지요. 저야 물에 들어가면 몸이 가벼워지니 먼저 들어가는 편입니다만, 결정적으로 무거워서 다른 이들이 절 들어서 물에 던진다는것 자체가 불가능한일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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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연화

    동감합니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인간들이 술에 취해서 사람들이 핸드폰 등등 물에 젖으면 안되는 걸 추스릴 새도 없이 물에다 집어던지고 돌아와서 고장난 핸드폰때문에 고생하는 걸 봤지요. 쯔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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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lukesky

    작은울림/ 게다가 잘못하면 분위기 어색해지죠….ㅠ.ㅠ
    클라삥/ 저도 그다지 당하는 편은 아닌데 가끔씩 다른 친구들이 억지로 끌려들어가는 걸 보면 영 짜증나더라구요.
    rucien/ 어머나 알아차리셨어요? ^^* 그러게 말입니다.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건 바로 자신일텐데 말이죠.
    세이/ 진짜 싫어요. -_-;;;;
    지그문트/ 그런데 대신 사용 시간이 짧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진짠가요?
    모노/ 으어, 여름 싫어요…ㅠ.ㅠ 전 겨울과 여름 둘 다에 약한데, 겨울은 껴입을 수 있어도, 여름은 벗어봤자니 더욱 싫더라구요. -_-;;
    전 가을이나 봄이라면 모를까, 여름에는 ‘방콕’ 휴가가 제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라는 분들이 더 많은거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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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lukesky

    rumic71/ 사람 수가 많아지면 정말 골치아프죠…-_-;;
    일레갈/ 푸하하핫! 만화체로 상상해버렸습니다. ^^* 그래도 요즘엔 많이 좋아진 듯 해요. 선배들도 조금씩 유연해지고. 저 대학교 초 때만 해도 그런 강요가 좀 심했었는데.
    곰부릭/ 예전에 친구들과 계곡 놀러갔을 때, 삐삐에 안경, 신발…..아주 난리가 났더랬지요. -_-;;
    qwan/ 그 놈의 ‘단체’라는데 집착해서 그러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으라고 놀러가는 건 좋지만 ‘재미있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건 불합리하죠.
    돌균/ ….’역시 누님’이라는 말 안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를 설명해주지 않으련? ^^* ….확실히, 그대를 집어넣으려면 그대의 동아리 선배들 너다섯은 달라붙어야할 거 같은데…..쿨럭.
    연화/ 그러게 술도 적당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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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돌.균.

    사회통념에대해 당당하신 모습이 정말 누님답다는 뜻이었습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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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풀팅

    아무튼 지금은 가 계시는거요? 가뜩이나 덥고 짜증날텐데 그래도 콧바람 잘 쏘이고 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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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약토끼

    음..탐폰..에 대해 말씀 드리자면.. 사용 시간은 비슷합니다. 다만…….. 언니 처음 사용이시라면 신경 쓰여서 전혀 못즐기실걸요..-_- 툭 까놓고 말해서 땀에 들러붙는 패드와 뱃속에 뭔가 들어있는 이물감중 하나를 고르시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_^ 확실히 여름엔 탐폰이 편하긴 했는데…. 결국은 패드로 돌아선;
    뭐 이유는 저는 그 탐폰 곽에 써있는 그 독성 포이즌 쇽 증후군(안면 창백증, 구도감, 경련, 자궁 건조증 등등)으로 인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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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약토끼

    전 월요일 휴가 첫날부터 시작이어요; 그래서 휴가의 3일을 생리통으로 기절해 있다가 목요일에 물놀이 가서 금요일에 당직근무 저녁 7시까지 하고 토요일에 쉬고 일요일이 출근준비를 할것인가…. 피임약 내지는 월경촉진제를 맞고 생리를 미루던지 당기던지 해서 즐거운 휴가를 보낼까 고민중이어요;;;;;;;약이든 주사든 맞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휴가 첫날부터라니 너무 우울하잖아요.. 작년 휴가도 그랬단 말이어요!!! 절대, 절대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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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lukesky

    돌.균/ 아니, 굳이 그런건 아닌데….
    풀팅/ 어
    약토끼/ …그러니까, 그 느낌이 영 이상할거 같아서 탐폰은…..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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